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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버럭 오바마의 약진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변화(change)”라는 단순한 구호로 미국의 반 부시 세력을 결집시키고, 이제는 중동과 유럽 순방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일단 미국 언론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모든 여론 조사에서도 5%-7%포인트 가량 공화당의 존 메케인 후보를 앞서가고 있다. 2008년, 과연 미국 역사상 최초의 유색인 대통령은 탄생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러한 만큼 백인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도 복잡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지만, 만약 오바마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한다면, 그의 정책적 입장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미국은 사회 각 분야에서 역사적 대변혁을 위한 전환기 들어설 것은 분명하다는 데에 별로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 누구도 오늘의 상황이 역사적 현실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볼 때, 아일랜드계였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소위 앵글로 색슨계 대통령이었다. 유색인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한다는 것은 그 동안 국무장관이 계속해서 흑인계였던 일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이 일은 미국인 모두가 거대한 역사의 변화와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수용을 통해 스스로가 이미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인정하고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는 ‘유니티(UNITY)’라는 이름의 유색인 저널리스트 대회(Journalists of Color Conference)가 개최됐다. 아시아계와 흑인, 라틴계와 인디언계 저널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개최된 이 대회에서의 주된 논지는 적어도 인종적 문제에 관한 한, 미 정치권을 비롯해 미국의 역사 자체는 변화하고 있는데, 미국 언론계만 이같은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미 신문 편집인 소사이어티(American Society of Newspaper Editors)’가 조사한2008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소수계의 13.5%만이 이른바 메이저급 편집국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인 400 여개 미국 신문사중 편집부장 이상의 소위 간부급으로는 소수인종 저널리스트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방송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미국 5대 방송사의 일요일 아침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그 수많은 분석가나 해설위원 중에서 소수계 방송 저널리스트는 단 2명에 불과하다. 

미국 사회 그 어느 부분보다도 유색인종 비율이 적은 미국 언론계의 이러한 경향은 결국 미국내 소수계 사회에 대한 이해 부족과 이민자 사회인 미국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세계 문화의 다변성과 다양성 대한 편협하고도 왜곡된 시각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일부 언론인들에 의해 나오고 있다.

비록 전국적으로 볼 때 아직 일부이기는 하지만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에서는 이미 백인이 소수인종이 되었다. 미 인구통계국 자료는 2050년이 되면 미국인 4명중 1명은 라틴계가 될 것이며, 백인은 전국적 규모에서 볼 때 소수인종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 LA=이국배 통신원/ KBS America 편성제작팀장

버럭 오바마의 출현은 이러한 역사적 변화의 물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미국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역사적 비전의 필연성을 미국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언론계가 그러한 흐름 속으로 자신을 맡기지 않는 한, 그러한 언론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해 질 수 밖에 없다 것을 현실의 변화 자체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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