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 ‘쓰레기 프로그램’와 ‘PD의 공국(公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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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칼럼] ‘쓰레기 프로그램’와 ‘PD의 공국(公國)’
  • PD저널
  • 승인 2008.08.20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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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탈리아 보고 뱉은 침이 제 얼굴에 떨어지다’(8/19, 조선 사설), ‘‘PD의 공국’엔 공영방송이 없다’(8/19, 중앙 송호근 칼럼), 어제 소위 조중동에서 사설과 칼럼을 통해 공영방송과 PD들을 공격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평소 같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겼겠지만 너무 노골적이고 프로그램과 PD들을 직접 대상으로 했다는데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

<KBS스페셜> ‘언론과 권력-베를루니코스의 이탈리아’편에 대한 조선의 사설은 역시 조선일보답다. 전가의 보도처럼 KBS <미디어 포커스>의 탄핵방송과 <KBS스페셜>에 다뤘던 베네수엘라 차베스편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광적’이었다니 ‘권력의 충견’이니 ‘쓰레기 프로’니 하고 저주에 찬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 자신이 들어 마땅한 욕들을 KBS를 향해 퍼붓고 있다. 실제 그 동안 촛불시민들은 조중동을 향해 ‘조중동 쓰레기’라고 외쳐왔다. 조선이 얼마나 편향적이고 수구적인 논리로 KBS를 공격해 왔는가는 조중동 논리에 포획되지 않은 독자라면 다 안다. 조선은 KBS를 욕하기 전에 국민들로부터 ‘쓰레기 신문’이라고 욕먹는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 보길 권고한다.

중앙의 송교수 칼럼은 전반적으로 방송사 PD들에 대한 편향적 인식을 거침없이 내보이고 있다. KBS와 MBC를 ‘직원들의 방송’이니 ‘노영(勞營)방송’으로 폄하하면서 사장이 바뀐들 조직을 분할 점령한 ‘PD의 공국(公國)’들이 여전히 건재한 한 공영방송의 미래는 어둡다고 비판한다. 지난 탄핵방송을 예로 들고 광우병과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다룬 MBC <PD수첩>을 조작 방송으로 단정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한마디로 필자의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역사인식이 과거의 냉전적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사회학자다. 현실인식이 날카로울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역사인식이 빈약하거나 균형 감각이 모자란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글밖에 쓸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늘 부족한 시간과 싸우면서 시사 프로그램들을 제작하는 PD들에게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영원한 숙제다. 부족한 것은 계속 보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송교수가 PD저널리즘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는 등 한두 가지 원칙론적인 지적을 한 것은 일면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PD들이 제작한 프로그램들을 싸잡아 선정적이고 편향적이라고 낙인찍는 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번 두 편의 글은 그 숨은 의도가 무엇인가를 생각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지금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조중동과 재벌에게 지상파와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을 선사하려 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학계와 언론계 그리고 시민들은 방송을 조중동化하려는 시도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현실이 되면 된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끝장이다. 이런 일을 경계하기 위해 방송이 베를루니코스의 이탈리아 언론을 다루었고 또 많은 PD들이 악조건 속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시사 프로그램들을 제작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을 모르는가 아니면 숨은 의도가 있어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인가? 둘 다 문제가 아닐 수 없지만 후자에 가까운 것 같아 더욱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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