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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토론회…다음 ‘아고라’ 인터넷 여론조작 배후 지목

다음 ‘아고라’를 통해 결집한 촛불민심에 데인 후 인터넷 괴담론·배후론을 제기했던 한나라당이 포털 관련 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와 정책위원회 제6정조위원회는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임태희, 인터넷 여론 조작 배후로 ‘아고라’ 지목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인사말에 나선 한나라당 지도부는 미국 쇠고기 사태를 예로 들며 포털 사이트를 통한 왜곡된 인터넷 여론의 확산을 비판하면서 관련 법 정비의 시급함을 주장했다.

박희태 대표는 “인터넷이 시대의 총아가 됐지만 (인터넷) 이용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자도 많이 생기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인터넷 때문에 웃는 사람도 있지만 눈물 흘리는 사람도 많은 만큼 관련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인터넷 공간이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창구로 사용되면 모든 이들에게 유용할 수 있지만, 왜곡·과장·선전의 도구로 사용될 경우 국민 전체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는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익명성의 공간에서 무책임한 말을 쏟아낼 때 사회적 파장이 얼마나 큰지 우리는 최근의 여러 사태와 지난 정권을 통해 많이 봤다”며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위한 법을 잘 정비해 9월 (정기국회에서) 꼭 법제화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여론 조작의 사례로 다음 ‘아고라’를 지목했다. 그는 “최근 <한국일보>가 MBC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찬반투표를 하고 있는데, (투표가 시작된) 어제(8일) 오후 1시 정도만 해도 2000명이 참여해 찬성 68%, 반대 32%의 여론을 나타냈는데 30분 만에 6만명이 참여, 찬성과 반대 비율이 26%, 74%로 역전됐다”며 “<한국일보>의 찬반투표가 ‘아고라’에 소개되면서 불리한 여론을 걱정한 일부 작전세력이 붙은 듯하다”고 주장했다.

임 의장은 이어 “<한국일보>가 이 여론조사를 토대로 기사를 쓸 경우, 그를 두고 과연 균형 잡힌 기사라 할 수 있겠냐”면서 해당 투표가 기사로서 가치 없음을 주장했다. <한국>의 편집인들에게 해당 투표 결과에 의거한 기사작성을 하지 말길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나경원 의원(제6정조위원장)은 “조·중·동 광고주 압박으로 촉발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어찌 보면 거대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포털의 책임에 대한 대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메인화면 뉴스편집 포기해도 포털 영향력은 유지될 것”

이날 토론회에서 ‘포털사이트의 현황과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은 최근의 이슈인 ‘네이버’의 메인화면 뉴스편집 포기와 관련해 “뉴스 편집권은 누리꾼들이 갖게 되지만 여전히 기존 언론사들이 제공하는 뉴스 내에서 취사선택해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포털의 영향력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언론사간 서열만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7일자로 조·중·동이 ‘다음’에 대한 뉴스 공급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네이버는 보수, 다음은 진보라는 구도가 형성되면 네이버의 진보층 이용율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네이버가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 원장은 “이를 계기로 그동안 ‘갑’의 위치에 있던 포털에 대한 반격 차원에서 경제지를 포함한 다른 언론사들도 (다음에 대한 뉴스 공급 중단에) 동참할 경우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타 신문사들은 포털을 통해 자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숫자가 높고 이를 통한 광고수입 그리고 포털로부터 받는 정보 제공료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결정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포털의 거대화에 따른 문제를 얘기하면서도 “단기적으로 포털을 규제하려는 성급한 시도보다 이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진흥과 규제를 동시에 담는 법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공익성 강화 △공정경쟁 환경 조성 △인터넷 콘텐츠 진흥 방안 강화 △이용자 보호 △산업 진흥 등을 골자로 한 (가)통합인터넷미디어법 제정을 주장했다.

성 원장은 이어 인터넷 발전 등으로 인한 미디어 역기능을 지적하며 “자발적 참여가 아닌 획일화된 촛불시위, 개인적 소외, 지식격차 등은 사회발전에 큰 걸림돌”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사회현상은 시위 원천 봉쇄와 같은 단순한 규제 혹은 디지털TV 보급 등과 같은 진흥으로 해결될 게 아닌 만큼, 미디어캐피탈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부연했다.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은 위법, 군사정권 언론자유 침해와 마찬가지”

이헌 변호사는 누리꾼들이 전개하고 있는 조·중·동 광고 불매 운동을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상 인정되는 소비자 운동이라도 이를 무제한 인정할 순 없는 일”이라면서 “조·중·동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은 신문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을 토대로 한 것인데 신문법 제3조은 편집의 자유와 독립을 (신문에) 보장하고 있다. 결국 신문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광고주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신문 편집에 대해 규제나 간섭을 행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조·중·동 광고 불매 운동은 과거 군사정권에 의한 언론탄압과 마찬가지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며 “신문 자체에 대한 소비자행동으로서 불매운동이 무조건 정당화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인터넷 괴담에 의한 촛불집회 선동이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 불매운동, 익명성이란 방패에서 행해지는 촛불집회 반대자에 대한 사이버 테러 등을 보면 인터넷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대한 피해를 방지하고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차식 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정책관은 구체적으로 부정확한 정보 유통 방지를 위해 △조기경보 시스템 도입 △삭제 및 임시조치 불응 포털에 대한 처벌조항 마련 등을 제안했다. 또한 포털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주장하면서 △뉴스 위치 선정기준 공개 △언론보도 피해자의 정정보도 즉시 반영 △검색순위 조작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제기했다.

“촛불집회는 4차 인터넷 적벽대전”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은 작금의 촛불집회를 “인터넷 미디어 빅뱅이 낳은 산물”로 규정하면서 정부여당이 제기하고 있는 ‘아고라 배후론’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회장은 “이번 촛불집회는 2002년 미군 여중생 압살사건과 대선,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지난해 대선에 이은 4차 인터넷 적벽대전”이라면서 “정부여당과 조·중·동 등 보수 신문은 이러한 현상을 ‘괴담론’이나 ‘북한 배후설’ 등으로 몰아갔지만 의제 확산 차단에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현재 이명박 정부와 집권 여당은 촛불집회와 ‘아고라’ 등으로 상징되는 인터넷 미디어의 위력에 당황해 인터넷 공간을 ‘반(反)이명박·한나라당 세력’에 의해 장악된 공간으로만 파악, 규제와 탄압 위주의 정책을 펴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촛불집회의 원동력을 형성한 인터넷 주권자들과 인터넷 미디어의 장점을 사회 발전과 국가 경쟁력 향상에 흡수하는 긍정의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누리꾼들이 익명성에 기대 왜곡된 정보를 퍼트리고 있다며 정부여당 등에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이 회장은 “악플이나 명예훼손에 관한 피해방지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옥션 해킹, 하나로텔레콤 정보유출 사태 등에서 볼 수 있듯 되레 해킹 등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만 확산시킬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포털의 언론 권력화 지적에 대해 “포털의 뉴스 편집 배포 기능은 분명한 언론행위 또는 유사언론행위”라고 동의하며 “분사 등의 방법을 통해 검색과 뉴스편집 기능을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 말미 나경원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인터넷 정책을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 언론이 특히 그런데 정부 여당이 어떤 매체나 미디어 정책도 우리의 전유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박희태 대표를 비롯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5명이 참석하고 100여명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일반 시민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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