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도 곡할, 거침없는 언론장악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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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통위원장 취임 100일]

오는 3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취임 100일을 맞는다. 최 위원장의 100일은 사실상 방송통신위원회의 출범 100일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형님인사’로 취임 초반부터 말이 많았다. 최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 ‘멘토’로 대선 시절 자문 역할을 했던 ‘6인 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 최시중 방통위원장 취임 장면


이명박 대통령의 영원한 ‘멘토’

최시중 위원장의 정치적인 행보는 취임 초반 자격 시비를 일으킨 가장 주된 원인이다. 정치중립과 관련한 언론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던 최 위원장은 취임 100일도 안 돼 정치적인 행보를 보였다.

최 위원장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자 5월 6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정부의 홍보가 잘못됐다”며 훈수를 놓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며칠 뒤인 5월 12일에는 김금수 KBS 이사장을 만나 정연주 KBS사장의 조기 사퇴를 얘기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파문을 다룬 방송보도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최시중 위원장은 법에 위반된 정치적인 행보를 해왔기 때문에 여당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가 탄핵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스스로가 물러나던지 그렇지 않으면 18대 국회에서 탄핵돼야 한다”고 말했다.

‘측근 심기’ 역시 문제다. 최 위원장이 대변인과 정책보좌관 등 직능과 상관없이 ‘측근’을 심기 위해 직제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변인으로는 이태희 전 한국일보 기자가 유력하고 정책보좌관은 최 위원장의 비서 출신인 신 모씨와 정치 기획사 출신의 정 모씨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방통위의 이 같은 직제 개정 요청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난색을 표하자, 방통위는 공무원법에 따라 대변인과 4급 계약직 2명을 공모를 통해 뽑을 수 있는 계약직 공무원으로 하는 직제 개정안을 추진, 최근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빠르면 이번 주 내에 관련 직제 개정안이 확정되고 거론된 인사들이 모두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진만 한국방송학회 회장은 “위원장은 방통위 조직에서 가장 필요한 직제와 인력이 어떻게 되는지 고민하고 잘 정비해 업무의 효율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부처간 업무 영역도 명확하지 않은 시점에 근시안적으로 인력 등을 채용하기 때문에 내부 직원들의 사기가 점점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미디어행동이 대국민 선전물로 마련한 최시중 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관계를 비꼰 패러디물.


친기업 정책으로 공공미디어 질서 훼손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 완화 일변도의 정책방향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최시중 위원장은 지난 3월 25일 취임식에서 “국민 편익과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실제 지난 5월 방통위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위해 작성한 내부 보고서 ‘경제, 사회의 효율성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세계일류 방송통신 실천계획’에 따르면 방통위는 대기업의 방송소유 진입 장벽을 낮추고, KBS 2TV와 MBC 민영화 추진, 민영 미디어렙 도입 등 친시장적인 정책 추진을 예고했다.

또 방통위는 광고제도 전반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개편을 제시했다. 방통위는 민영미디어렙과 복수미디어렙 추진계획을 밝혔다. 또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 확대 및 가상광고, 양방향광고 등을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제시했다.

그러나 방통위의 계획이 규제 완화를 통한 친시장적인 정책들이어서 지상파 방송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는 물론이고 공공미디어 질서마저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방통위는 뒤늦게 실무 검토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곧 현실로 일어났다. 방통위는 지난달 27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대기업의 보도, 종합편성 채널 진입 장벽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방통위는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이하 IPTV법)시행령’을 의결하면서 현행 방송법 시행령에서 자산총액 3조원 미만 대기업에게만 허용하는 종합 보도 채널 진입을 자산총액 10조원에 해당하는 기업에게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확정했다.

언론계는 “대기업의 진출로 인해 조·중·동 등 족벌언론의 방송진출 등 일부 자본력 있는 매체에 의한 ‘여론 장악’이 우려된다”며 좀 더 논의한 뒤 결정할 것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의견은 전체회의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방통위원들은 대기업의 방송진출 문턱을 낮추기로 합의, 의결했다.

언론계는 이 같은 방통위의 입장이 이명박 정부의 신문방송 겸영의 전초전으로 방송법 시행령, 신문법 시행령 개정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통위의 밀실 행정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최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방통위 설치법)’이 규정한 회의 공개 원칙에 역행해 ‘주요 안건’에 대해 비공개로 처리해 시민단체와 국회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조금만 민감하면 ‘비공개’로 회의 진행

방통위는 최 위원장이 취임하고 난 뒤 16차례에 걸쳐 전체회의를 소집해 방송통신 관련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 그 가운데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시행령 제정에 관한 사항’(4월 16일, 21일), ‘신규 영어 라디오방송(FM) 도입 기본 계획에 관한 건(5월 2일) 등을 비롯해 방석호 홍익대 교수와 유재천 한림대 특임교수를 KBS 보궐 이사로 선임하는 건(4월 29일, 5월 30일)도 모두 비공개로 처리했다.

심지어 국회의원이 요청한 자료인 ‘KBS 보궐이사 추천에 관한 건’ 속기록의 경우도 “방통위원의 사생활 침해 방지와 공정한 업무수행 보장을 위해” 성명을 모두 음영 처리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방통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회의록도 의결사항에 대한 결과만 공개할 뿐 방통위원의 발언 등은 밝히지 않았다.

방통위 의안조정팀의 천지현씨는 “속기록까지 공개할 경우 위원회가 독립적인 운행에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속기록은 공개하지 않아도 기자들이 풀(pool)단으로 회의에 들어오기 때문에 회의록 자체가 비공개라고 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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