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어장’ 100회] 독설의 재미, 수요일 밤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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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어장’ 100회] 독설의 재미, 수요일 밤이 즐겁다
  • 백혜영 기자
  • 승인 2008.07.22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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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다’.
MBC <황금어장>을 표현하는 한 마디로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이 있을까. 독하다는 표현은 <황금어장>을 이루는 두 코너 ‘무릎팍 도사’와 ‘라디오스타’에 모두 해당한다.

<황금어장>은 ‘무릎팍 도사’를 통해 처음으로 게스트를 ‘공격’하는 토크쇼의 문을 열었다. 무릎팍 도사는 에둘러 돌아가는 법이 없다. 무조건 직진이다. 이혼 얘기는 물론 대마초 전과나 다이어트 파문 등 대놓고 묻기 어려운 질문을 거침없이 묻는다. 게스트는 진땀을 뺀다.

무릎팍 도사가 게스트에 대한 공격으로 신선함을 줬다면 ‘라디오스타’는 게스트에 대한 ‘무(無)배려’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가끔은 산만하게 느껴지지만, 탁구공처럼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말잔치 속에서 라디오스타만의 독특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새로움’이 빛을 발한 이 든든한 두 코너를 통해 <황금어장>은 어느새 100회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지난 16일 100회를 맞은 <황금어장>을 파헤쳐보자! 팍팍!

▲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 ⓒMBC

콩트와 토크쇼가 만났다! ‘무릎팍 도사’

“무릎팍 무릎팍팍, 무릎팍 도사가 맞나요~♬”
이제는 너무나도 귀에 익숙한 이 노래와 함께 무릎팍 도사, 건방진 도사, 올밴이 등장한다. 꼬마 아이나 입을 법한 울긋불긋한 색동 저고리에 연지곤지를 찍은 무릎팍 도사와 말끔한 턱시도를 차려입은 건방진 도사, 파란 트레이닝복 차림에 통기타 하나 둘러멘 올밴. 영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명의 인물이 매주 출연자들의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설정. ‘무릎팍 도사’는 그렇게 콩트적 발상에서 시작됐다. <황금어장>이 초기 시도했던 ‘실화극장’ ‘무월관’ 등 콩트적 요소를 유지하면서 토크쇼를 함께 버무렸다. 신선했다.

대화를 하는 방식도 기존의 프로그램과는 완전히 달랐다. 무릎팍 도사는 게스트가 나왔을 때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만한 점을 ‘콕’ 집어 질문했다. 게스트를 존중하기는커녕 사정없이 몰아붙이고 듣고 싶은 얘기를 끝까지 듣기 위한 집요함을 보였다. 직설적인 화법은 시청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확실하게 긁어주며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오히려 공격적인 무릎팍 도사의 정신이 무뎌졌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스타들이 풀어놓는 고민도 무릎팍 도사에 웃음을 주는 하나의 포인트다. “사람들이 저를 배철수 씨로 알아요”(이외수), “예뻐서 불편해요”(이혜영), “사람들은 제가 가수를 쉬다가 나온 줄 알아요”(변진섭) 등 때로는 황당한 고민에서부터 “인생이 너무 고독해요”(김국진), “항상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부담돼요”(박세리), “래퍼 동생들이 가요계에 설 자리가 없어요”(이하늘) 등 자못 진지한 고민들까지 스타들의 고민을 듣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즐거움을 준다.

가끔 등장하는 무릎팍 산, 음악과 함께 “액션” 소리가 나오면 여지없이 터지는 웃음, 프로그램 안에 끊임없이 개입하는 자막 등 무릎팍 도사는 편집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MBC
고품격 음악방송?! ‘라디오스타’

지난해 5월 30일. 첫 회 게스트 정형돈을 시작으로 전파를 탄 ‘라디오스타’가 1년 여 넘게 지속되리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첫 방송 당시 신정환은 “이 코너가 2개월만 버텼으면 한다”고 말했고, 자막에선 ‘신정환이 <황금어장>에서 6번째 코너를 맡았다’는 소개가 나왔을 정도다. 게스트들조차 “이거 방송 나가는 거예요?” 끊임없이 확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라디오스타는 무릎팍 도사에 이어 <황금어장>의 대표 코너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다.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신정환 등 네 명의 MC가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편하게 툭툭 던지는 멘트들, 게스트들에 대해 전혀 배려하지 않고 서로 티격태격 하는 모습들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임정아 PD는 라디오스타 네 명의 MC에 대해 “도저히 혼자서는 MC를 할 수 없을 것 같은 2% 부족한 네 명이 모여 MC 한 명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표현했다. 게스트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일부러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게스트가 무시되는 콘셉트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덕분에 강호동이라는 원톱 MC가 게스트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무릎팍 도사와 달리 라디오스타는 MC와 게스트가 한데 뒤섞여 벌이는 토크쇼로 확실히 차별화를 끌어냈다. 말이 말을 무는 꼬리잡기 식 멘트들이 범벅되는 라디오스타만의 독특한 콘셉트는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20~30대 젊은층에게 어필한다.

