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아프게 아름다운 YTN 사람들의 눈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병규 칼럼] 그 어떤 폭력과 억압도 결코 눈물을 막을 수 없다

▲ 17일 오전 YTN 주주총회가 예정된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앞에서 시민들이 '구본홍 저지' '낙하산 NO' '언론장악 중단하라' 등의 손피켓을 들고 회의장을 봉쇄하고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낙하산은 낙하지점을 급히 변경했다. 100여 명의 수비대를 은밀하게 사전 투입했지만, 남대문 근처의 본거지는 난공불락이었다. 완강한 저항에 도저히 낙하할 수 없었다. 상암동의 외딴곳으로 급히 낙하지점을 변경했다.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어 낙하지점으론 최적이라고 판단했음 직하다. 그것도 기습낙하였다.

작전은 적중했다. 하지만 저항군의 저항도 거셌다. 급파된 저항군의 기세는 예상 밖이었다. 낙하산을 제대로 펼 여유가, 아니 낙하할 여유 자체가 없었다. 비상 동체 착륙하기로 했다.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30초 만에 해치워야 했다. 비상명령이 떨어졌다. 코드명은 '번갯불에 콩 구워먹기'. 고용된 외인부대들이 저항군의 진입을 막고 있는 가운데 낙하산은 그렇게 YTN에 진입했다.

저항군으로서는 역부족이었다. 낙하산의 투입을 온몸으로 막아낸 지 겨우 3일 만이었다. 조금의 쉴 틈도 주지 않았다. 게다가 이렇게 비열하게 나올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주총장이었지만 사원 주주들은 입장도 할 수 없었다. 주주 명부 확인 절차도 제대로 마칠 수 없었다.

▲ 17일 오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YTN 주주총회에서 구본홍 사장 선임안이 노조원들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강행처리되자 여성조합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처음부터 예견된 수순... 주총 현장 목격하면서 눈물 흘렸다

처음부터 예견된 수순이긴 했지만, 최소한의 절차와 형식마저 휴짓조각처럼 짓밟히는 주총 현장을 목격하면서 그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자존심이었다. 양식 있는 기자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최소한의 소망과 자존심마저 여지없이 짓밟히고 뭉개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억지가 없다. 어떻게 대통령 선거 때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특보가 언감생심 정치적 독립성이 생명인 방송사의 사장 자리에 앉겠다고 할 수 있는가. 하지만 그런 상식을 이 정권은 처음부터 보란 듯이 뒤집었다.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를 앉힌 것부터가 그랬다.

그들의 눈물은 분노일까. 아마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억지를 폭력적으로 관철시키려는 권력의 오만에 대한 분노일 수도 있겠고, 그것을 막아내지 못하는 현실적 무력함에 따르는 열패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물은 항상 그렇듯이 분노나 좌절 그 이상일 것이다. 숱한 곡절과 어려움 속에서 그들이 눈물과 땀으로 쌓아온 YTN의 오늘이 단 한 순간에 허망하게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는 예감이, 또 양심과 양식을 지켜온 기자 생활이, 그리고 동료와 선후배들 사이의 신뢰와 연대가 또 속절없이 부서질지 모른다는 막막함이 눈앞을 흐리게 했을지 모른다.

일단 사장 자리 차지한 구본홍, 과연 그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 17일 오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YTN 주주총회에서 사측이 고용한 용역직원들이 노조원들을 저지하는 한편 구본홍 사장 선임건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일부 주주들을 보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구본홍씨는 일단 YTN 사장 자리를 차지했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YTN 사장이 됐다. 하지만 그를 언론사 사장으로 제대로 인정해 줄 사람은 얼마나 될 것인가? 특히 YTN 사람들 가운데 과연 얼마나 그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그는 무슨 걱정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조직의 생리를 모르느냐고 일축할지도 모른다. 일단 사장으로 취임해 끌고 가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70년대 박정희 시대, 80년대 신군부 시절, 그리고 90년대 초중반의 김영삼 시절을 살아온 그로서는 능히 그리 생각할 만하다.

하지만 YTN 사람들을 눈물짓게 하면서 차지한 그 사장 자리는 빈 껍데기일 뿐이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눈물은 결코 나약함의 표현이 아니다. 항복과 체념의 신호는 더더욱 아니다. 그 어떤 폭력과 억압도 눈물을 막지는 못한다.

눈물은 미디어다. 서로의 가슴과 마음을 이어주는 초강력 메신저다. 난장판이 된 주총장 YTN 사람들의 눈물이 가슴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유다.

▲ 17일 오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YTN 주주총회에서 구본홍 사장 선임안을 저지하려는 노조원과 사측이 고용한 용역직원들이 연단앞에서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