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통해 자녀의 성교육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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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16)

▲ 고승우 박사
청소년 성범죄는 어느 사회에서나 일어나는 심각한 사회문제의 하나다. 이 때문에 TV 등 영상매체에서는 성인 프로 방영시간 제한, 성인 프로 차단 전자 장치 개발과 부착, 자체 심의 강화 등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도 청소년들의 유해 프로 접근을 완전히 막기는 쉽지 않다. 가정에서 부모들이 일정 역할을 해서 자녀들이 올바른 TV시청 생활태도를 지니고 건전하게 성장토록 노력하는 일을 생략할 수 없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성에 대해 자녀와 대화할 기회가 생겨도 자세히 말해주지 않는다. 자녀에게 성이나 남녀 관계, 피임, 성병 등에 대해 이것저것을 설명하는 것이 번거롭고 쑥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녀들의 성교육이 학교에서 잘 이뤄졌으면 하고 바랜다. 그러나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학교는 부모들이 만족해 할 수준의 성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가정과 부모가 아이들의 성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TV, 인터넷에서 성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게 된다. 그러나 TV와 인터넷은 부모와 학교가 원하는 방향으로 성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TV의 드라마나 토크쇼, 뮤직 비디오, 광고 등은 성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 내용은 대부분 성의 쾌락적인 면만을 집중해서 비춰줄 뿐 원치 않는 임신, 성병 등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다.

아이들이 TV에서 성에 대해 많이 접할수록 어린 나이에 성적인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성에 민감한 연령인 10대 중반 이후는 성에 대해 환상을 갖게 되어 작은 자극에도 쉽게 흥분한다. 이런 점을 공중파 TV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요일 한 낮에 하는 영화 소개 프로는 성적인 흥분을 자아낼 장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영한다. 미 개봉 영화의 썩 좋은 장면을 주로 소개하는 이 프로에서는 남녀가 벌거벗고 침대를 뒹구는 모습, 성적으로 흥분한 남녀의 모습 등이 담긴 장면을 슬쩍슬쩍 내보낸다. 분명 19세 이상 관람가의 영화일 듯 한데 그것을 소개하는 프로에서는 그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 지난 4월 대구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YTN
그러나 부모가 이런 현실 속에서도 TV를 잘 활용하면 아이들에게 건전한 성교육을 시킬 수 있다. 즉 자녀들과 함께 성적인 내용의 TV 프로를 시청했을 때 주인공들이 연출한 성에 대한 내용과 현실에서 지켜야 할 성에 대한 모든 것, 즉 상대방에 대한 배려, 임신, 성교 등에 대해 대화할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부모가 TV를 매개로 자녀와 대화할 대상은 성 말고 여러 가지가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 가운데 자녀가 멋지다고 여기는 대상과 그 이유 등에 대해 대화해 보면 자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드라마에 흔히 발견되는 스테레오 타입, 즉 주인공은 거의 대부분 잘 생긴 외모에, 표준어 사용, 모범적인 행동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는 것 등에 대해 그 이유, 고정관념 등에 대해 대화한다.

TV나 영화는 스토리 전개를 위해 남녀 관계나 소득 차이나 직업에 따른 인간관계를 단순하게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젊은 남녀는 만나면 연애하고,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무시하고, 힘이 센 사람은 약한 사람위에 언제나 군림한다. 이런 묘사는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자녀에게 말해준다. 정상적인 인간과계는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알도록 한다. 드라마나 영화는 그 스토리가 극적인 효과 등을 위해 합리적이지 않으며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는 점 등도 깨닫게 한다.

