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 촛불을 보는 공영방송인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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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도 공영 방송을 지키겠다며 시민들이 촛불을 켜고 KBS를 둘러쌌다. 거의 매일 밤 참여하는 시민들도 여럿 눈에 띄고 또 일부는 본관 앞 계단에 앉아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어제로 2주가 지났지만 시민들은 아직 촛불을 끌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KBS 내부 구성원들의 고민이 깊어 가고 있다. 일부 구성원들은 밤늦게 까지 남아 시민들의 얘기를 듣고 편의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어정쩡한 태도다. 촛불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호흡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외면하기도 어려워하는 것 같다.

촛불을 보는 KBS 구성원들의 시선은 3가지로 분류된다. 한쪽은 촛불 시민들이 공영방송 KBS를 지키겠다고 온 이상 적극 교감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쪽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극히 소수 의견이지만 촛불 자체를 배후 세력의 선동으로 폄하하는 시각도 있다. 개개인마다 가치관과 역사관이 다를 수 있겠지만 따져 볼 일이다.

먼저 촛불을 불장난이니 혐오의 대상이니 하며 비난하는 것은 사실 논의의 대상도 안 된다. 너무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이다. 왜 그들이 촛불을 들고 50일 거리로 나오고 그리고 2주일 째 KBS를 찾고 있는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100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고 해도 전체 유권자 중의 일부다. 하지만 그들은 민심을 대변하고 있다.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불과 3달 만에 10%대로 떨어진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오고 KBS를 둘러싸고 거리를 행진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촛불은 국민의 상식을 무시하고 정책과 인사를 밀어 붙여 온 정권에 대한 경고이자 심판, 그리고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의사 표현인 것이다. 그리고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기도에 대한 시민적 저항이다. 따라서 촛불을 그런 식으로 비하하는 것은 몰상식이다.

문제는 공영방송 KBS인들은 그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시각이다. 공영방송은 한 쪽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해서는 안 되고 반대편 주장도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촛불 시민들의 주장에도 귀 기울여야 하지만 이른바 ‘보수 단체’들의 주장도 들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전체 국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현장의 모습은 어떤가?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절감하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차도로 행진하는 것을 어떻게 법과 질서 운운하며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반면 수십 대의 차량을 사이렌을 울려대며 몰고 와 방송사 앞을 점거하고 취재진을 폭행하고 위협하며 심지어 가스통을 차에 매단 채 협박하는 시위대와 촛불을 들고 비폭력 평화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어떻게 동등하게 대할 수 있을까? 이들을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화염병을 던진 시위대와 어떻게 동등하게 대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공영방송인이지만 이러한 구분은 해야 하지 않을까? 공영방송인들은 권력이나 대상으로부터 독립적이고 공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공영방송인들 개개인이 마주하는 역사와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번 KBS를 둘러 싼 촛불 시민들을 대하는 KBS 구성원들의 시선은 많은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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