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MBC 경영진의 자해 행위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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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MBC 경영진의 자해 행위 있을 수 없다
  •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 승인 2008.08.13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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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의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조중동과 정치권력의 일방적인 선전 선동으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징계인 ‘시청자사과’ 명령에 대해서 MBC 경영진이 ‘재심청구’를 포기하고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그들의 이번 결정은 ‘MBC정신’을 포기한 것이다. MBC정신, 즉 수 십 년간 도도히 지켜온 MBC의 자존심인 정치권력의 비판자로서 감시자로서의 MBC전통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을 거치면서 그 수많은 외압을 버텨내면서 한 번도 굴종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던 MBC, 상업주의로의 경도현상이 일어날 때마다 자정의 능력을 발휘하며 오늘의 MBC를 구축해 왔던 MBC. 그 MBC의 경영진이 다른 것도 아닌 정치권력의 압력에 스스로 굴복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더 이상 한국 사회에서 정치권력과 맞설 수 있는 방송언론은 존재하지 않음을 자인하는 ‘자해적 선언’에 다름 아니다.

정치권력과 조중동의 전방위적 압박과 허위사실 날조에 대해서 <PD수첩> 제작진들과 더불어 시사교양국이 강력히 저항하면서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 왔던 MBC. 100만의 촛불 이 MBC기자나 MBC가 찍혀 있는 카메라가 지나가면 ‘MBC! MBC!’를 연호하던 그 현장을 MBC와 시민들은 잊을 수가 없는데…. 그 촛불들이 MBC를 연호하는 목소리에 담긴 그 간절한 염원이 불과 며칠 전인데….

촛불들의 간절한 염원, 그것은 정치권력과 조중동의 추잡한 압력과 거짓날조 선전선동에 굴하지 말고 지금처럼 당당하게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감시할 것은 감시하라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바로 저널리즘의 원칙, 언론사로서의 기본을 의연하게 지금처럼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PD수첩> 제작진들과 더불어 MBC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대해서 하나하나 반박한 내용을 살펴보면 <PD수첩>은 당당하다. 촛불들 또한 <PD수첩>과 MBC의 반박내용이 훨씬 더 합리적이며 설득력 있다고 평가함으로써 <PD수첩>과 MBC의 편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사실’에 기초한 반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MBC경영진이 촛불들과 제작진의 ‘사회적 합의’ 사항, 즉 ‘<PD수첩>은 무죄’를 번복하며 ‘유죄’를 스스로 선언하는 ‘반사회적 결정’을 내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대한 ‘재심청구포기’와 더불어 그들이 간담회로 국민을 속이고 내린 비합법적 억지의 결과인 ‘시청자 사과 명령’을 수용한 것은 결국 ‘사실’을 ‘거짓’이라고 강요하는 국가권력의 ‘무법적 명령’에 굴복하는 것이다.

MBC경영진이 스스로 제작한 ‘사실’을 강요에 의해 ‘거짓’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더 이상 저널리즘의 기본과 원칙이 ‘사실(facts)이 제 1가치’임을 부정하는 행위이며, 학교교육의 핵심가치인 ‘진리탐구’ 자체를 부인함으로써 교육의 근거마저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적당히 권력과 타협하며 ‘공범적 공존’을 추구하는 것이 언론사의 기본이며 현실적 원칙임을 결과적으로 강변하는 행위임도 알아야 한다.

‘KBS사장 정연주’에 대한 무법적 ‘해임’을 자행한 현 정권의 집요한 방송장악 기도가 MBC 사장 엄기영의 진퇴문제로 옮아붙는 위협을 느꼈을 수도 있다. KBS가 이미 현 정권의 수중에 접수된 마당에 MBC의 경영진들이 자기자리마저도 위험하다는 정치적 감각기관을 발동했을 수도 있다. MBC 자체가 사활의 기로에 서 있는 마당에, 방송독립의 가치를 사수하면서 극단적인 불이익을 감수할 것이냐, 아니면 현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에도 일정하게 부역하며 MBC도 같이 먹고 살 수 있는 ‘공범적 공존’의 혜택을 받을 것이냐의 갈림길에서 고민했을 수도 있다.

MBC경영진이 어떤 고민을 했든지, 결과적으로는 ‘민주주의’, ‘시청자’, ‘진리탐구’와 같은 핵심가치를 팔아, 현 정권과 공범적 공존이라는 자기 살길만 찾아가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반민주적 행위를 자행한 것이며, 반언론적 범죄를 저지른 것이고, 반교육적 사례를 생산했다는 점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또한 시청자들이 MBC존재의 근거이며, 공영방송 MBC는 시청자들의 것이고, MBC는 시청자 주권과 복지를 위해서 온 몸을 던지고 있다던 그 모든 주장이 단지 상황에 따라 바뀌는 구호에 불과한 ‘거짓’이었음을 자인한 꼴이다.
이제 MBC경영진은 자기 자식들에게 어떤 교육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세상과 타협하고, 결정적인 불이익이 예상될 때 진리를 포기하고 거짓의 줄을 잡아야 하느니...뭐 이런 이야기를 해 줘야 할 터이다.

▲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하지만 여전히 버릴 수 없는 기대는 바로 MBC노동조합이다. 그 동안 건강하고 당당했던, 그러면서도 굳건히 원칙 위에 서서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올곧게 지켜왔던 MBC노동조합. 우리는 MBC노동조합의 곧은 판단과 투쟁을 기대하며, 사실을 ‘거짓’이라고 강요했다고 해서 ‘거짓’이라고 선언한 MBC경영진의 자해행위를 결과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임을 증명하며, 결국은 사실’은 ‘사실’, ‘진실’은 ‘진실’로 바로 잡는 모습을 보고자 한다. 시청자가 믿을 곳이라고는 이제 ‘MBC노동조합’밖에 없다는 이 현실이 왜 이렇게 슬플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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