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작전 방불케한 ‘정연주 해임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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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대별 상황 정리]유재천 KBS이사장 ‘경찰 투입’ 직접 요청

KBS이사회(이사장 유재천)의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 의결은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친여 성향 이사들의 치밀한 시나리오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친여 성향의 이사들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날인 7일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합숙을 하며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을 통과를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사회가 시작하기 직전 이사회장 주변의 사복 경찰 수백명이 투입된 것 역시 어떠한 권한도 없는 KBS이사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점은 이미 1시간이 넘게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장 주변에서 청원경찰, 사복경찰과 KBS직원 100여 명이 심한 몸싸움을 벌이며 양자간 격렬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KBS이사회의 해체를 주장하는 KBS직원들은 KBS이사회장 1m 앞까지 경찰벽을 뚫은 상태였다.

▲ 100여명의 청원경찰들이 이사회장 문을 지키고 있고 이사회를 저지하기 위해 새벽부터 모인 KBS 직능단체협회장들을 비롯한 KBS노조 지역지부장 등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PD저널


상황이 이렇게 긴박하게 진행되자, 이사회장에 있던 유재천 이사가 경찰서장에게 공식 경찰 투입을 요청했고 비슷한 시각 권혁부 이사가 어디론가에 전화를 걸자 봉쇄됐던 KBS 3층 출입문이 열렸고 경찰이 그 문을 통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출입문 통제 권한을 가진 경영본부장과 안전관리팀장 모두 “권혁부 이사의 지시를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PD저널〉은 KBS직능단체 등을 통해 입수한 정보와 취재를 바탕으로 KBS이사회의 정치적 행보를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 8월 7일 밤
친여 성향의 이사 6명이 서울 모 호텔에서 합숙을 하며 정연주 사장 해임 권고 결의안 상정 및 통과 방법을 상의. 이 호텔의 1인당 숙박비는 20만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8월 8일 오전 7시
KBS 안전관리팀원 5~6명이 이사회가 열리는 KBS본관 3층 제1회의실으로 통하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봉쇄하기 시작.

▷ 8월 8일 오전 7시 30분
이사회를 저지시키기 위해 KBS직원 15명이 안전관리팀이 봉쇄하고 있던 2층 엘리베이터를 몸으로 뚫고 회의장 앞까지 진입. 연좌 농성 돌입.

▲ 3층 회의장 앞에 도착한 사원 200여명 “경찰은 물러가라”, “이사회는 원천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심한 몸싸움 지속했다.ⓒ PD저널


▷ 8월 8일 오전 8시 10분
친여 성향의 이사 6명(유재천, 박만, 권혁부, 방석호, 강성철, 이춘호 이사 등은 이사회 시작 거의 2시간 전에 수백명의 사복 경찰 호위 속에 사원들의 출입이 적은 출입구로 이사회가 열리는 제1회의실로 진입.

▷ 8월 8일 오전 8시 30분
제1회의장 주변 KBS 청원경찰 100여명이 봉쇄. 곧이어 KBS직원 30여명이 경비 인력이 적은 몇 개 부조(방송 스튜디오) 출입문들을 통해 KBS본관 3층 회의장 앞으로 진입. 진입 과정에서 청원경찰들과 심한 몸싸움과 대치를 반복.  3층 회의장 앞에 도착한 사원 200여명 “경찰은 물러가라”, “이사회는 원천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심한 몸싸움 지속.

▷ 8월 8일 오전 9시 50분
이사회 시작 10분전. 유재천 이사장이 친여 이사 6명과 함께 KBS내부로 들어온 경찰관에게 신변 보호를 요청. 잠시 후 영등포 경찰서장이 이사회장에 들어와 이사장의 공식 요청을 받고 경찰 투입 지시. 사복 경찰 수백 명을 회의장 앞으로 들어옴. 이 과정에서 경찰서장이 3층 출입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하자, 권혁부 이사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

▷ 8월 8일 오전 10시 10분
KBS이사회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 안건을 놓고 정식 개회. 이날 이사회에는 태국 간 이춘발 이사를 제외한 10명의 이사 모두 참석

▷ 8월 8일 오전 11시 30분
KBS이사회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 의결하기 위해 정식 안건으로 상정, 이 과정에서 정연주 사장 사퇴 입장을 견지해온 남윤인순, 이기욱, 이지영, 박동영 이사 모두 이사회장 퇴장

▷ 8월 8일 오전 12시 30분
KBS이사회, 친여성향의 이사 6명만으로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 만장일치로 결의. 이사들 안건 의결하자 사복경찰의 호위 받으며 이사회장 퇴장. 이사들은 KBS 앞에서 경찰 요청으로 대절된 미니 버스를 타고 KBS를 벗어난 것으로 알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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