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퇴진 운동 계속... 더 강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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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승규 KBS 노동조합 위원장... "여론조사 발표 않은 건 내 착오"

▲ 박승규 KBS 노동조합 위원장 ⓒ 오마이뉴스 유성호

'국민의 방송' KBS가 혼란스럽다.

감사원의 특별감사, 국세청의 세무조사, 정연주 사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 요구 등 외부적 요인 때문에 어수선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언론계 안팎에서 "정연주 사장을 물러나게 하려는 정권차원의 표적 작업"이라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문제는 노동조합의 '정연주 사장 퇴진 투쟁'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다. 지난 2006년 11월 '복지대박 코드박살'이란 기치를 내걸고 당선된 노동조합은 줄곧 반 정연주 노선을 유지했으며, 지난 2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인 퇴진 투쟁을 벌이고 있다. 새 정부 들어 'KBS 차기 사장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도운 OOO씨가 유력하다'는 소문까지 돌기 시작하면서 내부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KBS 노동조합은 "사장에 적합하지 않은 정연주 사장을 먼저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줄곧 펼치고 있지만, PD협회나 기자협회 경영협회 등 직능단체, 일부 지역 총국 노조는 이런 노조의 주장에 저어하고 있다. "정연주 내보내면 청와대에서 생각하고 있는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노조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도 그리 곱지만은 않다. 전·현직 중견언론인 모임인 새언론포럼(회장 최용익 MBC 논설위원)은 지난달 성명을 내고 "KBS노조는 방송사상 최대 규모의 자주권 독립투쟁으로 기록되는 '1990년 4월 투쟁'의 주역"이라며 "현재 KBS노조는 '정연주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를 주장하고 있으나 우리가 보기에 내용상의 모순과 더불어 전략적으로도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정 사장이 퇴진할 경우 낙하산 사장의 임명은 짜여진 수순이며 KBS노조는 정부에서 획책하고 있는 '정연주 사장의 퇴진'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깨닫고 방송장악 반대투쟁에 나서라"는 것이다.

매일 타오르는 KBS 앞 '공영방송 사수' 촛불 사이에서는 이미 '어용노조', '뉴라이트노조', '한나라당노조'라는 비아냥이 터져 나오고 있다. KBS 노조는 촛불 시민들에게도 욕 먹고 보수단체 회원들로부터도 항의를 받는 등 곤혹스런 위치에 처해있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서였을까. 지난 20일 노조는 "투쟁의 우선 순위를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고 정치 독립적인 사장을 선임하기 위한 '국민참여형 사장선임 제도'를 만드는 데 두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이후 노조의 방향 선회가 예상되는 대목으로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KBS 노조는 지금 잠시 '숨 고르기' 하고 있는 분위기?

그렇다면 '정연주 사장 퇴진' 요구는 철회되는 것인가? KBS 노동조합은 아니 정확히 말해 박승규 집행부는 왜 각종 의혹을 받아가면서까지 정연주 사장 퇴진 투쟁에 매진하는 것일까. 논쟁의 핵심 당사자인 박승규 노조 위원장(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장)을 인터뷰했다.

인터뷰를 종합해 보자면 KBS 노조는 지금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박 위원장의 정연주 사장 퇴진 의지는 확고했다. 정권 독립적인 사장을 맞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 후에 더욱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계획을 거침없이 밝혔다.

박 위원장은 몇 번을 제외하고는 인터뷰 내내 정연주 사장을 그냥 '정연주'라고 불렀으며, "이미 (정 사장과는) 4월부터 관계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새 노조위원장 선거는 11월에 있다)는 질문에는 오히려 "임기 마치기 전에 반드시 새 사장을 선임할 것이고 그건 당연한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 위원장은 파문이 일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 고의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결과 공표는 노조의 권한"이라면서도 "비대위원 등과 공유하지 않은 것은 내 착오라고 생각한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박 위원장은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에 대한 본인의 생각 외에도 언론노조 및 시민단체와의 지속적인 갈등, 노조를 둘러싼 각종 의혹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밝혔으며, 노조의 노선을 묻는 질문에는 '아마추어 노조'라는 반어적 표현을 썼다.

박승규 노조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3일 KBS 신관 1층 노조 사무실에서 2시간여 동안 이뤄졌다.

