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인가 재탕인가
상태바
풍자인가 재탕인가
방송프로그램 패러디 개그 활개
  • 김고은 기자
  • 승인 2008.08.20 02: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우측 하단)을 패러디한 KBS <개그콘서트>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KBS
MBC '우리 결혼했어요'(우측 하단)를 패러디 한 <개그야> '우리도 결혼했어요' ⓒMBC
‘패러디 개그’가 인기다. MBC 〈개그야〉 ‘우리도 결혼했어요’와 KBS 〈개그콘서트〉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은 각각 〈일요일 일요일 밤에〉 ‘우리 결혼했어요’와 시사프로그램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을 패러디 해 원작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도 결혼했어요’의 서인연과 크라운퐝규

‘우리도 결혼했어요’는 MBC 스타 웨딩 버라이어티 ‘우리 결혼했어요’의 서인영-크라운제이 커플을 패러디 대상으로 삼았다. 애교만점의 서인영은 덩치가 3배는 됨직한 ‘서인연’으로, 중학교식 영어와 ‘A~!’를 남발하는 크라운제이는 ‘크라운퐝규’로 모습을 바꿨다.

가상 결혼 생활을 하고, 인터뷰를 통해 속마음을 털어놓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기본적인 콘셉트는 물론, 실제로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방송된 물놀이, 건강검진, 내조·외조하기와 같은 소재도 그대로 차용한다. ‘서방’, ‘신상’, ‘짱이야, 아니야?’ 등 ‘우리 결혼했어요’가 낳은 유행어 역시 그렇다.

▲ MBC '우리 결혼했어요'(우측 하단)를 패러디 한 <개그야> '우리도 결혼했어요' ⓒMBC
‘우리도 결혼했어요’가 새롭게 창조한 웃음 포인트는 ‘보통남자’와 ‘뚱뚱한 여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착각과 갈등이다. ‘서인연’은 마치 자신이 진짜 서인영인 것처럼 갖은 애교와 투정을 부리고, ‘크라운퐝규’는 겉으로는 잘해주는 척 하지만 인터뷰에선 “와이프한테 ‘외조’하는 날인데, 저 다리 보니까 ‘외도’하고 싶다”며 속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서인영과 ‘서인연’, 혹은 크라운제이와 ‘크라운퐝규’ 사이에 발생하는 간극이 웃음을 자아낸다.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의 비틀기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은 제목만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듯이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을 패러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황현희 PD’는 “사실 저는 〈불만제로〉를 패러디 했습니다”라고 뻔뻔하게 말하기도 한다. 이는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은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을 패러디했지만, 넓게는 〈불만제로〉를 포함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들을, 더 넓게는 시사프로그램의 경직성을 풍자한 개그이기도 하다.

‘황현희 PD’식 고발은 대략 이렇다. “보란 듯이 흉기를 넣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 있다”며 케이크 상자에서 칼을 꺼내든다. 옆에 앉은 ‘안영미 박사’는 5년간 발생한 청소년 범죄 증가율과 케이크 증가율을 표로 비교하며, “누가 봐도 똑같다”고 거든다. 그리고는 “비행청소년 중 90% 이상이 생일날 케이크를 먹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며 통계 자료까지 제시한다.

▲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우측 하단)을 패러디한 KBS <개그콘서트>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KBS
이번엔 상어 모양 아이스크림에 상어가 들어있지 않다는데 분노한 ‘황현희 PD’. ‘유민상 대표’가 “상어 모양이지 않냐”고 항변하자 ‘황현희 PD’, 이번엔 ‘돼지하드’를 꺼내 “모양도, 맛도 돼지가 아닌데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따진다. 유 사장, 할 말을 잃고 ‘황현희 PD’는 “하나만 걸려 봐, 아주 그냥”이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억지 같지만, 초코파이보다 작은 ‘빅파이’, 아무리 먹어도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지 않는 시리얼, 하나를 반으로 잘라 2개인 것처럼 속여 파는 샌드위치에 대한 고발은 통쾌하다.

또 ‘유민상 사장’의 말은 듣지도 않고, 억지와 으름장으로만 일관하는 ‘황현희 PD’는 시사프로그램이 오만하고 경직됐다며 비판 받는 지점을 은연중에 비튼다. 억지의 진수를 보여주는 ‘안영미 박사’는 ‘끼워 맞추기’ 취재 관행의 은유다.

‘우려먹기’와 ‘풍자’ 사이의 패러디

패러디 대상이 되는 프로그램 제작진은 불쾌할 법도 하다. 그러나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의 이영돈 PD는 오히려 “재미있게 보고 있다”며 “패러디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 PD는 “일부 PD들은 우리의 취재 방식을 비판하는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고 지적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같은 상황을 재미있고 창의적으로 만든 거라고 생각한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단순한 말장난보다 현실을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개그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풍자와 비틀기라는 패러디의 목적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패러디 자체가 어찌 보면 우려먹기지만 풍자 요소가 분명해야 한다. 웃음 장치를 넣어 똑같이 웃기는 게 패러디는 아니”라며 “‘우리 결혼했어요’란 프로그램 자체의 모순과 문제점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도 결혼했어요’는 그런 속성상의 특이함이나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비트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에 웃음 장치를 넣는데 그쳐 패러디의 원칙과 목적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패러디의 원칙에서 벗어날 경우, 비슷한 소재로 우려먹기 하는 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도 꼬집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