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사퇴 압박 · KBS 장악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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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KBS 특감 개시기언론계 반응

감사원이 지난 10일 KBS가 제기한 ‘특별감사 취소 및 집행정지 심판 청구’ 건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언론계 안팎에서 “감사원의 KBS 특감이 ‘표적 감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감사원은 각하 결정을 내린 다음날인 11일부터 바로 감사에 들어간다. 이번 감사원의 결정에 대해 KBS 안팎에서는 KBS 특감이 '표적 감사'로 어느 정도 예상된 시나리오가 아니겠냐는 반응이다. 

감사원은 이미 지난달 26일부터 KBS 본관 내 모처에 10여명의 감사원 특별조사팀이 따로 사무실을 차리고 현장조사에 착수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감사팀은 KBS 남북교류팀, 대외정책팀 등에 대해 일부자료를 요청 및 정리 작업에 들어가 사실상 KBS에 대한 특별감사를 기정사실화했다.

언론계는 이번 특별감사가 ‘정 사장 사퇴 압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퇴진 압박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전격 결정됐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KBS의 특감이 결정되기 직전  친한나라당 성향의  KBS  이사들은  ‘정연주 사장 퇴진 권고 결의안’ 상정을 시도해 정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 수위가 높아지던 시점이었다. 더군다나  이날 정연주 사장 중도 사퇴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으로부터 종용받았던 김금수 이사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은 뉴라이트전국연합, 국민행동본부, KBS·MBC 정상화운동본부 등 ‘정 사장 퇴진과 KBS 방만 경영’을 비판해 온 일부 보수 단체들의 ‘국민감사청구’ 신청을 받아들여 일주일 만에 ‘특별감사’를 전격 받아들인 것이다.

또 이명박 정부가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공공기관의 장을 교체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KBS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와 정부가 공공기관장의 ‘물갈이’를 강행하는 가운데 노동부가 감사반을 동원해 산하기관장의 조기 사퇴를 위한 물밑 작업을 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심일선 산재의료원 관리원 이사장은 “노동부가 표적감사, 사퇴압력을 넣었다"고 폭로해 정부 차원의 노골적인 사퇴 압박이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행정안전부도 산하 기관 10곳 가운데 기관장이 사퇴를 거부한 두 곳을 감사하겠다고 밝혀 언론들이 ‘표적 감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정부 측의 움직임에 대해 KBS 내부 직원들은 당황하면서도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KBS의 한 관계자는 “그 동안 정권은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감사나 세무조사 등을 통해 압박해 왔던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이번 KBS특감도 정 사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자 감사원 특감을 통해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KBS의 관계자는 “독립적인 위치에 있어야하는 감사원이 일부 보수단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은 정말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공영방송이 정치적 색깔이 뚜렷한 몇몇 시민단체에 의해 감사 청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언론의 독립성’은 보장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는 11일 감사원 특감 결정에 대해 공식 입장 발표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도 감사원의 KBS 특감 결정에 대해 “‘특별감사’를 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KBS장악의도를 노골화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11일 오전 10시 KBS 본관 계단 앞에서 ‘KBS 정치적 표적 감사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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