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 전 아동을 겨냥한 TV 광고, 윤리적인가?
상태바
취학 전 아동을 겨냥한 TV 광고, 윤리적인가?
[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18)
  • 고승우 박사 (전 한성대 겸임교수)
  • 승인 2008.07.28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고승우 박사
아동을 상대로 한 TV 광고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아동이 상품 광고 메시지를 정확히 판단할 지적 능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TV 방송사와 상품 광고업자의 양식 있는 태도가 절실하다.

광고는 특정 상표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거나 소비하도록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상품 광고의 경우 그것이 꼭 필요한 것이니 반드시 사야한다거나 실제 상품보다 더 크고, 좋고, 재미있고 맛있다는 등의 메시지를 내보낸다. TV 광고는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매체의 하나다.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기전의 아동에게는 부모가 광고가 무엇인지를 자녀들이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어린이 소비자를 겨냥한 TV 광고는 상품을 팔기 위해 어린이의 시청각을 자극하는 갖가지 방식을 동원하며 이에 자극받은 아동들이 부모를 졸라 물건을 사주도록 만들려는 것이 궁극적 노림수라는 것을 알게 한다. 아동이 좋아하는 인기인이나 코미디언을 광고 속에 등장시키거나 아동의 발육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동들을 유혹하려는 것을 인식시킨다.

어린이들이 8~9살이 되기 전에는 상업광고가 무엇을 설득하려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즉 8살 이전의 어린이 대부분은 광고의 목적을 이해하거나 설명하지 못하지만 더 성숙하면서 광고에 대해 객관적, 비판적 인식 능력을 갖추게 된다. 즉 10~13살의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80%가 넘는 어린이들이 광고는 언제나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응답했다.

어린이들이 광고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광고의 윤리와 정당성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어른들에게 적용되는 것과 같은 광고기준이 어린이에게도 적용된다면, 어린이를 겨냥한 TV광고는 8살 이하의 많은 어린이에게는 하나의 ‘사기 행각’이라고 일부 학자들은 주장한다. 즉 사기 당하는 대상은 나이가 어릴수록 급격히 증대한다는 것이다. 나이 어린 어린이들에게 TV 광고는 단지 과자나 장난감의 세계에서 활발하게 벌어지는 한판의 장난과 놀이에 불과하다. 따라서 분별력이 없는 어린이들은 영악한 광고기술에 마냥 농락당할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재미있는 것에 쉽게 반응하기 때문에 광고주들은 가능한 모든 상품의 구매나 사용이 재미가 있다는 식으로 묘사한다. 즉 먹는 것, 마시는 것, 입는 것 등 모든 어린이용 상품이 다 재미있는 것으로 묘사 된다.

▲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광고. 위 사진은 원고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어린이들의 TV 광고에 대한 반응은 상품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어린이에게 인기 있는 유명인사가 등장하는 상품 광고를 시청한 어린이들은 그 유명인이 상품의 전문가인 것으로 믿고 그 상품을 좋아하게 된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탤런트 등 유명 인사들이나 만화의 주인공들이 상품 광고에 등장한다.

TV광고와 어린이에 대한 효과를 말할 때 우선 고려해야 할 점은 어린이들이 성인과 달리 주의력 집중과 분별력이 약하다는 사실이다. 어린이들이 TV를 보다가 주변의 장난감 등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과 같은 행동을 되풀이 한다. 어린이가 TV를 본 뒤 잠시 동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경우 그전까지 TV에서 무엇이 방영되었는지를 쉽게 잊어버린다. 또한 어린이들은 TV 정규프로와 광고를 분간치 못하는 수가 있다. 어린이들에게 TV프로와 광고가 엇비슷하게 느껴진다면, 어린이들이 두 가지를 분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어린이들이 TV광고의 내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는 것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실제 실험결과 어린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광고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5~8살 어린이는 광고 방영시간의 67%만 주의를 기울였으며, 9~12살 어린이는 75%, 그보다 나이가 많은 어린이들은 광고 방영시간의 거의 전 기간 동안 주의를 기울였다. 또한 실험실에 가정집처럼 실내를 꾸민 뒤 비디오카메라로 광고를 방영한 뒤 실시한 실험에서는 10살까지의 어린이는 광고 시간의 40%에 주의를 기울였고, 11~12살 어린이는 광고시간의 55%에 주의를 기울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대행사와 광고 산업체에서의 연구는 매우 많은데 이들의 연구는 대부분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TV 광고를 보고 물건을 많이 사느냐 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어린이를 상대로 한 제품을 만드는 장사치들은 이런 연구결과를 토대로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광고에 열심이다.

어린이와 TV광고의 관계에 대한 학계에서의 연구는, 어린이와 TV폭력 또는 어린이와 TV 섹스프로의 관계에 대한 연구보다 매우 뒤져 있다. TV가 어린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것은 아직도 과학자들의 열띤 논쟁 꺼리이다. 어린이들이 TV 상업광고에 의식적으로나 감성적 또는 행동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것이 모호하다. 관점에 따라 서로 판이한 연구결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학계에서 대립 상태를 보이고 있는 TV광고물의 어린이에 대한 효과에 대한 두 가지 견해를 소개한다.

어린이 음료 광고. 위 사진은 원고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TV 광고가 어린이에게 적극적 효과가 있다는 주장

❤ 어린이들은 TV에서 방영되는 광고물이 매우 매력적이고 설득력이 강한 매시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반해 어린이들은 이에 대해 자신을 방어할 만큼의 인식능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은 TV의 상업 광고를 매우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 어린이들은 TV광고를 보고 막무가내로 물건을 사달라고 부모에게 조르는 일이 많아 가족 내에 문제가 생기게 한다. 이는 영국이나 미국, 일본 등지에서의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

TV 광고가 어린이에게 소극적 효과만 있다는 주장

❤ 많은 연구결과 어린이들은 성장기 동안 광고에 대한 분별력을 키워나간다. 매우 어렸을 때는 광고의 정직하지 못한 면이나 정규프로처럼 보이게 하는 트릭 등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서 그것은 변화한다. 때때로 광고는 어린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것은 어린이의 소비 행위에 대한 사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들에게 소비자의 가치와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들을 가르치는 면도 있다.

❤ 어린이들이 광고와 정규 프로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늘어난다. 많은 학자들은 어린이가 5살이 되면 그런 능력이 생긴다고 보고했다. 어린이들이 실험과정에서 연구자의 질문에 답하는 내용을 신용하지 않는 학자들도 3살이 되면 광고와 프로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 TV광고 취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일수록 광고를 진실한 것으로 받아드리게 된다. 그러나 연구결과 6살 이하만이 광고의 목적에 대해 잘 설명치 못했고, 7~9살 어린이 대부분은 광고의 의미를 파악해서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어린이가 나이가 들수록 TV광고의 특성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늘어나는 반면 광고의 진실성에 대한 믿음은 줄어들었다. 취학 이전까지의 어린이들은 대부분 TV광고가 언제나 진실 된 것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8살이 되면 믿음의 정도가 약해지고 12살에는 거의 믿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