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호 방송 비평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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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호 방송 비평을 보고]
문화적 상대성, 그리고 잊혀진 것의 중요성
  • 승인 200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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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이 3월 21일 방송으로 60회를 맞이했다. 98년 10월 13일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을 첫 아이템으로 꼬박 1년 5개월을 넘겼는데, 그간 방송된 내용을 보면 문학 22편, 음악 17편, 미술 8편, 영화 2편, 패션, 뮤지컬, 만화, 연극 각 1편, 기타 7편 등 총 60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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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소재로 보면 주로 문학과 음악작품에 치중된 감이 있어 "문화기행이라기보다는 문학기행, 음악기행인 것 같다"는 주변의 질타도 있다. 아마도 문학작품의 이야기 구조가 프로그램의 틀 짜기에 용이하고, 음악이 영상표현에 있어 다른 장르보다 유연성이 크기 때문에 아이템으로 즐겨 선택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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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소재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비평자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프로그램의 기본 컨셉이 "문학과 예술부문의 명작을 통해 예술가의 창조적 정신과 작품의 탄생배경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고 보면, 평자가 제안한 바대로 소재의 범위를 "예술작품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현재도 살아있는 무형의 것―무용수의 삶이나 선상의 병영문화 같은 것" 등으로 넓혀야 한다는 제안은 프로그램 기본성격에 벗어나며, 그것은 전혀 다른 프로그램의 제안 소재로 본다. 더욱이 그런 소재는 이미 <도전 지구탐험대>와 <풍물기행 세계를 가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수용하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은 모두 같은 cp의 관장 하에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간 상호 차별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본 프로그램의 기본 컨셉에 보다 충실하되 장르의 폭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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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은 사실기록을 바탕으로 하는 연대기적 인물 다큐가 아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삶의 궤적을 쫓아가는 평범한 동선으로 구성을 설정했을 경우나, 다루고자 하는 작품이 문학일 경우는 종종 작품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영화의 클립을 활용한 사례가 많았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절판됐다가 새 단장을 하고 등장한 교양서적을 보는 듯하며, 작가적 관점과 심층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평자의 의견은 설득력이 있다. 이 점은 해외 프로그램의 기획과정에 늘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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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7|왜냐하면 취재현장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배제된 채 텍스트에 의존해 기획이 이뤄지고, 촬영은 내용적 사실확인에 그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서 작가적 관점을 카메라에 유연하게 담기에는 애초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의 해외취재는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찬거리를 미리 준비해가는 해외 여행객들의 여행습관"에 비유되기도 한다. 하기야 13박 14일의 짧은 여정은 여유를 갖고 맛을 음미한다기보다는 준비한 찬거리로 허기를 채우기에도 부족한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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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2|자고로 여행은 여정, 견문, 감상이라는 세 요소가 잘 준비되고 조화돼야 깊은 추억으로 남는다. 프로그램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구성의 틀인 여정, 담아야 할 내용으로서의 견문, 그리고 작가로서의 관점인 감상, 이 세 가지가 적절히 배합될 때, 입맛에 맞는 해외음식을 만났을 때의 즐거움처럼, 좋은 프로그램을 감상한 후의 진한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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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그러나 방송시간 밤 12시 10분은 여유로운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통상적인 식사시간이 아니기에 맛과 여운을 논할 계제가 아니다. 심야 늦은 시간에 졸면서 음식을 먹을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평자는 되려 늦은 시간이어서 "차분하게 프로그램에만 몰입할 수 있다"는 시간의 역설을 주장하지만 제작진의 의견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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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6|현재의 편성시간이 애초부터 그 시간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고 두 차례나, 그것도 채널을 이동하면서 옮겨다녔기 때문에 시청 층의 분산이 불가피했다고 본다. 더군다나 고정 시청자들은 밤참을 먹자니 소화가 되지 않는다며 시간을 옮겨 달라고 아우성인데, 제작진으로서는 낮은 시청률의 원죄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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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1|입맛에 맞는 음식을 요리하지 못해서 손님이 없는 것인지, 요리시간이 늦어서 손님이 끊긴 것인지는 상식의 선에서 판단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제작진은 잠든 다수보다는 깨어있는 소수의 파워를 믿기 때문에 문화의 편식, 사상의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소재를 유럽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권의 시각을 유지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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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체코의 스메타나, 코사크의 미하일 숄로호프, 그리스의 테오도라키스, 쿠바의 호세 마르티, 멕시코의 디에고 리베라, 남아공의 나딘 고디머, 칠레의 파블로 네루다 등이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문화는 곧 이데올로기이며 언어와, 자본, 시장의 논리에 의해 지배 유통되고 소비된다는 사실을 문화 읽기의 간단한 상식으로 제시하고자 했다. 평자의 표현대로 "상식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영상여행의 즐거움"은 그래서 가능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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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8|문화는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리고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 이제 숨어 있는 그 무엇, 보이지 않는 그 무엇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시청률을 담보하지 않는다 해도 무명 때문에 대신 그 중요성이 잊혀지는 아쉬움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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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0|그것은 제작자 자신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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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2|그리고 그에 대한 비평은 항상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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