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표적수사’ 언론탄압 오욕의 역사로 남을 것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중계] 긴급토론회 ‘PD수첩’ 에 대한 검찰 수사, 어떻게 볼 것인가

▲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한국언론학회, 한국PD연합회, 문화연대가 공동 주최로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 토론회’가 개최됐다.
“〈PD수첩〉에 대한 검찰수사는 법리적, 윤리적 측면에서 모두 부당하다.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위험을 적절한 시점에 알린 프로그램이다. 〈PD수첩〉의 자막 오역과 진행상의 오류는 진정성 측면에서 법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최근 MBC 〈PD수첩〉의 검찰수사에 대해 언론계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월 29일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방송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가 명예훼손을 제기, 검사 5명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날 방송 내용과 관련한 취재 원본 870분 분량의 테이프 제출도 〈PD수첩〉 제작진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검찰수사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PD수첩〉 방송 내용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단순히 법적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한나라당이 개입된 정치적 사건으로서 “부당하다”는 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언론학회, 한국PD연합회, 문화연대가 공동 주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 토론회’에 참석한 학자들도 이 같은 비판을 쏟아냈다.

“집시법 주동자 혐의를 씌울 생각인지 알고 싶다”

발제에 나선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PD수첩〉에 대한 명예훼손 형사처벌이 과연 무엇을 문제 삼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농림식품수산부 장관과 협상단 소속 관료들의 명예훼손을 지적하려고 하는 것인지, 〈PD수첩〉 방송이 나간 후에 전개된 촛불시위 등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규명해 책임을 물으려고 하는 것인지 확실하지도 않고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장관을 비롯한 관료들의 명예훼손 문제라면 방송 내용이 장관, 협상단 소속 특정 관료들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될 일”이라며 “공직자와 정부정책에 대한 명예훼손적 언론보도를 면책해 온 기본 법리를 적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상혁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도 명예훼손 절차가 법리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는 범죄 사실이 인지되어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농림수산식품부의 ‘명예훼손’ 수사의뢰 만으로 수사를 시작한 것은 〈PD수첩〉을 제재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라며 “〈PD수첩〉에서 다우너 소와 아레사 빈슨이 광우병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한 것이 농식품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인데 이 부분은 바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PD수첩〉이 촛불시위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 여부에 대해서는 “방송보도로 인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면서 언론보도로 인해 매출이 급감한 기업에 대해서도 언론보도 피해의 인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예로 제시했다.

한 변호사도 “〈PD수첩〉에 집시법 주동자 혐의를 씌울 생각인 것인지 알고 싶다”며 “명예훼손을 통해 〈PD수첩〉에게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죄목 기준이 현재 애매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과 조선·중앙·동아일보가 〈PD수첩〉의 검찰수사를 합리화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검사출신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PD수첩〉 보도에 대해 ‘과오’가 아니라 ‘고의’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오로 주장하면 형사사건이 성립되기 힘들고 ‘고의’가 받아들여지면 형사 처벌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칼럼과 대대적인 기사를 통해 비판하는 것에 대해 “〈PD수첩〉을 공격하는 형식과 내용이 정도를 벗어난 저널리즘의 형태”라고 성토했다.

“자막 오역, 전체 프로그램의 문제로 매도해선 안 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PD수첩〉 4월 29일 방송분에서 딸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의심하고 있는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인터뷰 중 ‘CJD(크로이츠펠트야콥병)’라고 말한 것을 제작진이 ‘vCJD(인간광우병)’로 바꿔 자막 처리한 실수에 대해 다양한 입장이 제기됐다.

일부 토론자가 “‘검찰수사’와 별개로 ‘〈PD수첩〉의 오역 자막처리와 진행자 실수’는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PD수첩〉의 진정성과 공익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이 같은 실수가 “〈PD수첩〉의 의도적 오역했다”라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보도내용이 사회성, 공공성을 갖춘 국민의 알권리 대상이라면 부적절한 용어, 자극적인 언어, 단정적인 표현 등이 존재해도 전체 내용이 왜곡되지 않으면 위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학수 MBC PD는 “〈PD수첩〉이 완벽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PD수첩〉은 쇠고기 재협상에 문제점이 없는지를 고민했고 CJD를 vCJD로 비교해 제시한 건 방송의 전체 맥락상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동협 SBS PD도 “(이 같은 문제를) 취재윤리 문제로 말하는 것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서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 격”이라며 “PD들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의도를 고민하는 것이 사실이고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PD와 같은 맥락에서 김혁조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PD수첩〉이 던지는 주제의식 등을 비춰볼 때 번역·영상의 문제는 사소한 문제”라며 “〈PD수첩〉의 진정성은 ‘국민의 건강이 위험해질 수 있다’, ‘광우병이 걸릴 수 있다’ 등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안배로 구성된 방통심의위 공정성 심의 자격 있나”

〈PD수첩〉에 대해 검찰수사 외에도 방통심의위 심의가 함께 진행되는 가운데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기준을 어떻게 판단하고 적용할지 여부도 이날 토론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PD수첩〉은 공영방송에서 공정성이 어떻게 달성되어야 할 것인지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고 본다”며 “다른 방송도 마찬가지로 언론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어디로부터 독립을 말하는지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토론자들은 정파적으로 구성된 방통심의위원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이영주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방통심의위원회가 〈PD수첩〉의 자율성, 책임성의 문제를 진지하게 사고할 수 있는 조건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방통심의위원회 위원들이 학자의 자율성과 전문성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현석 KBS기자협회장은 “프로그램 심의는 원칙을 가지고 평가를 해야 하는데 방통심의위원들이 투표 행위를 하듯이 웬만하면 6대 3의 비율로 심의가 진행되는 것 같다”며 “정파적인 위원 구성이 정부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