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표적 심의’ 수용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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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실력저지 뚫고 사과방송 강행... “정권과 타협했다” 반발

MBC 노조원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MBC 경영진이 끝내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해 사과 방송을 내보냄에 따라 거센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MBC는 <PD수첩> 광우병 보도와 관련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에 따라 12일 <뉴스데스크>가 끝난 직후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이날 MBC노조 집행부와 시사교양국 PD, 보도국 기자 80여 명은 사과 방송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MBC 방송센터 주조정실과 뉴스센터 등 방송이 송출될 수 있는 모든 길목을 지키고 있었지만, MBC 경영진은 자회사인 MBC 플러스를 통한 우회 송출이라는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사과 방송을 강행했다.

MBC는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도 단행했다. MBC는 13일 정식 인사발령을 통해 조능희 <PD수첩> CP를 보직해임하고, <PD수첩> 진행자인 송일준 PD의 MC 자리도 박탈했다.

노조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사과 방송을 강행한 경영진에 대해 MBC 노조는 사과 방송이 나간 직후 가진 노조원 긴급총회에서 엄기영 사장 퇴진을 포함한 내부 투쟁을 함께 전개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의 PD수첩 사과방송을 저지하기 위해 뉴스센터에서 농성을 벌인 MBC 노조는 일일이 반입되는 테이프를 확인했다.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의 사과 방송 강행은 MBC 구성원의 자존심을 짓밟고 정권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며 “앞으로 방송장악 음모 저지와 함께 정권에 꼬리 내린 엄기영 사장에 대한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PD수첩> 광우병 방송을 직접 제작한 김보슬 PD는 노조원 긴급총회 자리에서 “경영진이 편법 방송을 내보내는 것을 보고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시간 이후 <PD수첩> 제작진은 공영방송 수호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시사교양국의 한 PD는 “경영진은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PD수첩> 관련 다른 문제들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누가 봐도 MBC 전체의 공영성과 독립성을 흔들려는 시도임을 알 텐데 이런 식의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하기도 힘들고 받아들이기도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MBC PD수첩 관련 사과방송 장면
경영진의 사과 방송 수용 결정에 대해 시사교양국 CP들도 12일 입장을 발표하고 “경영진 결정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사교양국 CP 일동은 “국민의 건강과 검역주권을 지키기 위해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한 <PD수첩>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경영진의 방통위 심의 결과 수용 결정은 어렵게 쌓아 올린 언론 자유의 전통을 한 순간에 20년 전으로 되돌린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MBC 기자회 역시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굴욕적인 사과방송 수용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MBC 경영진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문안이 담긴 결정문을 통보받은 직후 부장급 이상 간부들이 참석하는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시청자 사과’ 명령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불과 20여 분만에 끝난 확대간부회의에서 엄기영 MBC 사장은 “<PD수첩>의 기획의도와 사실관계의 정확성 그리고 MBC의 미래를 총체적으로 판단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며 “그동안 시청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3시경 시사교양국 PD들은 총회를 열고 경영진측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PD들은 총회에서 △방통위 결정 수용 불가 △경영진이 사과 명령 수용할 경우 즉각 실력저지 돌입 △사과 방송 강행될 경우 시사교양국 제작거부 돌입 등의 입장을 정리했다.

MBC PD협회 역시 간부회의 직전 성명을 발표하고 경영진을 향해 “부당한 탄압에 굴하지 말고, 원칙을 지켜라”고 촉구했다. PD협회는 “농림수산식품부가 검찰에 PD수첩을 수사의뢰한 것, 남부지법 민사소송에서 PD수첩에 대한 정정, 반론 결정을 내린 것과 방통위의 사과 결정은 얼굴이 조금 다를 뿐 몸통은 본질적으로 같은 ‘샴쌍둥이’”라며 “현 정부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PD수첩>과 MBC에 대한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MBC 노조는 11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정권의 전방위적 언론장악에 대한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MBC 노조는 특히 검찰의 <PD수첩> 제작진 강제체포, 압수수색에 맞서는 ‘공영방송 사수대’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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