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제 밤 촛불을 들고 광화문 거리에 앉았다. 앞뒤 좌우에 앉은 동료들을 보며 공동체의 일원이며 이 나라의 주인임을 확인한다. 6월 항쟁 21돌을 맞은 어제, 100만 시민이 촛불을 들었다. 누구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이번에 거리에서 직접 민주주의가 구현되고 있다고 표현한다.

프레스센터 옥상에 올라가 내려다 본 촛불 바다. 광화문과 서울 광장 그리고 태평로까지 가득 메운 촛불의 물결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장관이다. 그것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민중의 에너지요 한국현대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임을 실감한다. 촛불 집회가 지금 대한민국을 바꿔가고 있다. 처음에 쇠고기 협상과 광우병 공포 때문에 촉발된 촛불 시위가 한 달 넘게 계속되면서 대한민국의 전체를 변화시킬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거리의 촛불은 정치, 경제, 사회 나아가 언론 지형까지 바꿔가고 있다. 

 21년 전 6.10 항쟁으로 우리는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다시금 민주주의를 외친다. 그것은 명실상부한 실질적 민주주의다. 그 동안 절차적 민주주의를 통해 여러 번 대통령을 선출했다. 하지만 절차적 민주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국민들이 체감하며 실질적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거대 담론으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쇠고기 문제처럼 생활 속의 민주주의 보장을 요구한다. 이제 국민의 삶의 질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정치 그리고 경제적 형평과 사회 정의를 실현시키지 못하는 정부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리고 성숙한 시민 의식을 무시하고 정권과 한패가 되어 왜곡 보도와 여론 조작을 일삼는 언론은 이제 더 이상 통용되게 어려워 졌다. 

지금 거대한 에너지와 힘이 이명박 정부를 정면에서 겨냥하고 있다. 민심을 거스르며 생존할 수 있는 정권은 단언컨대 없다. 정권 담당자들이 근본적으로 발상을 전환하고 참회하지 않은 채 임시방편과 구시대적 방식으로 계속 대처한다면 결코 위기를 벗어 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번 촛불은 정권에만 경고하고 있지 않다. 여든 야든 이번 촛불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국민으로부터 싸늘한 버림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승승장구할 것으로 예상되던 이른바 조중동에 보내는 경고는 강력하다. 

이번 촛불은 방송에도 엄중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번 촛불 집회는 과거 미약한 존재였던 대안 방송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 반면에 지상파 방송에게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동안 가만히 앉아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지상파 방송이 이번 촛불의 의미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시대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해내지 못할 경우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내재된 위험들을 다루는 데 있어 지상파 방송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충분했는지를. 그리고 방송사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서 시대 변화와 시민 의식의 발전에 둔감하지는 않았는지를.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