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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쓰는대중음악칼럼 6

‘이 땅에 살기 위하여’
강우석
l승인1997.04.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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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우리 땅에 살고 있는 대중음악인들이 커다란 봉변없이 잘 먹고 살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이 필요했다. 어떻게 하면 유행을 잘 쫓아갈까 하는 정도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금전적인 관심이 전혀 없는 음악인이라도 자신의 음반이 발표 내지는 유통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면, 그 음악인은 이미 이 땅에 살 의미를 상실한 것이 된다. 그러나 그러한 어려운 상황 아래에서도 자신의 음악을 꿋꿋하게 지켜온 음악인들은 우리나라에도 분명히 존재했다. 해금될 때까지 20여년동안 묵묵하게 언더그라운드를 지켜온 김민기씨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아무튼 이 김민기라는 한국 대중음악의 상징적인 존재의 의미는 컸다. 적어도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음악세계를 아낄 줄 아는 사람이 있는 한, 그의 뒤를 이을 만한 사람들은 꾸준히 나타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한심한 점은 이러한 불행한 시대를 산 음악인이 왜 또 생겨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다. 누구나 뻔히 알듯이 이런 불행한 시절을 만들어 낸 것은 바로 심의의 장벽이다. 앞서간 수많은 음악인들이 이 날카로운 장벽을 넘지 못하고 아쉽게도 스러져 간 것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오 輪玖 여러 곡의 히트곡을 보유했던 정태춘이라는 음악인은 심의를 거부하고 음반을 발표할 자살행위(?)를 택하기까지 했을까 …그러나 이제 적어도 음반을 발표하는 과정에서는 이 장벽이 제거되었다. 그러면 이 땅의 음악인들에게는 과연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자유가 부여된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심의라는 장벽은 여기, 저기, 그리고 모든 곳에 아직도 산재해 있다. 제도적으로 남아있는 각 방송사의 자율심의제도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가장 넘기 힘든 장벽은 바로 우리들 마음 속에 남아 있다.생산자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내가 이러한 메시지를 담아서 음악을 만든다면, 이것이 정상적으로 아무런 저항 없이 유통될 수 있을 것인가?” 매개자인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메시지의 음악을 프로그램에서 다루었을 경우 과연 뒷 탈은 없을 것인가?”자, 이제 우리가 싸워야 될 적의 실체는 명백하게 드러난 셈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우리 자신이었던 것이다. 이제 명백하게 고하노니, 진실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자만이 제도의 벽에 맞설 수 있으리라 …맞서는 사람은 항상 그랬듯이 생산자 쪽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민중 진영의 록의 전사 윤도현은 최근 가장 두드러진 투사이다. 그는 자신의 2집 앨범에 박노해 시인의 작품인 “이땅에 살기 위하여”를 실어서 이 땅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쓴 다른 곡들의 노랫말을 잘 살펴보면 더욱 그런 의도를 잘 읽을 수 있다. 이건 현재의 메인스트림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이다. 아직 주류에 확실하게 둥우리를 틀지 못한 록이라는 기초 위에 선명한 메시지를 실어서 대중음악 앨범을 낸다는 것은 매개자와 수용자의 마음을 시험하는 아주 당찬 공격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가장 이기기 힘든 집 騈 역시 매개자 집단이다. 우리들은 각 방송사의 자율심의기구를 통해서 이 노래를 방송 부적격으로 판정내리는 동시에 결국 윤도현이라는 한 사람의 음악인이 우리 앞에 펼쳐보인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메시지에 더욱 비중을 두고 음반을 만들 결심을 했던 음악인들은 이 일로 말미암아 한번 더 자기 마음 속의 장벽을 높일 것이 분명하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야심적으로 내놓은 곡이 심의의 철퇴를 맞은 윤도현이 패자로 보이지만, 훗날 역사는 분명히 기억할 것이다. 1997년 4월, 대중음악의 매개 마피아인 프로듀서 집단은 한국 대중음악이 메시지 중심의 음악으로 발전하려는 발판을 파괴하는 아주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모두가 패배자이다. 과거 유신정권이 심의의 칼날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때, 프로듀서 집단은 적어도 심정적으로 만큼은 이 땅의 음악인들의 편에 섰을 것이 분명하다. 이제 과거의 그 칼날은 없다. 세상은 바뀌었다. 군사정권은 물러났고, 대한민국에서 적어도 표현의 자유 정도는 보장된다. 프로듀서들이여, 우리 마음 속의 장벽을 어서 깨뜨리자. 그리고 아직도 미미하게 남아있는 제도의 장벽을 우리의 자긍심으로 부 側 나가자. 이 땅에 깨어있는 프로듀서라는 자랑스런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 …|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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