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을 가장한 퀴즈프로그램의 겉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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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을 가장한 퀴즈프로그램의 겉과 속
  • 도쿄 = 백승혁 통신원
  • 승인 2008.08.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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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일본 방송에 대해 막연하게 선정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여성 탤런트의 과도한 노출이나 성을 주제로 하는 대화와 표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전파를 탔다. 물론 지금도 일본의 방송은 한국과는 다른 정서로 여전히 비키니 차림의 여성 출연자들을 무대의 세트와 같은 느낌으로 이유 없이 출연을 시킨다든지 출연자들이 사용하는 언어적 표현들도 비교적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방송에 요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교양 프로그램’의 편성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8월 들어서는 올림픽의 영향이 크겠지만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리면 좀 과장된 표현으로 거의 모든 채널에서 ‘교양 프로그램(퀴즈 프로그램)’ 아니면 올림픽 중계를 하고 있다. 근래에 들어 불고 있는 일본 잡학 붐의 영향도 적지는 않겠지만 뭔가 이상하리만큼 퀴즈 프로그램이 방송사를 막론하고 무더기 편성되고 있다.

지난 4월 개편으로 7편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포함, 1주일에 정규 퀴즈 프로그램은 총 30편 가까이 된다. 후지테레비와 같은 경우는 화요일을 제외한 거의 매일을, 그것도 7시대의 골든타임에 집중 편성하고 있다. 후지테레비의 <퀴즈 헥사곤 Ⅱ>와 같은 경우는 평균 시청률이 20%에 육박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많은 프로그램이 평균 시청률 10%를 넘기고 있을 정도로 인기도 높은 편이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면 시청자들의 교양과 지식 향상을 위한 퀴즈 프로그램으로만 보기에는 퀴즈의 질적 수준에서 문제가 보이고, 출연하는 탤런트들은 마치 개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 방송이지만 상업적인 성격 또한 갖고 있기에 시청률이라는 것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고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요즘 방송 편성 시간대를 도배하고 있는 일본 퀴즈 프로그램은 퀴즈의 질과 내용, 유용성 등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고 출연한 탤런트의 터무니 없고 익살스러운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웃음과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심지어 ‘오바카(바보) 탤런트’라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다. 다시 말해 바보 캐릭터 연예인들의 의외의 대답과 익살이 프로그램의 핵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퀴즈 프로그램이나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탤런트들은 ‘지성파 탤런트’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또한 그러한 지적 수준이 탤런트의 지명도를 높이거나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요즘의 일본 방송계에서는 과거와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바보 캐릭터가 탤런트의 지명도를 높이고 있으며, 시청률 향상에 공헌하고 있다. 이러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바카 탤런트’들은 타 방송사의 퀴즈 프로그램에 동시 출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도쿄 = 백승혁 통신원 / 일본 조치대학교 신문학 전공 박사과정

일본의 방송법에서는 제3조의 2 제2항에서 교양 프로그램이나 교육 프로그램, 보도 프로그램, 오락 프로그램 등을 균형 있게 편성해야 한다는 프로그램 조화원칙을 두고 있다. 이 원칙은 방송국 면허의 조건으로도 작용한다. 이러한 편성 비율은 각 방송사들이 총무성에 보고하는 연차보고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 퀴즈를 제출하고 답하는 퀴즈 프로그램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민방들은 위와 같은 프로그램을 ‘교양·교육 프로그램’으로 집계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NHK의 비율을 상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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