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처럼 즐길 수 있는 책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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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책 〈뮤지컬 쇼쇼쇼〉 펴낸 이지원 SBS PD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는 ‘영화광의 3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영화에 대해 글을 쓰며, 영화를 만들어라. ‘뮤지컬광’의 3대 원칙도 비슷하게 정의할 수 있다면, 이지원 PD가 여기 해당되지 않을까.

최근까지 SBS 〈일요일이 좋다-체인지〉를 연출했던 이지원 PD는 뮤지컬 한편을 두 번은 물론 수십 번까지 보는, 공인된 ‘뮤지컬 팬’이다. 그런 그가 뮤지컬에 대한 책까지 썼다. ‘뮤지컬을 만든다’는 세 번째 원칙이 ‘미래진행형’임을 감안하면 그는 자타공인 ‘뮤지컬광’인 셈이다.

▲ 이지원 SBS PD는 최근까지 '체인지'를 연출했으며, 요즘은 후속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이 PD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있으니까.” 그래서 책도 재미있게 썼다. ‘이PD의 뮤지컬 쇼쇼쇼’(삼성출판사)는 “예능 PD가 쓴 책”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만큼 쉽고 재기발랄하다. “뮤지컬은 쇼잖아요. 쇼처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어요. 뮤지컬은 공부해야 하는 어려운 게 아니라 즐기면 되는 쉬운 거니까요.”

클래식 대작 〈오페라의 유령〉부터 소극장 뮤지컬 〈지하철 1호선〉까지 국내·외 작품 30편을 소개한 책에서 이 PD는 직접 밑줄 긋고 형광펜을 칠해가며 세심한 설명을 담았다. 특히 그가 발로 뛰고 인터넷을 뒤지며 찾아낸 뮤지컬 뒷이야기와 스토리·음악·가격 등에 따라 매겨놓은 별점, 작품별·극장별 가장 좋은 좌석에 대한 팁(tip)은 단연 돋보인다. 그는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다 보니 ‘PD적 마인드’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한다.

이 PD는 디자인과 구성,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에도 빠짐없이 참여했다. 그의 열정에 출판사는 부담스러워했고, 처음 책 쓸 것을 권했던 출판사 후배마저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이 PD는 “예능 PD이자, 이지원이란 사람으로서 나만이 쓸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독특하고 공감각적인 비주얼, 뮤지컬 특색별 카테고리 등은 그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2000년 SBS 예능국에 입사한 독특한 이력의 이 PD가 뮤지컬에 빠져든 지 어언 20여년. 그동안 그가 봐온 작품은 수백 편에 달한다. ‘최고의 뮤지컬’로 꼽는 〈레 미제라블〉만 수십 번을 봤다. 가끔이지만 뮤지컬을 보기 위해 뉴욕이나 런던행도 불사한다. 여기서 드는 두 가지 의문. 밤낮이 따로 없는 예능 PD가 어떻게? 돈이 많나?

▲ '이PD의 뮤지컬 쇼쇼쇼'
“PD들은 정규적인 시간을 갖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틈이 나면 최대한 활용하려고 해요. 다른 사람들이 먹고 쓰는 술값을 아껴서 그 돈과 시간을 공연에 투자하는 거죠. 프로그램 하면서 책 쓰는 것도 어려웠어요. 밤새 편집하고 새벽 2~3시에 퇴근해 아침 6시까지 글을 쓰고, 2시간 잔 뒤 출근했죠. 그렇게 2개월을 했더니 힘들더군요.”

책을 쓰기 전 정리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뉴욕을 찾았다는 그는 4박 5일 동안 밤낮으로 7편의 작품을 봤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단다. “뮤지컬은 매번 다릅니다. 계속 각색되고, 진화해요. 같은 〈헤드윅〉이어도 오만석이 하는 것과 조승우가 하는 것은 다르죠. 〈헤드윅〉을 10번 보는 게 아니라 10개의 〈헤드윅〉을 본 것과 마찬가지에요.”

뮤지컬을 수십 번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책까지 펴낸 이 PD. 뮤지컬을 연출하고 싶은 욕심은 없을까.

“정통적으로 뮤지컬을 하지 않더라도 프로그램 안에서 녹여내는 게 가능하겠다고 생각해요. 최근엔 뮤지컬 오디션을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원더걸스의 선예를 배출한 SBS 〈박진영의 영재 육성 프로젝트〉 같은 프로그램도 있었잖아요. 뮤지컬 〈빌리 엘리엇〉의 남자 주인공을 오디션을 통해 뽑는 과정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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