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강동순 녹취록과 한나라당의 언론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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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하얀 백지 위에 다시 그려야 한다”

▲ 지난해 4월 강동순 전 방송위원이 국회 문광위에 출석해 호남비하 및 대선 관련 발언 녹취록 관련 답변하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대언론 정책이 문제가 되면서 지난해 5월 언론계를 강타한 당시 강동순 방송위원의 ‘녹취록’에 담긴 내용들이 최근 상황과 맞아 떨어지면서 ‘강동순 녹취록’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강동순 녹취록’은 지난해 2월 당시 방송위원회 한나라당 추천 위원인 강동순 위원과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 신현덕 경인TV 대표 그리고 KBS 심의팀 윤명식 PD가 여의도 음식집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수록된 것으로 지난해 4월 공개됐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집권을 위해 언론을 어떻게 이용할 것이며 집권 뒤 구상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언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방송 ‘새판 짜기’ 구상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나라당의 ‘방송 새판짜기’는 이미 녹취록을 통해 예견됐다. 이 자리에서 강 씨는 한나라당 대선 승리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얘기하면서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된다”고 말했다. 강 씨는 정권 장악에서 ‘방송의 영향력’을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방송계 ‘새판짜기’ 구상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우익단체 동원 방송 압박

또 이들은 우익단체들의 방송 모니터 활동을 비롯해 “우익단체의 지원이 대선에서 중요하다”는 대화를 이어갔다. KBS 정연주 사장을 비판해온 ‘공정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는 대선 당시 방송 3사 뉴스 모니터를 진행하는가 하면 방송위원회에 시청자불만처리를 통해 심의 징계를 유도하는 등 이날 대화 내용들이 실천에 옮겨졌다.

묘하게도 대선 당시 모니터 활동을 주도하고 정연주 사장을 비판해온 ‘공정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대표인 유재천 한림대 교수는 최근 KBS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또 강동순 당시 방송위원은 감사원에 KBS 대한 국민감사 청구를 진행한 뉴라이트전국연합 산하 방송정책센터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감사원은 결국 이들 단체의 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현재 KBS에 대한 대대적인 특감을 진행 중이다.

이날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끈 윤명식 PD 역시 ‘KBS 압박카드’로 그가 위원장으로 있는 공정방송노동조합(공방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안에서 머리띠 두르고 조끼입고 이거는 못하지만 언론플레이를 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노동조합 이름을 KBS 공정방송 노동조합이라고 지었다. 그러니까 저희가 하는 소리는 공정방송하자고 하는 얘기처럼 들릴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공식 출범한 공방노는 최근 KBS 내에서 ‘정연주 사장 사퇴’를 주장하며 정 사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KBS 내부 갈등 조장

또 당시 윤명식 PD는 “지금 국회의원 몇 분 당선되는 것보다 KBS 노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노조가 막강하다. 내년 대선 때 노조가 제대로 들어서면 반은 정연주를 견제할 수가 있다”고 말해 노조의 역할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또 강 씨는 녹취록에서 KBS노조를 통해 뉴스의 성향을 통제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녹취록이 공개된 당시 박승규 위원장은 유감을 표명하며 이날 대화에서 본인이 언급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KBS노조는 PD협회를 비롯한 내부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연주 사장 사퇴 투쟁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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