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만 뿔나나, 아빠도 뿔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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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뿔나나, 아빠도 뿔나다!
[방송 리뷰] <엄마가 뿔났다>에서 그려지는 중년 남성들의 해방선언
  • 오마이뉴스 강경희 기자
  • 승인 2008.07.28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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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쁠났다>를 보면 재미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자가 휴가를 선언하며 대한민국 엄마들의 심정과 대리만족을 성취시키고 있는 사이에 영미(이유리)의 시집에서 또 다른 자유 몸부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고은아(장미희)의 남편 김진규(김용건)의 이혼선언이 그것이다. 한평생 고은아를 위해 살겠노라 다짐하며 이제껏 살아온 그가 고은아로부터 이혼을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극중에서 고은아란 인물은 자기 멋대로의 삶을 사는 공주로 모든 것을 자기식대로해야 직성이 풀리며 한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인물이다. 그리고 고은아의 아버지와 "고은아를 위해만 살겠다"는 약속을 한 김진규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모든 것을 고은아 방식대로 맞추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날 보험회사로부터 날라온 사고 통지서 하나로 김진규의 반란 아닌 반란이 시작되었다.

▲ 중년 부부의 위기는 역시 불륜이었다. ⓒKBS

중년 남편의 반란, 이혼사유는 역시 불륜

사정은 이러했다. 박초희란 이름으로 사고통지서가 날라온 것. 그리고 고은아는 박초희와 김진규의 관계에 의심을 품게 되었다. 고은아는 보험사에 문의하게 되고 보험사는 “착오는 있을 수 없다”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착오는 없었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에 고은아는 며느리에게 “아버지가 박초희라는 여자한테 차를 사주고 그 여자가 교통사고를 내서 보험계약자인 니 아버지에게 사고처리서를 보낸 거라면”이라고말하며 남편의 불륜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리고 불륜의 관계가 아님을 김진규는 주장하며 박기복이란 친구의 숨겨둔 딸인데 카드를 대신 빌려주었다고 해명했다. 고은아는 그것을 사실로 믿지 못하고 삼자대면을 요구한다. 자신의 자존심을 죽이고 삼자대면을 시켜주었지만 고은아의 의심은 오히려 더해갈 뿐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윽고 김진규는 고은아에게 늙은 공주, 마귀할멈이라고 외치며 해방을 선언했다.

당연히 그러한 선언에 굴할 고은아가 아니다. 한평생을 공주처럼 떠받들이며 살아온 그녀인 만큼 김진규의 행동을 납득할 수 없는 것. 당연히 그러한 행동에 굴하지 않고 "네 아버지 병원을 가야겠구나"라고 응수하며 역시 자신의 고고한 자존심을 지킨다. 그러면서도 속내는 여전히 김진규가 돌아오리라 착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김진규의 해방선언도 거짓이 아닌 진심으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재미있게 눈여겨 볼 것은 중년부부의 위기는 불륜에서 찾아온다는 공식이다. 원래 부부관계라는 것이 상호보완의 작용으로 서로 맞춰야 하는데 고은아와 김진규 부부의 경우 일방적으로 관계를 요구하고 맞춰갔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부부의 모습은 금요일마다 보는 <사랑과 전쟁>의 이혼 사유의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이다. 이점은 우리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대게 반평생을 부부로 살아오던 중년부부가 이혼에 처하게 된 대다수의 이유 중의 하나가 배우자의 외도이기 때문이다.

▲ 안하무인 고은아로부터 이혼을 선언한 김진규는 어쩌면 우리 아버지들의 해방욕구를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KBS

중년 남성의 해방을 위한 빌미였다!

하지만 김수현 작가는 역시 통속적인 불륜의 소재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는 재주를 유감없이 또 한 번 발휘했다. 불륜으로 시작한 김진규와 고은아 부부의 갈등은 결국 김진규의 반란으로 중년남성의 해방에 초점이 맞춰져 진부한 소재를 이용해 새로움을 선사해주고 있다. 사실상 두 부부사이에서 불륜의 진실은 무의미해져 버렸다.

김진규가 결백을 주장하고, 고은아는 계속해서 사실확인을 추궁했지만 단 한 번도 아내에게 큰 소리를 치며 막말을 하지 않았던 김진규가 가출을 하며 이혼을 요구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김진규는 이런 날을 고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자신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고 고은아를 위해 살아온 그가 진정으로 해방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즉, 사소한 부부싸움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러한 이유로 고은아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트로트가 좋은 그가 고은아의 품위 유지를 위해서 클래식을 들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자신은 자유를 갈구하고 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진규가 고은아로부터 해방되어 자신의 자유를 찾는데 열중하는 모습이 등장하고 있다. 저녁식사로 있을 수도 없는 순대국을 먹으러 가며 즐거워하고, 오토바이를 사러 가거나, 낚시를 하며 혼자만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물론 그러한 김진규의 모습은 안아무인 성격의 고은아가 부인이라는 점 때문에 벌어진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어쩌면 이러한 모습은 대한민국 중년 남성이 꿈꾸는 또 다른 삶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사실 <엄마가 뿔났다>에서 한자의 휴가선언이 이슈를 끌며 대한민국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되묻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그럼 남편은 고생하고 헌신한 것이 아니냐 반문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김진규의 이혼선언은 중년 남성들의 문제가 결코 소외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김진규는 중산층 가정의 남편은 아니었지만 모범적인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사업을 위해서 열심히 뛰며, 가족들의 경제적인 풍요를 위해 살아왔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부인에게 맞춰 살아왔던 그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자신의 삶을 되찾고 싶다고 피력하는 모습에서 다시 한 번 우리 아버지의 현재 심정이 어떨까, 되묻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비록 아내의 성격이 유별난 덕분에 김진규의 해방이 중년 남성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그의 행동은 한자의 행동과 비슷한 경향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중년 남성의 해방선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들의 아버지는 사실상 묵묵히 힘든 사회생활을 견디며,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버리고 살아왔다. 엄마가 가족들을 위해 평생을 뒷바라지 했다면 아버지들은 밖에서 역경과 고난을 견디며 버텨왔다고 할 수 있다.

또 안으로는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아내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한자의 남편 일석이 아내의 눈치를 보는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우리들의 중년여성과 남성은 각자의 짐을 던지고 한 번쯤 자신의 삶을 찾고 싶은 욕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외치는 사이에, 엄마고 아빠기에 모든 것을 인내해야 한다고 외치는 사이에, 그들의 삶이 공허하고, 자신들도 자신의 인생을 되찾고 싶은 욕망이 마음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단지 이 사실을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해 <엄마가 뿔났다>를 보면서 소중한 우리들의 엄마와 아빠의 존재를 새삼 생각하기 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에게 자신들의 인생을 살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어떨까.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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