만 13살 이상 아이들의 미디어 활용은 부모의 영향이 크다. 부모가 무관심하게 방치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큰 차이가 있다. 부모가 자녀들의 성장 단계에 따라 능동적으로, 효과적으로 대처할 때 큰 효과가 있다. 부모들이 특히 유의할 것은 자녀들이 TV 프로 등에 대해 친구들과 주로 대화해서 ‘결론’을 낸다는 점이다. 그러나 친구로부터 듣는 정보가 부정확한 경우가 적지 않다. 자녀들이 부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괜히 고민하거나 엉뚱한 판단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자녀에게 불확실한 것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을 활용하거나 부모와 대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해준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나이는 성인의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의 시작이다. 이 나이의 아이들은 부모나 가족이 알지 못하는 혼자만의 영역을 지니면서 생활하고 싶어 한다. 신체적으로도 남녀의 구별이 확연해지는 제2의 성징이 뚜렷해지는 연령대다. TV도 혼자 시청하고 싶어 하고 가족과 같이 시청하려 하지 않는다. 미디어에서 전달하는 정보의 추상적인 의미도 이해할 수 있는 지각능력을 갖춘다. 하지만 자녀의 가치관이나 사상 등은 아직 완성되기 이전의 설익은 상태다. 부모가 가능하면 TV나 영화 또는 뉴스 등에서 나오는 사례 등을 대화 주제로 삼아서 인생철학의 형성에 도움을 주도록 한다.

자녀는 대중 매체의 유명 탤런트, 가수의 의상, 헤어스타일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십대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십대 청소년의 시청 때문이다. 대중 스타가 뜰 수 있느냐 여부는 십대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진학을 위한 시험 위주의 학교 생활에 쫒기는 자녀는 내면의 욕구와 그것을 실현할 수 없다는 현실의 제약 때문에 괴로워할 수 있다. 부모가 스타 세계의 실상에 대해 설득력 있게 자녀에게 말하면서 주관을 가지고 생활하도록 권유한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과외와 대학 입시에 짓눌리면 TV 시청이나 인터넷은 잠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하게 된다. 물론 학업에 흥미를 잃어버린 학생은 TV와 인터넷 등에 매달려 시간을 보내고, 성인물에 빠져 탈선하기도 한다. 부모의 관심과 보살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만 13살 이상 자녀 지도 방법
.☺ TV를 통해 중동 사태와 같은 해외 뉴스를 시청할 때 방영되는 외국에 대해 대화한다. 그 나라의 역사나 인종, 현재의 국내 정세 등에 대해 대화하고 필요하면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다. TV 뉴스는 최신의 뉴스를 압축해서 다루기 때문에 배경 지식이 없으면 뉴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녀가 TV나 영화를 멍하니 즐기는 자세에서 벗어나 비판적으로 논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아이들은 TV의 내용이나 전체적인 인상 등을 평가하는 방식이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들이 TV나 영화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 그 진수를 얼마나 즐길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아이들이 TV나 영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 하는 것에 달려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을 전부라고 인식하는 단순한 시각에서 탈피하도록 부모가 도와주어야 한다.

☺ TV의 드라마나 영화는 치밀한 사전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아이들이 작품은 하나의 허구이며 실제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이들은 감독이나 평론가 시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비디오로 영화를 시청했을 경우 문제의 장면은 반복해 시청하면서 대화한다. 스토리가 연결되는 부분이 어색하지 않은지, 주인공의 연기나 대사가 적절했는지 등을 살피고 자녀의 의견을 묻는다.

☺ 아이들은 자신과 닮거나 자신이 열망하는 대상과 닮은 스타나 가수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아이들이 어떤 TV 드라마 주인공이나 영화배우를 좋아하는지 등을 물어보면서 대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어떤 스토리가 자녀에게 감동적이었는지를 말하게 하면 자녀가 어떤 심리상태인지 등을 알 수 있다.

☺ TV 등을 시청한 다음 자녀에게 어떤 장면이 어색했는지, 그리고 상식에 비춰 부적절한 것인지 등을 물으면서 대화한다. 이를 통해 자녀들은 TV에서 방영된 것이라 해도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 TV 프로와 광고의 관련성에 대해 대화한다. 안방극장과 같은 TV 드라마에 어떤 상품의 광고가 많은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자녀에게 묻는다. 계층에 따라 좋아하는 프로가 다르고 그에 따라 광고 내용도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해 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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