"3년 지켜본 경험으로 구성원 80% 이상, 정연주 더 이상 안 된다고 판단"

- 그동안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에 매진하던 KBS 노동조합이 지난주 '정치 독립적 사장선임 제도'를 위한 투쟁 본격화를 선언해 관심을 끌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노조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큰 과제는 사실 어떻게 하면 KBS에 정치 독립적 사장을 맞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동안 거의 청와대가 원하는 인물이 왔다. 2003년 정연주 사장이 올 때의 형식을 두고는 '낙하산'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내용은 낙하산 맞다. 하지만 나름대로 절차 밟았다.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적합한 인물 추천하는 절차 걸쳐 어느 정도는 청와대에서 일방적으로 사람 보내는 것이 아닌 모양새였다.

그러나 연임 과정에서는 문제가 있었다. 3년 지켜본 경험으로 우리 구성원 80% 이상이 정연주는 더 이상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건 사내 정연주 지지 세력도 부정하지 않는다. 알다시피 정 사장을 두고 얼마나 극심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가.

노조를 둘러싼 많은 오해와 논란도 있는 것 같다. 현 상황에서 노조가 정 사장을 집중해서 몰아낼 수 있냐고 봤을 때, 솔직히 어렵다. 정연주 지지세력들은 정 사장 보내고 청와대에서 보내는 사장 맞으려고 하는 게 아니냐 이런 의심을 하고 있다. 정치적 독립 사장 선임 장치 마련한 뒤에 전체적 동의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치자는 것이다. 정치적 독립 사장 맞이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되면 정연주 더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다. 일단 정연주 퇴진 반대세력까지 하나로 합쳐 더 큰 목표를 성취하자는 거다."

- 그럼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에 집중하기 위해 만들었던 비대위도 해체하는 것인가.

ⓒ 오마이뉴스 유성호
"절대 아니다. 당연히 그대로 간다. 노조의 정연주 퇴진 투쟁 방침은 변함이 없다. 정연주는 퇴진해야 한다. 다만 새 사장 준비하는 체계를 명확하게 하자는 것이다. 분위기 만들고 더 강력하게 할 것이다. 정연주 사장 퇴진 문제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 '정연주 사장 퇴진'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인가.

"노조로서는 정연주 퇴진 운동도 중요하고, 정치 독립적인 사장을 받을 수 있는 체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순서적으로 지금 당장 안팎으로 갈등이 많으니 여건을 성숙하게 한 다음에 정연주 나가라고 할 것이다. 우리가 정치 독립적 사장 추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해서 정 사장을 보호하는 건 아니다. 그건 불가능하다."

"사내 일부 친정세력 분명히 존재한다"

- 그동안 지속적으로 정연주 사장 퇴진을 최우선에 뒀는데, 이 같은 노조의 입장 변화가 외부의 지적에 귀를 기울인 것이라고 봐도 되나.

"외부 지적 중에서도 우리 노조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다. KBS 앞 촛불집회 참석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시위대 구호 중에 '정연주 사수'라는 게 끼어들어 있다. 민주당 일부 세력과 국민참여네트워크 1219 등이 그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영방송 사수, 방송구조 개편 등 언론장악 음모에 대응한다는 건 그동안 KBS 노조가 보인 일관된 자세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정연주 사수'를 끼워 넣고 있어 아쉽다.

반면 대화가 되는 시위대도 있다. 날 보고 '어용노조' 위원장이라고 하는 사람 있었다. 1시간 얘기했더니 설득됐다. '정연주 내보내고 적합한 사장 받을 수 있는 환경 만들겠다'는 얘기 하면 얘기가 통한다. 집회에 나가보면 늘 정연주 지지했던 사람들, 노조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앉아있다. 정연주 사수 구호만 빼면 좀 더 축제 분위기 나고 좀 더 볼륨 커질 수 있다."

- 노조의 일관된 방향, 노선도 중요하지만 이런 식의 '투쟁방향 전환 선언'을 미리 했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물론 '정연주 사장 퇴진 투쟁을' 접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그러면 정연주 사수 세력과 합쳐지게 된다는 부담이 있었다."

- 노조가 20일 발표한 성명을 보니 '사내 일부 친정 세력'을 다시 한번 강조했던데 그런 세력이 존재한다고 보나.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보기엔 KBS PD협회는 다수가 그렇고, KBS 기자협회는 회장과 집행부, 그리고 젊은 기자들이 그렇다. 개혁적 부분만 강조하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그러니 오늘도 보수단체가 와서 빨갱이니 뭐니 얘기하는 것 아닌가."

