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선맹세 요구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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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선맹세 요구하는 분위기였다”
[인터뷰] 사퇴 압력 일지 공개한 박래부 언론재단 이사장
  • 이기수 기자
  • 승인 2008.07.29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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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이 지난 3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박래부 이사장이 최문순 민주당 의원을 통해 공개한 언론재단 압력 일지에는 신재민 문화부 차관이 전면에서 사퇴 압박을 가한 사실도 포함돼 있다. 박 이사장은 신 차관으로부터 받은 사퇴 압력에 대해 “언론계 선후배로서 참담하고 부끄러웠다”고 토로했다.
박 이사장은 잇따른 문화부의 사퇴 압력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비롯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다음은 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신재민 차관에게 어떤 압력을 받았나 
선후배를 이런 식으로 만나야 하는지 개인적으로 참담했다. 마치 충성 맹세를 요구하는 분위기였다. 신 차관을 첫 번째 만날 때는 자리에 대한 압력을 크게 받고 있으니까 언제까지 전화해달라고 했고, 두 번째 만났을 때는 명백하게 사퇴해달라고 요구했다. 사퇴 압력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에게 사퇴 압력을 받은 사실을 그 동안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신재민 차관이 언론에 공개하면 “부인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녹음을 한 것도 아니고 논란만 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신 차관은 개인적 친분때문에 공개하는 자체가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 헌법소원을 준비하게 된 이유는.
최근 임원회의에서 결정했다. 절차를 알아보는 중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한국언론재단 정관에도 임기 보장 규정이 있다. 정부가 이런 조항에 우선해 임의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명쾌한 법률적 해석을 듣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정연주 KBS 사장 등에 대한 조기 사퇴 압력도 있는데 이런 분들에게 헌법 소원이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 문화부가 언론재단의 정부광고 민영화 추진과 함께 프레스센터 운영권 철회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에 대한) 조기 사퇴 압박용으로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조기 사퇴를 얘기할 때마다 이 부분을 함께 언급됐다. 이로 인해 우리 재단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으며 나 또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다. 정부 광고 가운데 기타 공공기관에 대한 광고수익이 언론재단 재원 가운데 적은 비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당한 사퇴 압력을 언론에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와의 면담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면담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다. 유 장관에게 언론재단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다. 문화부는 언론을 지원하고 육성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부처인데 오히려 그에 역행하는 것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할 생각이다. 또 문화부가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 앞으로 계획은.
다른 특별한 계획은 없다. 끝까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부당한 압력을 받는 사실에 대해 관계기관들에게 호소해서 공감을 얻고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다. 또 내부적인 문제지만 언론재단 직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여러 측면에서 배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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