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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결정 집행 여부가 빠르면 20일 결정되는 가운데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결정 집행 여부가 빠르면 20일 결정되는 가운데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정 전 사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집행정지신청’과 KBS 이사회를 상대로 낸 ‘해임제청결의효력정지가처분신청’에 대한 심문이 각각 18일과 19일 서울행정법원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양측의 법정 대리인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KBS 사태에 주요 변수가 될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을 정리해 봤다.

■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있는가 = 이명박 정부의 취임 초,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흔들기 논란이 일기 시작한 초기부터 이 문제는 주요 논란 쟁점 중 하나였다. 현행 방송법에서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 해임권한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KBS 이사회는 “임명권이 있는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있다”는 전제 아래 정 전 사장 해임제청을 결의했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이사회의 결정을 전격 받아들여 지난 11일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했다. 이번 재판에 대통령측 법률 대리인으로 나선 강훈 변호사는 “임명권에는 뽑는 것과 해임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이 법적 해석의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연주 사장을 비롯해 법정 대리인은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기존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임면권’을 ‘임명권’으로 수정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해임권 조항이 삭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합방송법이 권력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제정된 만큼 입법취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법 제47조와 제50조에서 “KBS 사장의 임기를 3년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명시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보고 있다.

정 전 사장측 백승헌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은 대통령의 해임 권한에 대해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통합방송법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임면’에서 ‘임명’으로 바꿨다”며 “대통령에게는 해임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통합방송법 제정에 참여한 강대인 전 방송위원장 역시 “2000년 통합방송법이 제정되면서 해임권을 없애고, 임명권만 명기한 가장 큰 이유는 공영방송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측 강훈 변호사는 “대통령의 면직권을 박탈하기 위한 개정이 있었다면 입법경위에 나와 있어야 하는데 국회 회의록에도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맞서 이번 재판은 물론 앞으로 진행될 소송에서도 가장 큰 주요 쟁점거리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법원이 신태섭 전 교수의 ‘보궐이사임명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강성철 이사의 임명은 정지된다. 이럴 경우 지난 8일 KBS이사회가 강성철 이사까지 포함해 6명의 의결정족수로 ‘정 사장 해임 제청안’을 가결한 것도 무효다.
■ KBS 이사회, 의결정족수 채웠나 =
KBS이사회가 ‘정 사장 해임 제청안’을 가결하면서 의결정족수 6명을 채웠느냐도 주요 쟁점이다. 현재 신태섭 전 교수의 KBS 이사 해임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태에서 보궐이사로 선임된 강성철 이사의 자격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연주 사장측의 주장이다.

더욱이 신태섭 전 이사는 지난달 21일 이명박 대통령과 방통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보궐이사임명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해 지난 12일 첫 번째 심리를 진행했고 아직까지 최종 판결이 나지 않았다.

법원이 신 전 교수의 ‘보궐이사임명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강성철 이사의 임명은 정지된다. 이럴 경우 KBS이사회가 강성철 이사까지 포함해 6명의 의결정족수로 ‘정 사장 해임 제청안’을 가결한 것도 무효다.

때문에 백승헌 변호사는 “KBS 이사회가 의결정족수에 미달했다”며 “등기이사 6명 참석해 과반의 참석으로 의결됐지만 신임 강성철의 이사 자격이 의문일 뿐만 아니라 통지사항 및 청문절차에도 간과할 수 없는 흠결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사회 법률대리인인 서재헌 변호사는 “KBS 사장을 공석으로 둘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 조세소송 등 경영책임 정 전 사장 해임사유 되나 = KBS이사회가 감사원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 조세소송, 재정 적자 등을 이유로 정 전 사장을 해임한 것도 “법적 해석이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감사원은 ‘감사원은 임원이나 직원의 비위가 현저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에게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는 감사원법(제32조 9항) 규정에 근거, 정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를 결정했다.

하지만 감사원 조사 결과에서도 개인 비리가 드러나지 않은 정 전 사장에 대해 ‘현저한 비위’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백승헌 변호사는 “신청인이 개인 비리를 저지른 적도 없음이 감사원과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지만 재정적자를 이유로, 그것도 위법하다는 확정 판결이 있기 이전에 사장 자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며 “감사원이 지적한 ‘방만한 경영’이 신분을 상실한 정도의 비위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 전 사장이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조세소송에 대해서도 백 변호사는 “백번 양보해서 대통령에 해임권이 있다고 해도 해임 사유는 없다”며 “조세소송은 사법부 판단에 의해 조정된 것으로 합리적, 합법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고 일부 하급심 사건이 남아있지만 법원에 의해 번복되지 않으면 하급심에서도 충분히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재헌 변호사는 “판례에 따르며 ‘비위’란 개인의 비리뿐만 아니라 징계의 원인이 되는 모든 사유에 해당한다”며 “KBS 사장이 얼마나 높은 자리인지는 모르겠으나 법관조차도 ‘비위’가 있을 경우 해임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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