“재협상 없다고? 두고 봐, 우린 지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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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협상 없다고? 두고 봐, 우린 지치지 않아”
[4신] 청와대행 막혀도 축제같은 분위기
  • 김세옥, 김도영 기자
  • 승인 2008.06.06 2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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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차에 붙여놓은 선전물
촛불 소녀들

[4신: 6일 밤 11시]

청와대로 가는 길을 경찰 버스가 막아서자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서대문으로, 을지로로 행진에 나섰던 10만여 촛불이 밤 10시 서울 안국동 구 한국일보 사옥 앞에 모여섰다. 목표는 청와대였지만 경찰 버스에 가로막혔다. 다시 한 번 이 구호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은 물러나라!”

“너 때문에 잠 못 잔다. 너 때문에 집에 못 간다. 제발 물러나라.” 하소연조의 그러나 목청 하나는 높은 한 참가자의 목소리에 시위대는 한바탕 웃는다. 이어지는 추임새. “이명박은 물러나라.”

모여든 시위대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모아지자 바리케이트 역할을 하던 경찰 버스가 갑자기 시동이 걸린다. “고유가 시대, 공회전이 뭔 짓이냐.” “다 내 세금이거든.” 곳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온다. 야유 속 흥분한 한 시민이 버스 위로 올라서려 하자 시민들은 “안에 전경들 있어요. 내려와요” 하고 말린다.

이제는 장기전이다. 가족과 함께 오늘 시위에 참여한 김지연씨(37·대방동)는 “어차피 72시간 계속되는 거잖아요. 우린 지치지 않아요. 청와대로 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죠, 뭐”라며 인도 위에 앉았다. 다들 마찬가지 심정인 듯 이미 촛불이 접수한 서울 거리에 하나 둘 앉기 시작한다.

도란도란 앉아서 오늘의 소회를 말하는 이들부터 경찰의 도로 차단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이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집에서 준비해 온 와인 한 병을 나눠 마시며 지금의 시간마저 즐기고 있었다.


▲72시간 릴레이 촛불시위 현장⑤


▲72시간 릴레이 촛불시위 현장⑥

뒤이어 도착한 리어카 한 대. ‘이명박’, ‘어청수’, ‘체포전담’의 명찰을 가슴에 달고 소리를 친다.

 “이거 다 불법이야. 밤에 왜 행진을 해. 어, 너 지금 쓰레기 주웠어? 그것도 불법이야. 다 잡아 넣어. 우리 형이 그랬어. 쟤들 다 백수라고. 어이, 앞에 가는 백수! 네 배후가 누구야?”

잠시 어안이 벙벙해진 사람들. 그러나 호통(?)치는 이들이 끌고 온 체포 전담 리어카에는 이날 촛불 문화제에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나왔던 아이들이 올망졸망 올라타 있었다.

공부하고 싶어 죽겠는데 정권의 ‘미친 교육’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하던 고교 남학생 3명은 “이렇게 재밌어야 지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죠. 두고 봐요. 우리는 지치지도 멈추지도 않습니다”라고 말하며 바리케이트 방향으로 힘껏 달려 나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협상은 없다”고 말한 이날 밤에도 10만의 촛불들은 꽹과리를 치며 이명박 퇴진의 구호를 리듬에 실어 신나게 노래했다.

밤 11시, 촛불들은 다시 광화문으로 이동, “내일 아침은 청와대에서 먹자”고 말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편, 같은 시각 광화문 사거리 서대문 방향에서 길을 막고선 전경들과 시민들의 대치가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시민과 전경이 서로에게 끌려가는 일이 발생했으나, 시민들이 “비폭력”을 외치면서 끌려온 전경을 되레 보호하는 모습을 보여 큰 불상사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3신: 6일 오후 9시]

10만의 '촛불파도' 서울을 뒤덮다

촛불이 파도가 되어 움직였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72시간 릴레이 시위 24시간이 지난 6일 시청 앞부터 세종로 사거리까지 거리를 가득 메운 10만 인파가 오후 8시 30분께 남대문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행렬은 각각 명동과 서대문 방향으로 나뉘어 이동하고 있으며, 다시 합류해 청와대로 향할 예정이다.

손에 촛불을 들고 이동하는 대오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서로의 손을 맞잡고 “(쇠고기) 재협상”, “이명박은 물러가라”고 외치는 시민들의 행렬은 끊임없이 밀려오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에 ‘뿔난’ 시민들이지만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오후 7시부터 진행된 촛불문화제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모습은 스스로 만들어놓은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함께 ‘아침이슬’을 부르며 촛불을 높이 들기도 했고, 무대에 선 연사들의 발언에 때론 웃음과 환호로 답하기도 했다.

▲ 전경차에 붙여놓은 선전물

엄마와 함께 무대에 선 여자 어린이가 엄마의 “이명박은” 선창에 “물러나라”고 답하자 사람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이밖에도 촛불문화제에는 가수 안치환 씨가 무대에 올라 ‘광야에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를 열창해 시민들의 흥을 더했다.

촛불문화제가 막을 올리기 전부터 시민들은 각기 나름의 ‘축제’를 시작했다. 나란히 촛불을 들고 앉아 과자를 먹으며 웃는 가족부터 차 없는 도로에서 ‘설정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연인까지. 따로, 또 같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청와대 방향 세종로를 가로막고 있는 전경 차량 앞은 여학생들 차지였다. 버스 틈으로 건넨 꽃을 한 전경이 “고마워요”라며 쑥스럽게 집어 들자 환호가 이어졌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쥐’로 비유하는 것에 창안해 큰소리로 ‘쥐를 잡자’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편,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대학생 이세진 씨와 뜻을 같이 하는 몇몇 사람들이 태평로에 등장해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한 시민은 “국민들이 모두 맞다고 생각하는 일을 혼자 틀리다고 하는 이유가 뭐냐”며 이들의 행동을 비난했다.

▲ 촛불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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