- '최근 정국과 상황 변화에 따라 조합의 의사가 일부 왜곡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표현도 있는데 어떤 현실과 상황을 말하는 건가.

ⓒ 오마이뉴스 유성호
"KBS 노조가 정연주 퇴진 투쟁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하는데, 궁극적인 목적은 그게 아니다. 정 사장으로 인해 KBS의 현재가 너무 망각되고 있다. 앞으로 미래가 없다. 정 사장을 내보내서 새 사장을 받겠다고 하니까 마치 새 사장을 염두에 두고 정 사장을 내보내려고 하는 것 같다는 오해를 하는 것 같다."

- 20일 천명한 '국민참여형 사장 선임제'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나.

"과거에는 노조 일부와 시민단체 등이 사장 추천을 했는데 솔직히 그 자체도 특정 색깔 가진 사람들끼리 하는 것 아니냐. 폭넓은 국민 대표성을 가지는 사람들이 참여해서 대규모로 하자는 취지다. 규모는 70명 정도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좀 검토해 보니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참여 범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야 한다. 아직 확정한 상태는 아니다. 주중에 어떻게든 확정하고 다음 주쯤에 공개토론할 것이다. 전체 총회까지도 열 수 있다."

- 그 다음 절차는 어떻게 되나.

"정부에게 '국민참여형 사장 선임제'에 대한 노조의 생각을 전달하고 '이 정도는 구상할 수 있다'는 의지를 천명하라 압박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내겠다는 것으로 간주해 기자회견을 여는 등 여론화 작업을 할 것이다. 만일 정부가 받아들여 여건이 성숙됐다는 판단이 서면 다시 정연주 퇴진 요구를 할 것이다."

- 결국 순서만 문제일 뿐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은 계속하겠다는 계획으로 들리는데, 노조의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논란과 갈등은 여전할 것 같은데?

"당연하다. 그때도 정연주 퇴진을 놓고 논란이 일 것이다. KBS 내에 정 사장의 강력한 지지세력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간다. 정 사장 퇴진 싸움은 여태까지 계속 그래 왔다."

"감사원 표적감사, 정연주 퇴진 노조 투쟁 약화시켜"

- KBS 상대로 감사원이 특감을 벌이고 있고 국세청 역시 외주제작사를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표적 감사, 표적 세무조사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동의하나?

"표적감사는 맞다고 본다. 정 사장을 노린 표적감사다. 시기나 형식을 봐서는 통상적 감사로 볼 수 있는데 좀 서둘렀다. 실수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정 사장의 입지가 굳건해졌다. 정권 탄압에 대응하는 상징적 인물이 됐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매우 잘못했다.

정연주 내보내려는 노조의 투쟁을 약화시켰다. 실컷 뒤지고 뭔가 꼬투리가 없으면 화풀이는 구성원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고 공영방송 흔들기에 이용될 수 있다."

- 그렇다면 KBS 대상 감사가 시기적으로 조금 늦게 실시됐다면 노조가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말인가.

"우선 감사 자체를 피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조금 늦게 감사가 시작됐어도 표적감사 논란은 일었을 것이다. 물론 감사결과 내용을 봐야겠지만 만일 감사시기가 지금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정면으로 반대한다고 나서거나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 검찰이 정연주 사장 소환 통보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이 'KBS 편파보도 정연주 사장 퇴진' '불법 폭력 촛불시위 중단'을 주장하며 화형식을 진행하자 경찰관이 소화기로 불을 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바람직하지 않다.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노조한테도 좋지 않다."

-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도 '반정연주'를 내걸고 당선됐고, 그 이후에도 줄곧 정 사장 비판해왔고 지난 2월부터는 집중적으로 퇴진을 외치고 있다. 정연주 사장이 그렇게 잘못을 많이 했나.

"KBS 사장은 기본적으로 몇 가지 조건이 되어야 한다. CEO로서 KBS 미래를 그려야 하고,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 조직의 리더로서 조직통합에 앞장서야 한다. CEO로 능력 없다. 조직 역량 배가시키거나 발전시키는 요인이 전혀 없었다. 수많은 적자를 냈고 KBS가 급변하는 방송시장을 선점하지 못하고 있다.

