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 역사 앞에 떳떳하게 심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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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원회 전체회의 방청기

 어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다음(Daum) 내 ‘광고불매운동 게시글’과 MBC ‘PD수첩-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 1, 2편’에 대한 심의가 있었다. 현재 촛불집회가 50일 넘게 계속 되고 있고 이에 대한 정권 차원의 대대적인 공세 속에서 열린 심의여서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5시간이 넘게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수준 높은 논의를 기대했으나 정파성에 갇힌 결과를 내놓고 말았다. 대부분의 위원들은 자신을 추천한 정당의 입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2건 모두 6:3이라는 구도 하에서 심의가 이루어졌다. 물론 일부 소수 위원들은 발언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지만 대부분의 위원들은 미리 결론을 내 놓고남의 주장은 듣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광고불매운동 게시글’ 건은 논의 시간이 길었으나 결국 해석의 여지가 많은 내용들에 대해 서둘러 표결로 결론을 내 버렸다. PD수첩 건도 역시 표결 처리를 통해 다음 주 전체회의에서 ‘의견 진술’을 듣는 것으로 결론 내 버렸다. ‘의견 진술’은 통상 주의 이상의 제재 조치를 전제로 하는 절차이다. 한차례 더 심의를 남겨 놓고 있으나 어제 방식으로 한다면 결론이 이미 나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어제 심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위원들이 과연 PD수첩 1, 2편 및 제3편까지도 모두 제대로 보고 심의에 임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몇 부분만 보고 얘기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PD수첩은 달을 가리키는데 일부 위원들은 손가락이 어떠니 손톱이 어떠니 하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물론 지엽적인 몇몇 실수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PD 수첩이 제기하고자 했던 본질적인 문제들은 그런 것들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우너 소가 광우병 소인지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이 광우병 때문인지 하는 문제는 PD수첩 3편을 모두 본 사람이라면 이 프로그램의 본질이라 생각지 않는다. PD수첩이 제기한 본질적 테마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 과정의 문제점과 미국 도축 시스템의 문제였던 것이다. 결국 PD수첩 방송 결과 정부는 추가 협상이라도 해냈고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제한적이나마 들여오지 않기로 하지 않았는가? 따라서 제대로 된 심의라면 지엽적인 문제들에 얽매이지 않고 본질적이고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판단해야 했다.

 PD수첩 건은 이미 정치 문제화 돼 있다. 정권은 현재의 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해 PD수첩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올인하고 있다. 검찰은 전례 없이 5명의 검사를 투입해 전담반까지 만들어 수사하고 있다. 지금 검찰은 지난 5년 동안의 독립성 확보 노력을 내팽개침으로써 정치 검찰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적으로 자율적인 민간심의기구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결과를 내놓는다면 ‘정치심의위원회’라는 오명을 벗을 길이 없다.

방통심의위원회의 권위는 신뢰에서 나온다. 한 번 실추된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려움을 명심해야 한다. 심의위원들은 정파성에서 벗어나 긴 호흡으로 역사적 평가를 염두에 둬야한다. 그리고 촛불을 든 국민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제대로 읽고 양심과 상식에 맞는 판단을 해야 한다. 우리는 다음 주 PD수첩에 대한 심의를 예의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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