특히 ‘고품격 음악방송’을 강조하는 라디오스타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웃음이 터진다.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새나갈 때면 어김없이 “저희는 고품격 음악방송 라디오스타입니다”라는 멘트가 나온다.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정글 같은 라디오스타의 분위기와 고품격 음악방송.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이미지가 겹치면서 웃음을 끌어낸다. 아이러니다.

그러나 제작진은 라디오스타는 누가 뭐래도 고품격 음악방송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잘 들어보면 어떤 프로그램보다 음악에 대해 많이 얘기한다. 공식 질문도 ‘OO에게 음악이란?’이다. 약간 산만하고 집중이 안 될 뿐 라디오스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 얘기를 하고 언젠가는 고품격 음악방송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철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무릎팍 도사’와 ‘라디오스타’는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거침없이 묻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독하지만, 그래서 재밌다.

추성훈

“추성훈이 누구...?”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기 전, 추성훈을 아는 이는 드물었다. <황금어장> 팀 내에서조차 추성훈이 누구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그를 알더라도 그의 앞에는 항상 ‘비운의 유도가’ ‘비운의 파이터’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재일교포 4세로 차별을 이기지 못하고 일본으로 귀화한 유도선수. 이후 일본 국가대표 선수가 돼 한국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따는, 아이러니한 운명 아래 놓인 선수. ‘비운’이란 수식어는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릎팍 도사’ 출연 이후 추성훈을 보는 시선은 확 달라졌다. 비운의 이미지와 달리 재치 있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특히 ‘무릎팍 도사’ 출연 이후 추성훈은 소원 세 가지를 이루게 된다. ‘무릎팍 도사’에서 불렀던 박상민의 <하나의 사랑>이 지난 4월 <2008 연가> 앨범에 실리면서 노래를 하고 싶다는 첫 번째 소원을 이뤘다. K-1 선수를 그만둔 후 하고 싶다던 모델의 꿈은 지난 5월 29일 열린 앙드레 김 패션쇼 무대에 서면서 역시 실현됐다. 마지막으로 CF를 찍어 부모님께 집을 사주고 싶다는 소원 역시 국내 CF를 찍음으로써 이뤘다.

▲ 배우 장동건 ⓒ장동건 공식 홈페이지

장동건

‘무릎팍 도사’ 최다 출연자.
그러나! 실제로 출연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딱 한 번, 그것도 전화 연결을 통해 목소리만 출연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릎팍 도사’ 게스트하면 장동건이 떠오른다. 오매불망 장동건이 출연하길 기다리는 MC 강호동과 제작진이 있기 때문이다.

‘무릎팍 도사’에서는 TV를 통해 대놓고 장동건에게 섭외 요청을 한다. 다른 게스트가 앞에 있어도 장동건을 향한 무릎팍 도사의 사랑은 멈출지 모른다. 그러나 “제발 나와 달라”는 애타는 호소와 달리 실제로 장동건을 섭외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다.

<황금어장> 팀에게 장동건은 일종의 ‘이상향’이다. 꼭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지만, 막상 출연해버리면 긴장감이 풀릴 것 같아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궁극의 로망으로 ‘설정’한 게스트다. 때문에 현재는 TV를 통해서만 섭외 하고 있다.  

특히 장동건은 콩트 형식의 토크쇼인 ‘무릎팍 도사’의 특징을 적절히 살려주는 등장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장동건은 ‘무릎팍 도사’라는 이야기 속에 하나의 캐릭터로 잡혀 있다. 모습은 드러내지 않지만 그의 이름을 언급함으로써 무릎팍 도사 강호동의 장동건에 대한 맹목적 사랑, 찬양 등이 겹쳐지면서 웃음을 준다.

▲ 산악인 엄홍길 ⓒMBC

엄홍길

‘무릎팍 도사’ 비연예인 게스트 제1호.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16좌를 완등한 산악인. 엄홍길의 ‘무릎팍 도사’ 출연은 예능 프로그램에 비연예인이 출연해도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물론 연예인의 사생활 등을 들춰내며 주는 재미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재미다. 시청자들은 산악인으로서의 인생역정과 어려움, 등반할 때의 심정 등을 솔직하게 풀어낸 엄홍길 편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무릎팍 도사’의 콘셉트를 자리 잡게 한 일등공신이 1회 출연자 최민수라면, ‘무릎팍 도사’ 안에서 비연예인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준 일등공신이 바로 엄홍길이다.

엄홍길의 출연 이후 ‘무릎팍 도사’는 자신감을 얻어 비연예인 섭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그리고 이는 야구선수 양준혁,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소설가 이외수, 영화감독 곽경택 등의 출연으로 이어진다. 

엄홍길 편의 성공으로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할 것 같은 인물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머와 진지함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토크쇼를 만들고 싶다던 여운혁 CP의 오랜 꿈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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