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위에 군림하는 검찰과 방통심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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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위에 군림하는 검찰과 방통심의위
[기고]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 승인 2008.07.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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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환 상지대 교수
최근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에 올린 게시글을 정부가 강제적으로 삭제하고, 게시글을 올린 사람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나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 특정 프로그램의 번역 및 자막 오류까지 검찰이 조사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분명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08년 7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포털사이트 다음 내 조선·중앙·동아일보 신문광고 불매운동 게시글 일부에 대해 삭제 결정을 내렸다. 게시글 삭제의 이유는 명백하다. 건전한 법질서 저해, 타인의 권리침해 등 미사여구를 써서 표현했지만 요점은 반정부적인 불온통신이라는 것이 삭제 결정의 근본 이유일 것이다. 행정기관이 표현내용을 강제적으로 삭제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게시글의 삭제 결정을 강행한 걸로 봐서는 정치권의 압력이 꽤 강하게 작용한 듯 싶다.

그러나 방통심의위가 다음에 실린 게시글을 삭제하도록 한 명령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에 따르면 방통심의위원의 60% 이상은 집권당이 차지하게끔 되어 있다. 애초부터 방통심의위는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구조인 셈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어떠한 논의 과정을 거쳐 삭제 결정을 내렸는지를 알 수 있는 회의록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더구나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 자체적으로 불온통신, 불법 게시물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이런 규정 자체가 위헌으로 이는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불온통신의 단속’을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등에 대해 2002년 6월 27일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중략)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라고 밝힌 뒤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편, 방통심위위의 게시글 삭제 요청에 뒤질세라, 검찰도 〈PD수첩〉에 광우병 보도와 관련한 취재 원본 테이프의 제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선·중앙·동아의 신문광고 불매운동과 관련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과 〈PD수첩〉에 대한 검찰의 테이프 제출 요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형국이다.

하지만 다음 아고라의 게시글 삭제나 〈PD수첩〉의 취재과정에 대한 검찰의 조사는 모두 국민적 저항을 받고 있는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의 진앙지로 의심받고 있는 다음의 아고라와 〈PD수첩〉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 탄압이라는 의구심을 사기에 족하다. 언론기관의 취재는 방송이 목적이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본연의 취재목적 이외의 방도로 취재 내용이 활용되는 것은 취재 윤리에 어긋난다.

특히 진실보도라는 관점에서 보면 뉴스가 아닌 〈PD수첩〉의 경우 진실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면 취재한 내용을 프로그램으로 제작하여 방송하는 것이 사회적인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물론, 해외에서도 사법기관이 언론기관의 취재테이프 제출을 요구한 사례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외 방송사들은 취재내용은 방송이외의 목적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외부에 취재내용을 유출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일본방송사의 경우 사법적인 판단에 따른 강제집행조차도 취재내용을 외부에 유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로 간주한다. 법원이 제출을 요구할 때도 첫째, 요구된 테이프가 증거로서 명백한 가치가 있을 경우, 둘째, 테이프의 제출이 취재기관의 표현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을 경우로 범위를 엄격히 제한한다.

최근 붉어진 일련의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은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 국정철학을 ‘화합적 자유주의’로 설정했다. 적어도 화합적 자유주의를 국정철학으로 삼는 정권에선 기업은 규제완화 일변도인데 반해 국민들의 목소리엔 재갈을 물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자율은 믿는 것은 국민들 개개인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믿는 것이다. 자유주의를 국정철학으로 삼았으면 국민들을 신뢰하고 표현의 영역에도 자유주의를 과감하게 도입하는 것이 균형 잡힌 국정운영이라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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