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촛불 이후’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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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배 시사평론가
‘촛불 이후’를 말하는 건 어리석다. 바뀐 게 없기 때문이다. 어둠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고 촛불은 계속 노란 불꽃을 반짝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촛불 이후’를 말한다.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수만 수십만 개의 촛불로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어떤 식으로든 ‘작용’을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논의 단계를 넘어섰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촛불집회의 성격을 쇠고기에 한정하지 않고 5대 정책에 대한 반대운동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대운하·공기업·의료·공교육·방송에까지 촛불을 밝히기로 했다. ‘촛불 이후’는 이미 개시되고 있다.

말이 많다.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비난한다. 촛불집회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힐난한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쇠고기 민심을 몰아가려 한다고 공격한다. 전망도 한다. ‘6·10 100만 촛불대행진’을 정점으로 촛불집회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촛불집회의 동력과 세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본다.

가당찮다. 아전인수에 견강부회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5대 의제를 고안한 적이 없다. 단지 수용했을 뿐이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수없이 넘실대던 피켓에 그렇게 적혀있었다. 쇠고기만이 아니라 학교자율화와 방송장악과 의료민영화를 비판하는 내용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오죽했으면 ‘광우병에 걸려 의료민영화로 죽거든 대운하에 뿌려다오’라는 ‘격한’ 피켓과 노래까지 등장했겠는가.

▲ 지난 10일 진행된 '100만 촛불대행진'  
촛불집회의 동력과 세도 그렇다. 일각은 여전히 반쪽만 보고 있다. 서울의 청계광장과 세종로만 보고 어림 추산을 하고 있다. 아직도 오프라인 위주의 ‘올드 패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은 전혀 식지 않았다. 촛불집회의 발원지가 됐던 온라인은 여전히 토론하고 있고 비판하고 있다. 오프라인 광장은 단지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목한다. 파도치는 이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게 있다.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쇠고기 추가협상이다. 이 협상 결과에 따라 흐름에 중대한 전기가 마련될 게 거의 분명하다.

둘 다 문제다. 추가협상이 타결돼도 문제고 추가협상이 결렬돼도 문제다. 추가협상이 타결되면 정부는 그 결과를 ‘재협상에 준하는 것’으로 규정짓고 사태를 마무리하려 할 것이다. 결렬되면 ‘추가협상도 안 되는 판에 무슨 재협상이냐’는 논리를 유포할 것이다.

이게 불씨가 된다. 추가협상이 어떻게 끝나든 정부는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에 선을 그을 것이다. 뒷걸음질을 멈추고 ‘수용 불가’ ‘양보 불가’를 선언할 것이다. 배수진이다.

충돌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이렇게 나오면 촛불 민심과의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다.

착목할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다른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촛불이 횃불이 되고 횃불이 들불로 번질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표현을 빌리면 “정권 퇴진투쟁을 불사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할 수 없다.

바람직하지 않다. 그 어느 쪽도 반길 리 없는 파국상황이다. 정부도 모를 리 없다. 이런 파국상황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아둔하지는 않다. 그래서 모색한다. 어떻게든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금지시키고, 어떻게든 국정쇄신책의 포장지를 화려하게 꾸미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촛불 민심을 달래려고 한다. 누그러뜨리려고 한다.

두고 볼 일이다. 그런다고 해서 촛불 민심이 달래질지, 누그러질지 두고 볼 일이다. 두고 보지 않아도 안다. 그런다고 해서 해소되는 게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정부의 수습책이 먹혀든다 해도 그건 ‘완화’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래서 재연될 수 있다. 언제든 다시 촛불이 밝혀질 수 있다. 이미 촛대는 세워졌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내건 5대 의제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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