사장으로서 모든 직원 포괄해야 하는데 조직이 쪼개져 있다. 반대하는 세력이 70% 넘는다는 것이 각종 설문을 통해 드러났다. 팀제 같은 것도 그렇다. 간부 1000명 줄였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 월급 줄었나? 직책수당이나 판공비 해봐야 20~30만원이다. 받으나 안 받으나 마찬가지인 사람들이다. 간부 1000개 줄였다고 하지만 노는 간부 1000개 만들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KBS 구조는 소팀제로 가야 하는데 간부 줄이는데만 치중했다. 물론 자율적으로 변했고 권위적인 문화 사라진 장점은 있다. 그런데 효율은 크게 떨어졌다. 사장으로서 역할 제대로 못했다.

공영방송 사장 역할도 마찬가지다. 진보 개혁 프로그램? 좋다. 그런데 아무 검증 없이 추진하면서 논란이 됐다. 송두율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증을 거듭해서 개혁적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부담스러워졌다. <미디어포커스>같은 개혁 프로그램도, 언론 잘못된 부분은 지적해야겠지만 특정 언론만 공격한다. 참여정부 시절 조중동 대 정부 이런 구도에서 조중동만 공격하면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지 않나. 실수 많았다."

-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문화가 창출됐고 권위적인 관습 타파 등에 대해 호평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정 사장이 잘한 것은 전혀 없나.

"국(局) 체계에서의 권위적이고 절대적인 문화 없앴다는 장점도 있다. 예전엔 결재 라인도 복잡했는데 이제 팀장 한 명만 거치면 된다. 속도도 빨라졌을 수 있다. 그런데 대팀제가 문제였다. 소팀제만 했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간부 수 줄여서 밖에다 개혁적 사장이라고 과시하고 싶어 그랬을 것이다. 대팀제는 우리한테 안 맞는 옷이었다. 정 사장 자신도 이건 시인했다."

-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노조가 과한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만장에 쓰여있는 문구를 봐도 그렇고 각종 입장문을 봐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극적인 문구가 눈에 많이 띈다.

"4월 8일 노사협의회 개최하면서 정연주 하고는 이미 끝났다. 그때 책임지고 나가라고 했다. 그런데 책임 안 졌다. 그래도 노조는 물리적으로는 안 했다. 그리고 만장에는 원래 저주의 글을 쓰는 것 아닌가."

"여론조사 결과 공표는 노조 권한 하지만 공개 않은 건 착오"

- <한겨레 21>이 오늘(23일) 발행한 716호를 보면 정연주 사장 퇴진 문제와 관련해 국민 1000명, 전문가 130명 대상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사실인가.

"설문조사 내용 공개해야 할 의무 없다. 이 설문조사는 정연주 거취 문제는 안 들어가도 되는 것이었다. 설문조사 내용이 7개인데 KBS 공정성 확보, 정치적 독립, 사장선임제도 등이었다. 주요 내용이 차기 사장 선임에 대한 메시지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5월 5일 날 실시했던 일반인 조사는 세게 (정연주 퇴진 찬성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사장 퇴진에 대한 외부의 시각 신뢰성 높지 않다. 세게 나온다고 해서 힘 받을 것 없고 적게 나와서 힘 빠질 거 없다."

- 응답자 66%가 '임기 보장'에 답했고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27%였다. 그래서 노조의 '고의 은폐' 의혹이 있다.

"'고의 은폐'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공개 안 한 적은 예전에도 있다. 공개 여부는 노조의 권한이다. 특히 이번 여론조사는 참고자료용이었다."

- 여론조사 설계 당시부터 '참고용'으로만 사용하려고 했나.

▲ KBS 직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사무실에 정연주 사장을 비난하며 만들어 놓은 허수아비 옆을 지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공개 가능성도 있었다. 비대위 자료여서 민감하긴 하지만. 그래도 조합원들에게 설문조사한다는 얘긴 했었다. 국민은 정연주를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다. 절대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비대위원들에게라도 공유하고 한 번 설명하는 게 좋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내 착오였다."

- KBS 내부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다. 노조는 지난 13일 성명에도 KBS PD협회와 기자협회를 대놓고 공격하고 있었는데? 외부에서는 노조의 이런 점을 좀 우려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PD협회로부터 지난 1년 반 동안 공격당했다. 악의적이다. 노동조합이 큰 조직이니까 다 담고 가야겠지만 심했다. 기자협회도 최근 몇 달 동안 아주 노조를 죽이려고 한다. 와해시키려고 한다. 이 상황에서는 정면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조가 '촛불집회가 순수하지 않다'면서 나름의 근거를 갖고 말한 부분이 조합원 사이에서 어느 정도 호소력을 갖고 있다. 촛불집회 KBS로 끌어들이는 것 매우 위험하다. 순수한 촛불집회라면 충돌 일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런데 촛불집회 나가보면 거의 오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 그러니까 보수단체까지 와서 싸운다."

