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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칼럼

실망과 파행의 연속 한보청문회를 지켜보며
오준석
l승인1997.04.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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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지난 7일부터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을 시작으로 2주째 진행되고 있는 한보청문회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청문회의 생명은 두말할 나위 없이 진실규명이다. 하지만 한보청문회는 실망과 파행이 연속이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증인들의 거짓말과 불성실한 답변, 특위위원들의 고압적인 질의태도와 사전준비 미숙 등으로 청문회 자체가 오히려 여론과 언론의 비판대에 오르고 있다.왜 그럴까?일단 증인들은 청문회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특위위원들의 집요한 질문공세와 추궁에도 전혀 겁내는 기색이 없다.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기억나지 않는다" ‘모른다" ‘확인해 줄 수 없다"로 일관한다.아무리 국회증언에 관한 법률을 들먹이며 위증에 대한 처벌조항을 역설해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청문회 증언문제로 처벌된 증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일까? 더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현 정부와 검찰이 명확한 진상규명과 철저한 처벌의지가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 될 것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감지했기 때문은 아닐까.역지사지라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누가 하겠는가? 그런 면에서 미의회에서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으로 증언자들의 입을 열게 하는 제한적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등의 청문회 제도개선도 당연히 생각해 봄직하다.선량들도 억울해 하는 듯하다. 특위위원을 한다는 것은 청문회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수준미달일 경우 감수해야 할 여론의 질타를 감당해야만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분명 문제는 있지만 의원들만 일방적으로 탓하기에는 뭔가 본질을 벗어난 것 같다.사실 근 10시간씩 매일 강행군을 한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고 따라서 한달 여의 짧은 기간에 수사권도 없이, 몇 가지 증인을 협박할 무기밖에 없는 상태이고 전문가의 도움 없이 준비해야 하는 의원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의원들의 항변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도 일면 수긍이 간다.그렇다면 문제의 본질은 뭘까?5조 7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융특혜의 배후를 밝혀내고 김현철 국정개입 의혹과 92년 대선자금의혹을 비록 수족이 잘리는 아픔이 있다하더라도 현 정부 하에서 과감하게 드러내고 밝혀내는 것이 한보사건의 본질적 해결이라 볼 때 ‘현 정부 하에서 해결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절망적인 민심은 안타깝지만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청문회가 증인을 가차없이 공격하는 공격심리를 자극함으로써 끓어오르는 민심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것이라는 정치 심리적 장치로만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5·6공때와 비교해서 97년도 민심의 풍향기는 그리 바람을 심하게 타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는 필자로서는 현 정부가 끊임없이 "한보와 김현철 비리"에 대한 진실규명과 속시원한 해결압력에 시달리게 되리라고 생각한다.몇 주 뒤 막 내린 청문회장 뒷편의 어수선한 민심이 더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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