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의 세계화가 보내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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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의 세계화가 보내는 경고
[프로그램 리뷰] ‘MBC 스페셜-밥 한 공기’
  • 원성윤 기자
  • 승인 2008.06.24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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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스페셜〉 ‘밥 한 공기’(연출 이동희) ⓒMBC

우리에게 닥친 시련은 미국산 쇠고기가 전부는 아니었다. 2008년 5월, 유전자 변형 옥수수가 부산항을 통해 한반도에 상륙했다. 5~6월 합쳐 25만 톤이 수입됐고, 올해 수입물량만 120만 톤이란다. 왜 이것이 문제가 될까.

〈MBC 스페셜〉 ‘밥 한 공기’(연출 이동희) 편은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는 식량 위기의 국면에서 발생하고 있는 세계화된 밥상의 위험성을 고발했다. 최근 세계 34개국에서는 살인적인 곡물가 폭등으로 폭동과 소요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식인 쌀 자급률이 98%에 달하지만 안전지대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옥수수 자급률이 0.8%밖에 되지 않아 GMO 옥수수를 수입하기로 전격 결정했기 때문이다. 2년 사이 3배가 폭등한 옥수수 가격은 다른 곡물까지 덩달아 상승시키는 등 그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번 수입은 큰 의미를 가진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 일명 GMO 옥수수(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벌레를 죽일 정도로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 재배과정 중 썩거나 벌레를 먹지 않도록 제초제 성분을 갖도록 유전자를 조작한다. 그래서 벌레가 이 옥수수를 먹으면 모두 죽는다. 라면, 당면, 빵, 젤리, 사탕, 껌, 주스, 아이스크림, 치즈 등에 들어가는 GMO 옥수수, 과연 사람이 먹고 살 수 있을까?

그래서 프랑스 정부는 용단을 내렸다. 프랑스 안정성 심의위원회는 자국에서 유일하게 재배해왔던 GMO 식품인 옥수수 재배를 전격적으로 금지시켰다. 과거 프랑스 정부는 미국의 광우병 파동 당시 WTO로부터 무역제소 조치를 받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국민의 먹을거리 보호를 위해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시킨 바 있다. 비교우위론에 근거한 자유무역을 금과옥조처럼 신봉하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2007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약 89개국에서 130여 가지 식품 원재료 수입하고 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아르헨티나 홍어, 통가 호박, 볼리비아 고사리, 사우디아라비아 새우, 필리핀 전복, 스페인 양파 등이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이다. 마음먹고 다녀도 평생 다 밟아보지 못할 나라들이지만 하루 3번씩 지구촌 수십 개의 나라가 우리 식탁을 방문하고 있다.

▲ 〈MBC 스페셜〉 ‘밥 한 공기’(연출 이동희)편. 한 헬리콥터가 칠레 포도밭에 농약을 대량으로 살포하고 있다. ⓒMBC

이러한 원재료의 생산지인 칠레, 인도, 필리핀 등 세계화된 밥상의 이면의 실상은 가히 호러무비 수준이다. 잡초제거제에서 시작해서 뿌리 자극제, 성장호르몬 등 칠레 포도에 뿌려지는 농약은 1984년 5500톤에서 2007년 약 5배가 상승한 2만 7000톤으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칠레 농장근로자들은 해마다 1000명 가까운 이들이 인체에 축적된 농약으로 병을 앓고 있다.

또한 유전자 변형 면화를 심은 인도 면화 밭에도 심각한 문제가 초래했다. 면화를 뜯어먹은 양과 염소의 코에서 피와 고름이 섞여 나오고 심한 기침과 경련을 일으키며 3년간 수 만 마리가 폐사됐다. 제작진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농약에 대한 농약 잔류 검사뿐 생산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관리할 수 없는 식량 수입국의 비극”이라고 성토했다.

이제 첫 수입 시험대는 GMO 옥수수이다. 몇몇 이유식·유제품 업체들은 GMO 옥수수를 받지 않고 대체재를 쓰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업체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GMO 옥수수 수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옥수수 대체재를 직수입하는 데는 매년 50억 원의 비용이 들만큼 녹록치 않은 사안이다.

1960년대 아시아 농업 선두주자였던 필리핀. 공업화와 도시 산업화를 위해 대부분의 농지를 농장, 쇼핑몰, 골프장으로 바꾼 결과는 쌀을 구걸하게 되는 나라로 만들어버렸다. 2014년 한국이 쌀 개방을 하고 난 이후 예상대로 쌀 자급률이 20% 수준으로 떨어지면 어떨까. 안타깝게도 식량수급을 놓고 벌어질 이 참담한 공포영화는 이미 크랭크인을 시작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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