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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2008.8.19)에 실린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PD의 공국(公國)엔 공영방송이 없다”라는 칼럼을 보고 하도 기가차고 어처구니가 없어 그를 규탄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그의 글은 허위와 왜곡, 무지와 독선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첫째, 허위를 진실인양 호도하고 있다. 
그는 ‘미디어포커스’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프로듀서들이 제작한다고 썼는데 ‘미디어포커스’ 부분은 허위이다. 왜냐하면 토요일 밤에 방송하는 ‘미디어포커스’ 프로그램은 KBS 보도본부 시사보도팀 소속의 기자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그가 ‘미디어포커스’ 프로그램을 기자들이 만드는 것 인줄을 알면서도 PD들이 만든다고 썼다면 가증스런 허위가 된다.

또 다른 경우로 ‘미디어포커스’ 프로그램을 PD들이 만드는 것으로 착각을 하였다고 둘러댄다면 이는 뻔뻔한 위선이다. 이는 그가 ‘미디어포커스’ 프로그램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면서 마치 본 것인양 편향성 어쩌구 하면서 떠들어댔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디어포커스’ 프로그램을 보면 진행을 맡은 기자와 아이템 취재를 한 기자가 스튜디오에서 서로 마주보며 ‘OOO기자'라고 호명하면서 진행하는 형식임을 누구라도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한 번이라도 그 프로그램을 보았다면 어떻게 착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또한 “(방송)상품의 제작과 납품, 방영이 모두 ’PD의 공국‘ 소관이 된다”고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이는 허위이다. 기자들도 각종 뉴스를 비롯해 시사다큐, 보도특집, 토론, 정책진단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상당수 제작하고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그가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일부러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무지와 왜곡, 독선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칼럼에서 “언제부턴가 PD들은 심층보도와 스토리를 결합한 신상품인 시사다큐를 출시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라고 했는데, 비아냥은 넘어간다 하여도 무식함에 기반한 왜곡과 독선을 지적하고자 한다. 아니 스토리(이야기) 없이 어떤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전개한단 말인가?  그러므로 그 스토리가 허구이냐, 사실이냐가 중요하지 프로그램을 전개하는 형식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1분20초라는 간단한 뉴스 리포팅물이던, 1시간짜리 시사다큐물이던간에 모든 프로그램은 그 기본구조가 이야기체로 되어있다. 이를 전문용어로 서사구조, 즉 내러티브(narrative)라고 하는데 이를 알기 쉬운 우리말로 바꾸면 이야기체가 된다. 그러니까 그의 말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춘  보도를 하기 위해서는 ‘이야기체(스토리)’라는 형식을 사용하여서는 안된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데 이거야 말로 무식함의 극치이다.

PD가 아닌 기자들이 제작하는 ‘시사기획 쌈’ ‘취재파일4321’ ‘시사매거진 2580’ ‘ 뉴스 추적’ 등도 모두 이야기체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문자로 이루어지는 신문도 기사를 쓰려면 이야기를 해야 한다. 과학적 연구의 산물이라고 하는 논문 역시 문제제기에서부터 결론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시사다큐 프로그램에 있어 문제의 핵심은 이야기체라는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내용이 꾸며낸 픽션(fiction)이냐 여부와 더불어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느냐는 것이 된다.

그럼에도 그는 PD들에 의해 이야기체로 만들어지는 신상품인“ ‘미디어포커스’(?)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와 같은 프로그램에는 검증되지 않은 논리, 선정적 영상, 편향적 해설이 자주 동원된다”고 사실을 왜곡하고 논리를 비약하면서 독선을 펼치고 있다. 모든 방송 프로그램이 이야기체 구조로 되어있는 것을 그는 교묘하게 PD들이 만드는 시사다큐 프로그램만 이야기체(스토리)로 되어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야기체라는 형식 자체가 편향적인 보도를 하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

셋째, 악의적으로 PD집단을 매도하고 있다.
칼럼의 제목부터 “ ‘PD의 공국’엔 공영방송이 없다”고 붙이며 PD집단은 공정성도 없고 공영방송의 철학도 모르는 집단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그 근거로 ‘PD수첩’에 의한 광우병보도를 들고 있다. 필자는 PD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 중에서 때로는 불공정하고 편향적인 프로그램이 간혹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프로듀서 개인이나 혹은 그 제작팀에 국한하여 자질문제에서부터 게이트키핑까지 여러 문제점을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거론하는 것이 마땅하지 ‘PD'라는 타이틀을 가진 모든 집단을 도매금으로 매도하여서는 안된다. 그가 그렇게도 미워하는 ’PD수첩‘이 황우석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사건을 보도하면서 “서울대는 사기꾼 교수들의 공국”이라고 교수전체 집단을 매도한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교수들은 연구와 강의라는 교수의 직분에 충실하고 황우석교수와 같은 이는 극소수임을 알기에 교수전체를 매도하지 않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PD들도 환경감시와 상호연결, 문화유산전달. 오락제공이라는 방송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명색이 사회학 교수라는 사람이 이 정도의 분별력도 없단 말인가?  아니면  KBS 새 사장을 뽑는 미묘한 시기에 모처로부터 부탁을 받고 고의적으로 PD집단을 매도하는 고도의 정치게임을 하고 있는 것인가?

넷째,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그는 “강도 높은 조직개혁을 통해 PD저널리즘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라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PD저널리즘을 ’프로듀서들에 의해 구현되는 환경감시ㆍ상호연결과 같은 적극적인 언론활동’이라고 정의 한다면 저널리즘의 요체는 객관성과 공정성의 확보이다. 보도에 있어 객관성이란 대상이 되는 사건이나 사물에 대하여 편견을 갖지 않고(un-biased), 사실을 왜곡하지 않으며(not-distorted),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객관성은 비편파성, 비왜곡성, 형평성, 균형성 등을 합친 개념으로 간주된다. 공정성은 객관적인 것이 꼭 공정한 것은 아니라는 전제하에 진실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한 개념으로 사용된다.

그러므로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사안을 다룸에 있어 반대되는 모든 의견을 포함해야 하며(range of opinion), 의견에 가중치를 두어야 하며(weight of opinion), 의견의 변화(change of opinion)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강조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프로듀서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저널리즘이 더욱 성숙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다루는 프로듀서들에 대한 끊임없는 교육과 프로그램의 기획과정에서부터 송출에 이르기까지 사전 점검을 하는 보다 철저한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이 필요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그는 마치 구조조정과 조직축소를 떠올리는 ‘조직개혁’이란 용어를 구사하면서 PD집단을 매도하면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필자는 프로듀서들도 반성할 부분이 있으며 끊임없는 자기성찰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방송이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감안할 때 PD들도 자신의 주장을 펴고 싶은 마음을 야수와 같은 마음으로 억누르고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지를 끊임없이 되돌아 보아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저널리스트의 자세이다.

▲ 고희일 PD / KBS 심의위원

그러나 송호근의 글을 보면  한국의 방송이 잘 되기를 바라는 학자로서의 염원은 한군데도 없이 허위와 무지, 악의에 가득한 천박한 글로 PD집단을 매도하고 있다. 송호근은  자신의 글로 인해 빡빡한 취재일정과 더 쥐어짤 수 없는 적은 제작비를 갖고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프로듀서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교언영색으로 대중을 현혹시키는 품격 없는 글을 이곳저곳에 써대지 말고 캠퍼스에서 조용히 학생들이나 충실히 가르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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