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의 ‘PD수첩’ 심의는 원천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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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의 ‘PD수첩’ 심의는 원천 무효다
[특별기고]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08.07.1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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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묵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 최영묵 교수
<PD수첩> 관련 사회적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한 정정 및 반론보도 소송 첫 공판이 15일 열려 치열한 공방을 벌였고, 그 날 저녁 <PD수첩>은 그간의 의혹에 대하여 해명했다. 16일 오후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PD수첩> 4월 방송에 대한 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언론중재 신청이나 반론보도 청구소송은 언론의 피해로부터 독자나 시청자를 구제하기 위한 합법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그 추이를 예의 주시하며, 대응하면 된다. 하지만 방통심의위의 <PD수첩>관련 심의는 적용하고 있는 규정 자체의 위헌성을 포함하여 많은 논란의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는 16일 <PD수첩>의 해명 방송을 하루 앞두고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방통심의위에 조치를 요청했고 뒤이어 방통심의위는 비공식적으로 MBC쪽에 16일 방송에 대한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방통심의위의 이 같은 조치가 사실이라면 15일 <PD수첩>의 해명방송 전에 압박을 가한 것이다.

그 근거는 아마도 방송심의 규정 제11조일 것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재판이 계속중인 사건을 다룰 때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되며, 이와 관련된 심층취재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조항의 ‘원천적 결함’은 논외로 하자. 우선 방통심의위에 묻고 싶다. 방송하지도 않은 <PD수첩>이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무슨 근거로 단정했느냐 하는 점이다.

나아가 <PD수첩> 내용이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공판 관련 심층취재”일지 아닐지 무슨 근거로 단정하여 공공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보았는지 해명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답변하지 못할 경우 방통심의위는 공영방송사의 정당한 언론활동에 대한 근거 없는 협박을 한 셈이다. 그것도 민간기구가. 거꾸로, 방통심의위의 근거 없는 ‘협박’이 오히려 반론보도 소송 공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해명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이번에 <PD수첩> 심의의 근거로 삼고 있는 ‘방송심의 규정’ 제9조도 심각한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 ‘방송심의 규정’은 방송법 제33조에 근거하여 제정된 방통심의위의 규칙이다. 제9조 공정성 조항은 상위법인 방송법 제33조에서 위임하고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다.

방송법 제33조 제9항에서 ‘보도·논평의 공정성·공공성에 관한 사항’이라고 명시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조항은 심의 규정 제9조에서처럼 모든 방송의 공정성에 대하여 심의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보도·논평’에 대해서만 심의할 수 있다고 한정하고 있다. 요컨대, 방통심의위원회가 <PD수첩>의 공정성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프로그램이나 '보도·논평’ 임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이는, 방통심의위가 심의 대상을 자의적으로 확장한 것이기 때문에 심의 자체가 원천 무효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재 방통심의위의 회의 진행방식도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심의란 다른 말로 숙의(熟議, deliberation)를 의미한다. 숙의란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논의 한다’는 의미다. dfl반적으로 방송심의를 통해 방송 내용에 대하여 깊고 충분하게 논의하는 목적은 방송 프로그램의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심의위원회는 쟁점이 되거나 논란이 심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의를 추구하는 곳이다. 단기적으로 논의해서 어려우면 길게 시간을 가지고 논의해야 한다. 자신들의 전문성이 부족하여 판단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여 결정에 참고해야 한다. 시급하게 편파적이나 불공정하다, 자극적이다 등등을 서둘러 결정하는 즉결재판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정방식도 문제다. 어떤 방송 표현이 공정한지 아닌지 여부를 몇 번의 회의와 진술을 통해 확인하고, 정치적으로 선임된 위원들의 표결을 통해 결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행태가 지속될 경우 현재의 방통심의위는 그 행위의 정당성 확보가 불가능해 질 것이다. 어렵게 출범한 방통심의위가 갈등 사안에 대하여 기득권 세력에 필요한 조치를 대행해 주는 ‘거수기’나 ‘치장기구’로 전락하길 바라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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