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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準)행정기관의 대통령 임명 위원들의 정부비판 언론심의 ‘어불성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 이하 심의위)가 16일 오후 3시에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제작진의 의견을 청취한 뒤 공정성·객관성을 놓고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또 한 번 ‘정치심의’의 역사가 쓰이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언론계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심의’와 관련한 문제제기는 심의위 출범 이전부터 예고돼 있던 부분이다. 심의위 구조 탓이다. 심의위는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회 상임위가 각각 3명씩 추천한 민간위원들로 구성되는데 사실상 여야 비율이 6대 3이기 때문에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심위의가 지난 1일 전체회의에서 인터넷에서 전개된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주 압박운동을 불법으로 규정, 삭제 결정을 내리면서 ‘정치심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증명했다는 지적이다. 심의위는 이날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불매를 독려한 글뿐만이 아니라 조·중·동에 광고한 기업의 목록과 전화번호 등을 단순 정리한 글도 불법으로 규정, 삭제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일부 심의위원들은 조·중·동 광고주 압박운동 자체가 심의 대상에 되지 못할 뿐 아니라, 그저 조·중·동 광고 기업 명단을 정리해 올려놓은 것도 현저한 법질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펼쳤으나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긴 힘들었다. 6대 3으로 조·중·동 광고주 압박 게시글에 대한 삭제 결정이 난 것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은 16일 심의위의 조·중·동 광고주 압박 게시글 삭제 결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 주권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판단 아래 이에 대한 위헌성을 묻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심의위의 법적 지위가 민간 기구라곤 하지만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한 심의위원들을 임명하고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국가예산과 준조세에 해당하는 방송발전기금으로 조달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기관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정치심의’ 비판에 무게를 더한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사실상의 정부기관인 심의위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PD수첩> 등 언론보도의 공정성·객관성을 심의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참여연대 공익법센터)도 “사실상 행정기관으로 볼 수 있는 심의위가 사법부의 판단 이전 사법적 판단을 하고 제재를 하는 것은 헌법 제21조 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15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심의위의 심의 결과를 주의 깊게 살핀 뒤 이를 수사에 참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밖에도 심의위는 16일 회의에 KBS <뉴스9>에 대한 징계 여부도 안건으로 상정한 상태다. 심의위가 문제 삼은 KBS 보도는 “감사원, ‘예정에 없던’ KBS 특별감사”(5월21일), “KBS, 23일 감사원 특감 취소 심판 신청”(5월22일), “KBS, 특감 취소 심판 제기”(5월23일), “야당·시민단체, ‘표적감사’ 비판 확산”(6월11일) 등으로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방송심의규정 9조 4항을 위반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S기자협회(회장 김현석)는 지난 10일 ‘심의위는 언론재갈위원회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심의위원들이 뉴스 보도의 핵심과 사안의 경중을 따져 올바른 심의를 하고 있는 것인지, 그들을 추천한 정파의 이익에 맞춰 투표권만 행사하는 거수기로 전락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면서 ‘정치심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KBS기자협회는 “KBS의 리포트는 감사원의 입장은 물론 이 감사를 표적감사라고 주장하는 언론단체들의 입장을 균형있게 전달하고 있다”며 “심의위가 <뉴스9>에 대한 징계를 확정한다면 KBS 기자들의 입에 재갈을 채우고 펜을 꺾으려는 도발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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