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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년 맞은 KBS ‘미디어 포커스’

KBS 매체 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포커스〉가 오는 28일 방송 5주년을 맞는다. 2001년 이후 밀물처럼 생겨났던 매체 비평 프로그램들이 썰물 빠지듯이 사라진 뒤, 〈미디어 포커스〉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의미 있다. 특히 요즘처럼 일부 언론이 끊임없이 사실을 왜곡하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할만한 비평 프로그램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지난 5년간 〈미디어 포커스〉의 역사를 돌아봄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자. /편집자주

권언유착·왜곡보도 자성 계기 마련…보수언론 색깔공세 시달리기도

2001년 4월 MBC 〈미디어 비평〉이 매체 비평 프로그램의 본격 시작을 알린데 이어 KBS가 2003년 6월 28일 〈미디어 포커스〉를 신설했다. ‘KBS, KBS를 말하다’로 첫 걸음을 뗀 〈미디어 포커스〉는 지난 5년간 한국 언론의 잘못된 취재관행, 권언유착, 언론의 왜곡보도를 꾸준히 비판했다.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미시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저널리즘 행태를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작업을 시도했고, 거시적인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언론개혁을 의제로 설정하고 추동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미디어 포커스〉가 “단순한 인상비평보다 구조비평에 적극적”이란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 현재 국내 유일의 매체 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 포커스' ⓒKBS

조·중·동의 왜곡·흠집내기에도 건재

〈미디어 포커스〉가 5년의 세월을 순탄하게 보낸 것만은 아니다. 일부 세력에선 ‘조·중·동 죽이기’, ‘친 정연주’ 방송이란 낙인을 찍어 〈미디어 포커스〉의 신뢰도에 흠집을 내려 했다.

적기가 파문은 결정적이었다. 2004년 8월 14일 〈미디어 포커스〉는 북한 혁명가인 적기가를 배경음악으로 40초가량 내보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제작진이 실무 담당자의 실수였다고 해명하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조·중·동이나 보수단체들은 이를 4년째 반복해서 거론하며 정연주 사장과 KBS를 비판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기자들의 심적 부담과 기피 현상이 〈미디어 포커스〉의 해소되지 않는 고민거리다. 제작진에 따르면 〈미디어 포커스〉는 기자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부서로 통한다. 〈미디어 포커스〉의 한 기자는 인사 발령 당시 “동료 기자를 비판할 지도 모른다는 건 큰 부담이었다”고 고백했고, 다른 기자는 “취재 기자를 상대로 취재한다는 게 정말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자들의 충성도가 높고, 소송이나 언론중재위 조정으로 이렇다 할 ‘말썽’이 없었다는 점이 지금의 〈미디어 포커스〉를 가능케 한 비결이다.

자사·방송보도비평 비중 늘어야

그러나 자사 비평에 소홀하다는 점과 방송 비평 비중이 적다는 점은 꾸준히 지적을 받고 있다. 김기태 교수는 “방송계, 나아가서는 KBS 스스로에 대한 비판과 반성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며 “다른 매체나 방송에 비해 오히려 더 가혹한 자기반성이 선행될 때 비로소 프로그램의 신뢰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용태영 데스크는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KBS의 보도에 문제가 있다면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내세우려고 한다”며 “다만 방송뉴스는 신문에 비해 보도 내용이 간략하고 사실 전달 위주이기 때문에 신문에 비해 비판 대상으로 선정되는 경우가 적다. 앞으로 방송 분야의 비판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갖겠다”고 밝혔다.

한편으론 좀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윤호진 연구원은 〈미디어 포커스〉의 계몽적·전문가적 관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시청층, 특히 젊은 시청층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선행돼야 한다. 미디어 상호비평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시청자들을 흡입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적 장치들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 국내 최초의 본격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었던 '미디어 비평' ⓒMBC

MBC·SBS도 적극 신설 검토해야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7년. 그러나 줄줄이 등장하던 프로그램들은 자취를 감췄고, 현재 〈미디어 포커스〉만이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MBC가 올 가을 매체 비평 프로그램을 부활시킨다고 알려졌으나, 윤능호 기획취재팀장은 “들은 바 없다”며 부인했다.

학계에선 다른 방송사들도 매체 비평 프로그램 신설을 적극 검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남재일 세명대 교수는 “MBC와 SBS도 자체적인 상호비평 프로그램을 고정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언론비평은 언론의 상업적 선택이 아닌 시민에 대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김기태 교수도 “미디어 상호비평 프로그램은 현 단계 한국 언론의 바람직한 개혁을 위한 자율 통제 장치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며 “실천적 의지를 가지고 미디어 상호비평 프로그램의 활성화와 지속적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미디어 비평' 후속으로 방송된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MBC

미디어 상호 비평 프로그램의 역사
ⓛMBC 〈미디어 비평〉
2001년 4월 MBC에서 시작된 본격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다. 신문 보도를 꼼꼼히 분석·비판하는 등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손석희 당시 MBC 아나운서에서 성경환 아나운서, 신강균 기자로 이어지는 잦은 진행자 교체와 저조한 시청률로 2003년 11월 폐지됐다.

②KBS 〈미디어 포커스〉
2003년 6월 28일 처음 전파를 타 KBS1TV에서 프라임 시간대에 꾸준히 방송되고 있다. 방송 초반엔 여성운동가인 김신명숙 씨가 진행을 맡다가 2005년 5월부터 이재강 기자가 진행했으며, 박상범 기자를 거쳐 현재 김현석 기자까지 계속해서 기자들이 직접 진행하고 있다.

③EBS 〈미디어 바로보기〉
2003년 10월 5일부터 2007년 2월 25일까지 3년 반 동안 방송됐다. TV·영화·신문·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에 대한 심층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해독능력을 길러준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취지대로 〈미디어 바로보기〉는 미디어 비평보다 교육에 중점을 뒀다.

④MBC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
〈미디어 비평〉 후속으로 2003년 11월 14일부터 방송됐다. 예능국 출신의 최원석 PD는 신강균 앵커의 ‘멜빵’ 의상부터 방송 세트, 음악 등 모든 부분에서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사실은…〉은 이른바 ‘구찌 핸드백 사건’으로 허망하게 막을 내려야 했다.

⑤MBC 〈암니옴니〉
이것저것 속속들이 캐묻는 모양이란 뜻의 순 우리말인 〈암니옴니〉는 2005년 2월 18일 〈사실은…〉 후속으로 신설됐다. 고발이나 탐사보도 성격을 줄이고 매체 비평 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였으나,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1년 4개월 만에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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