(24일 KBS 노조는, 노조에 비판적인 글을 인터넷에 게재한 네티즌들과 함께 KBS 최 모 PD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PD협회 등 공격하지 않을 수 없다"

- KBS 앞 촛불이 변질됐다는 말인가.

"순수한 촛불집회를 자기 이해관계로 몰아가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와서 운동하는 사람이 있다. '정연주 사수' 구호만 빼면 순수한 쪽으로 볼륨 키울 수 있는데 이런 식이면 노조가 빠질 수밖에 없다. 다음 아고라 들어가 보면 오해의 소지가 많다. KBS 노조는 한나라당 2중대 세력이고, 뭔가 거래하는 세력이고…. 그런데 살펴보면 내부인 아니고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글들이 있다.

지난해 강동순 녹취록이 터졌을 때 <PD협회보>에서 내가 유승민 의원과 골프쳤다고 나왔다. 당시 협회장에게 전화해서 삭제했다. 이런 것 등은 내부에서 누군가 올렸을 가능성 높다. 촛불을 특정한 곳으로 몰아가려는 세력이 있다. 그리고 촛불을 통해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우리가 PD협회 등을 공격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노조를 무력화시킨다는 것인가.

"뉴라이트 노조니 어용노조니 이런 얘기 많이 나온다. 통합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이전까지 나쁜 이미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MBC 사장 마치고 바로 통합민주당 비례대표로 가는 것은 모순이다. 어떻게 갑자기 그 자리를 줄 수 있겠다. 그런 사람이 KBS 앞 촛불집회는 개인 자격으로 왔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어떻게 개인 자격으로 오나. 그리고는 노조 욕한다.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지 못하다. 본질은 이명박의 음모를 분쇄하는 것이고 노조의 정연주 퇴진 운동은 비본질인가? 민주당은 그런 자격 없다. 정연주를 낙하산으로 보낸 장본인들이다. 최 의원이 와서 앉아있는 민주당원 모임 천막에 분명히 '정연주 사수'라고 붙어 있다."

- 노조가 본관 앞 촛불집회 참석자를 굳이 채증까지 해서 일일이 분석해 발표할 필요까지 있었는가.

"채증까지는 아니고, 왜 촬영을 하기 시작했냐 하면 촛불이 KBS 앞으로 온 둘째 날 만장을 쓰러뜨리는 사람들이 발생했다. 그래서 사진 촬영 시작했다. 노조의 재물을 훼손하는 것은 당연히 노조에서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노동조합 욕하는 사람들이 누군지도 촬영했다. <동아일보>는 '노조 관계자가 PD협회장과 기자협회장이 술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도했는데 그건 노조도 모르는 일이다. 노조에서 밝힌 것으로 되어 있는데, 노조는 <동아일보> 취재거부 중이어서 그런 건 아예 불가능하고 일부 노조 관계자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취재대응까지는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예 아니오는 했다고 하더라. 언론중재위 신청하려다가 말았다."

- 정연주 사장 내보낸 뒤에 과연 방송독립 이룰 수 있는가 곧 대통령의 입김과 무관한 사장을 막아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정연주가 버텨줘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은데?

"정연주가 버티는 것은 방송독립 위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뉴스도 세 번 정도 임기 보호에 동원된 적 있다. 정 사장은 KBS에서 반체제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 본다. 공영성 지키는 것도 아니다. 개인을 위해 버틴다고 본다."

- KBS 노조가 성명을 내면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받아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수 코드가 맞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인데?

"우리가 성명 10개 내면 그 중 9개는 쳐다도 안 본다. 그러다가도 정연주 얘기 나오면 벌떼처럼 달려든다. 최근엔 많이 나왔다. 엄청 쓰겠군, <동아일보>는 좀 더 악의적으로 쓰겠군 이렇게 생각들 때 있다. 그런데 조중동 무서워서 할 일 안 할 수 없지 않은가. 조중동과 공통부분은 정연주 쫓아내자 이것 하나다. 신문방송겸영 반대, 최시중 반대 이런 것은 절대 조중동에 안 나온다."

- 강동순 녹취록 등 때문에 보수인사 혹은 한나라당과 KBS 노조의 관계가 의심받는 것은 사실 아닌가?

