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불매 운동, 미국에선 일상적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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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매 운동, 미국에선 일상적인 일
[기고]전영우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전영우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08.06.30 17: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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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불매운동이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조·중·동은 약속이나 한 듯이 네티즌들이 벌이고 있는 조·중·동 광고주 압박을 불법이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광고주 압박 운동을 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와 카페에 경고문을 발송하고 폐쇄를 요구했다. 네티즌이 불법을 자행한다고 신문사에서 호들갑을 떨고 검찰을 압박하니, 곧 검찰이 나설 모양이다. 신문사는 생존이 걸린 문제니 그런다고 해도, 특정 신문의 호통 한마디에 냉큼 수사에 나서는 검찰은, 자존심도 없나? 한심한 일이다.

입만 열면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신문사들이, 정작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소비자 불매운동을 불법이라고 외치고 있다. 하긴, 지난 정권에서 그렇게 국민건강을 위협하던 광우병을 정권 바뀌었다고 갑자기 괴담으로 둔갑시키는 신문들이니, 시장경제를 공산주의로 탈바꿈시켜 보도한다 해도 그리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지만.

▲ 최근 조선일보 광고끊기 운동으로 화제를 모았던 '82쿡닷컴'의 주부들이 지난 22일 조선일보가 있는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선일보를 공개비판했다. ⓒ오마이뉴스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가장 충실한 나라로 단연 미국을 꼽을 수 있다. 시장경제에 충실한 만큼, 소비자 주권 운동도 활발하고 자유롭게 진행된다. 미국에서 언론사에 대한 광고주 압박은 소비자 주권 운동 차원에서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이다. 언론사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독자들이 언론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광고주를 압박하는 행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에서는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소수민족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가 문제가 되어 절독운동과 광고주에 광고 철회 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사측과 갈등관계에 있는 언론사의 노조에서 자사의 광고주에게 광고 철회를 요구하기도 한다. The Parents Television Council라는 단체에서는 CBS 방송의 〈Dexter〉라는 프로그램이 잔인하다는 이유로 광고주들에게 이 프로그램의 광고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수적인 논조로 비판을 받고 있는 미국 폭스방송(Fox TV)에 대한 광고주 압박운동은 우리와 판박이처럼 닮았다. 폭스방송은 편파적인 친 공화당노선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인들은 한국 네티즌들과 똑같이, 폭스에 광고를 하는 베스트바이(Best Buy)와 P&G에 항의 메일을 보내고 항의 전화를 한다. 폭스에 광고를 끊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이들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할 것임을 명시한 항의편지 양식을 인터넷사이트에서 공유하고, 항의 메일을 보낼 주소를 명시하고, 구체적인 불매운동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극우 성향의 러쉬 림보(Rush Limbaugh)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 대한 광고주 압박운동을 위해서, 시민들이 “미디어 되찾기(Take Back the Media)”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 단체에서는 광고주 압박 운동을 시작한지 12시간 만에 주요 광고주들의 광고철회를 이끌어냈다고 밝혔고, 그 결과 이 라디오방송이 존폐의 기로에 있다는 언론기사도 찾아볼 수 있다. 조·중·동에서는 조직적으로 불매운동을 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보도했는데, 미국에서는 조직적으로 불매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기본 중 기본으로 간주된다.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당연히 조직적으로 불매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느 단체에서는 광고주를 압박할 뿐 아니라, 광고에 출연한 모델에게까지 광고출연을 취소하라는 압박을 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종종 부도덕한 기업의 광고를 받았다는 이유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언론에 대한 불매운동과 광고주압박은 미국에서는 일상적이고 자유로운 행동이다.

이런 미국의 언론 불매운동이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불법행동이라는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다. 기본적인 소비자 주권운동이기 때문이다. 언론사도 정보를 파는 기업이고, 소비자들이 언론사에서 파는 정보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불량이라고 생각할 때 불매운동에 나서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당연한 일이다. 미국에서는 광고주 압박을 시장경제에 입각한 정당한 소비자 권리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이런 운동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어, 신문의 논조를 바꾸거나 방송의 내용을 바꾸기도 한다. 언론사가 고객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전영우 교수
지금 조·중·동 폐간을 외치고 광고주 불매운동을 하는 네티즌은, 보수언론이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평범한 시민이고 소비자들이다. 불량상품의 자발적 리콜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광고주 압박을 리콜 수단으로 택한, 지극히 평범한 소비자일 뿐이다. 불량상품에 대한 구체적 사례는 인터넷에 넘쳐흐르는데, 정작 검찰은 불량상품 제조업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소비자를 수사하겠다니,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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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 2008-07-01 13:19:45
그때는 언론탄압이라고 지랄했던것 같은데....
똑같은 사안을 다르게 말하니 신뢰가 안생기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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