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원마련 방안 없는 디지털전환 계획은 '공수표'
상태바
[기고] 재원마련 방안 없는 디지털전환 계획은 '공수표'
알맹이 빠진 디지털특별법 시행령 (3)
  • 최선욱 한국방송협회 정책특위 기획팀장
  • 승인 2008.07.16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전환특별법의 시행령을 공포할 예정이다. 그러나 저소득층 지원조항의 제외 등 특별법 시행령의 미비점들이 각계각층에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주로 모법인 ‘지상파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전환과 디지털방송활성화에 관한 특별법’ 자체의 취약한 부분과 디지털전환의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예산부처인 기획재정부간에 소요예산에 대한 이견 등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모법의 개정문제는 별도로 논의한다 하더라도 현 특별법과 시행령에 근거한 전환사업의 실행을 위해서는 세 가지 선결과제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어떻게 관련재원을 조성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두 번째는 정부, 방송사 등 민간 부문별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체계에서 사회적 합의로 도출할 것인가이며 마지막으로 향후 기본계획의 보완을 어떻게 진행할 것 인가에 관한 것이다.

세 가지 과제 중 재원문제는 향후 디지털전환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디지털전환에 따른 디지털수신기기(변환기)에 대한 직접지원, 디지털기기에 익숙치않은 고령 인구 등에 대한 시청자지원, 홍보, 정부의 채널 재배치 등에 따른 수신환경 개선지원 및 각종 조사통계 비용 등 매년 소요되는 재원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을 진행 중인 다른 나라 정부의 역할에는 일정한 공통점들이 있다. 정해진 시간계획 내에 공공서비스채널들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보장하는 것,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이에 필요한 재원조성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각 국별 막대한 재원에 대한 구체적인 조성방안은 다소 상이하다. 미국의 경우, 아날로그와 디지털방송의 동시방송에 사용된 방송주파수 중 회수하는 주파수 그 일부를 경매함으로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그 경매 수익금의 규모는 약 125억 달러(한화 약 12.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중 15억 달러는 컨버터박스 지원, 소비자 교육비용 및 이에 소요되는 행정비용에 사용될 예정이다.

그 외 수익금은 국고의 일반기금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영국의 경우, BBC의 수신료 인상을 문화미디어스포츠부가 승인하고 의회를 설득함으로서 취약계층 지원 및 홍보예산 등의 재원을 마련하였다. 일본의 경우, 주파수 재배치에 따른 수신환경 등의 지원에 소요되는 재원 한화 약 1조4000억원은 전파사용료를 통해 조성하여 2007년까지 집행하였으며, 올 8월에 확정될 한화 약 2조원 규모의 디지털전환 촉진 재원은 국채발행을 통해 조성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각 국 정부의 디지털전환의 이익(benefit)은 분명하다. 그 핵심은 아날로그와 디지털방송의 동시방송에 사용된 방송주파수 중 그 일부를 아날로그방송종료 후 회수하는 것에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주파수를 경매 또는 신규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일정한 대가에 이용하게 함으로서 정부재원 마련과 신규서비스 영역의 확대를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디지털전환에 참여하고 있는 정부, 방송사, 가전사, 유통사 등 이해주체들은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모두 비용(cost)과 이익(benefit)이 발생한다. 정부는 유료방송과 같이 투자에 따른 비용을 시청료로 가입자에게 부과할 수도 없고 별도의 재원마련구조가 없어 디지털전환에 따른 재정구조가 취약해져가고 있는 지상파방송에 대해 보다 많은 부담을 지우려고 의도하지 말아야 한다.

▲ 최선욱 한국방송협회 정책특위 기획팀장

디지털전환의 책무를 갖고 있는 정부가 스스로의 비용-이익규모에 기초하여 국내 취약계층지원, 수신환경개선, 소비자 교육 및 홍보 등에 소요될 재원의 조성방안을 제시하여야 할 때가 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방송이 시작되었던 2001년 이후 그 많았던 추진계획들이 구체적인 재원마련 대책과 추진력을 담보하지 못해 매번 공수표가 되었음을 반면교사하여야 할 것이다. 아날로그방송종료일을 또 미룰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