ⓒ 오마이뉴스 유성호
"그동안 일부러라도 정치인 안 만났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일 안 했다. 수신료 같은 업무상 이유 때문이 아니면 안 만난다. 사적으로 만난 적도 없다. KBS 출신 18대 국회의원 안영환 신성범은 함께 일했던 친한 기자니까 만나지만, 어쨌든 정치인은 가능하면 안 만나려고 한다."

- 정연주 사장 퇴진에만 매몰됐다. 그러다 스스로 위축됐다. 이런 지적도 있다.

"아니다. 만일 정 사장 퇴진에만 매몰됐다면 출근저지하고 사장실 점거하는 등 물리적 투쟁 안 했겠나. 노조 강성파는 '박승규가 정연주 쫓아낼 사람 맞나?'라고 의심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노조는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

"민언련 함께 갈 수 없다. 언론노조 자제해야 한다"

- 박승규 체제의 KBS 노조가 언론노조, 시민단체 등 외부세력들과 연대를 못해 온 것은 사실이다. 관계도 소원하다. 감정적인 골이 너무 깊게 팬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사내 안팎에 존재하는데?

"그래도 최근에는 외부 세력과 제법 얘기가 되고 있다. 외부에서도 KBS 노조의 얘기를 존중해 주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정 사장과 특수이해 관계가 있어 절대 같이 갈 수 없다. 민언련은 정 사장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언론노조 역시 방송장악 음모에 대응한다면서 KBS 노조의 정연주 퇴진 운동 방향을 흔드는 것은 부적절하다. 계속 이렇게 되면 KBS는 같이 갈 수 없다. (언론노조가)자제해야 한다."

- 얼마 전 언론노조와 관계정상화 논의하면서 밀린 조합비를 모두 내겠다고 밝히지 않았나. 약속은 이행했는가.

"월말에 납입하게 돼 있다. 이번 달 말에 완납할 계획이다."

 -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사장 선임 강행,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부적절한 처신 등이 언론계의 이슈가 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 사안에 대해 KBS 노조의 입장은 시종일관 변함이 없다. 우선 최시중 위원장은 자격이 없다. 방송통신위원장은 미디어를 종합적으로 관장하는 사람이다. 전문성과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최시중은 방송통신하고 아무 관련 없는 사람 아닌가. 뉴미디어를 습득할 수 있을 만한 젊은 나이도 아니고. 대통령의 시장 산업 논리에 맞는 미디어 재편을 위해 온 사람이다. 최시중 위원장이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는 자리가 얼마나 많은가. 공영방송의 중요성 등에 대해 강조하는 것도 전혀 없다.

'낙하산 사장' 문제는, 참여정부 때도 정순균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서동구 스카이라이프 사장 등 낙하산 많았다. 지금 낙하산 자체를 비판하는 것보다 낙하산 인사 안 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청와대에서도 분명히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을 보내려고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생각이 더 강한 것 같다. 그러나 언론계 내부 여건은 좀 좋아졌다."

"'박승규 노조'?... '아마추어 노조'"

- 임기가 넉 달 정도 남은 것 같다. 어떤 계획 세우고 있는가.

"사장선임 제도만 성숙시키고 정연주 빨리 나가라고 할 것이다. 임기 내에 차기 사장 선임 역할까지는 반드시 해내고 차기 위원장에게 물려줄 것이다. 그건 당연하다."

- 여전히 '정연주 퇴진' 운동 여론 형성이 잘 안 될 수 있지 않은가.

"잘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노조는 속도 낼 것이다. 이 문제로 내부 갈등 심각하지 않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극복되려면 정연주가 나가야 가능하다. 정 사장이 있으면서 하나로 되기는 어렵다."

 - 어용노조, 뉴라이트 노조, 한나라당 노조 등 노조로서는 그리 반갑지 않을 법한 별칭이 많이 붙었다. 위원장이 생각하기에 '박승규 노조'를 수식하는 단어는 무엇인가.

"'아마추어 노조'다. 난 노동조합에서 전임자로 일하기도 했지만 노조도 개혁대상이라 본다. 많이 반성하고 시스템도 대폭 손봐야 한다. 밖에 대고 이런저런 욕 하지만 노조의 행태를 보면 가장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이고 비도덕적이다. 쉽지 않았지만 이번 노조는 이런 것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생각한다. 아마추어지만 기존 노조와 달랐다. 정연주 사장 거취 문제에 대해 보수정당과 입장이 비슷해서 그런 얘길 듣고 있지만 정연주 사장 떠나면 한나라당과 입장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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