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빗장 풀면 ‘민영화’는 시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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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차관 'YTN 공기업 지분 매각' 발언 파장과 의미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정부가 공기업이 보유한 YTN 주식을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혀 이에 따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신 차관은 지난달 29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침 등에 맞춰 이미 (YTN 공기업 지분) 매각을 시작해 어제(28일)까지 2만주 가까이 판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전체를 다 팔 예정”이라고 말했다.

▲ 'YTN 민영화 저지'는 노조의 궁극적인 투쟁목표로 부각됐다.

YTN의 지분구조=YTN은 1993년 구 연합통신(현 연합뉴스)이 대주주로 참여해 ‘연합TV뉴스’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연합뉴스는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지분의 75%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YTN은 유일한 보도채널을 살려야한다는 취지로 자금력이 풍부한 공기업들이 증자에 참여하면서 현재 지분구조가 성립됐다. 2008년 6월말 기준으로 YTN의 지분구조는 한전KDN 21.4%, KT&G 19.9%, 미래에셋생명 13.6%, 마사회 9.5%, 우리은행 7.6% 등 미래에셋생명을 제외한 공기업 지분율이 58.5%에 이른다.

하지만 YTN은 코스닥 시장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주식거래가 가능한 기업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한 공기업 지분 매각을 반대할 수 있는 명분은 없다.

그러나 보도전문채널은 공적 지분을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속에 현재의 공기업 지분 구조가 형성돼있고, 이러한 배경을 근거로 YTN 노조는 “지분구조로 볼 때 YTN은 단 한 번도 민영기업이었던 적이 없었고, 이러한 소유구조는 YTN이 공정방송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보고 있다.

YTN 민영화, 현실성 있나=신재민 차관의 발언대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이 장내 매각될 경우 현행 방송법상 특정 기업체가 30% 지분을 사들이기만 해도 YTN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CJ투자증권의 민영상 연구원은 “YTN의 현재 시가총액(지난달 29일 기준, 1873억원)을 감안해 지분 30%(최대주주 보유지분 제한선)의 가치는 500~6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실제로 YTN의 경영권 확보에 관심이 있는 특정 기업 등에게는 매력적인 지분가치”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신 차관이 직접 YTN 공기업 지분 매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주식시장도 술렁였다. YTN 주식가격은 M&A(인수합병)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며 1일 한 때 가격제한폭인 5120원까지 상승했다.

마찬가지로 보도전문채널을 갖고 싶어 하는 대기업이나 재벌 신문사들도 YTN에 손을 뻗칠 수 있지만, 현행 방송법상 YTN의 지분 매입과 경영권 확보에는 제약이 따른다. 자산총액 3조가 넘는 대기업, 신문사, 외국인은 뉴스·보도채널에 대한 지분을 소유할 수 없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기업의 종합편성과 보도채널 진입 허용 기준을 3조에서 10조로 완화하려 하고 있고, 정부와 여당은 추후 신문·방송 겸영까지 추진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대기업과 조·중·동 등 재벌언론의 뉴스·보도전문채널 진입 가능성은 열려있다.

반응=구본홍 사장 취임 이후 줄곧 ‘민영화 위기론’이 떠돌던 YTN은 신 차관의 발언에 신속하게 반응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노종면, 이하 YTN 노조) 즉각 반박 성명을 내어 “정부와 사측은 그동안 노조의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민영화 카드’를 사용해왔다”며 “신 차관의 발언도 결국 ‘구본홍 구하기’가 본질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YTN 노조는 “신 차관의 발언은 YTN의 주주사인 공기업들을 향해 ‘YTN 주식을 내가 시키는대로 팔라’고 협박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해당 기업들이) 주당 1만원 이상 투자한 주식을 4000원 대에 팔라고 압박하는 것이니 해당 공기업에게 배임을 강요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YTN 회사측도 신재민 차관 발언 이후 ‘민영화 저지’ 대책수립에 분주했다. YTN은 1일 사장 직속 ‘YTN 민영화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고, 구본홍 사장도 실·국장 회의를 소집한 뒤 사내공지를 통해 “온몸으로 민영화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망=결국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당이 추진하는 방송법 시행령과 신문법의 개정 논의가 ‘YTN 민영화’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도 “현재 YTN의 지분구조는 우리가 추구하는 공정방송의 근간이기 때문에 ‘민영화 저지’는 우리의 궁극적인 투쟁목표가 돼야한다”며 “언론노조 등 외부단체와 연대해 관련법 개정을 막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YTN 회사측은 비대위 구성과 함께 노조, 직능단체들과 연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노조는 “사측의 제안에는 진정성이 없을 뿐더러, 사장 직속의 비대위 형식도 거부한다”는 입장이어서 실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20여시간 동안 진행된 구본홍 씨와의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YTN 민영화’였지만, ‘낙하산 사장’인 구 씨는 민영화를 막을 의지도 없어보였고 정권의 정책을 거스를 수도 없을 것”이라고 밝힌 터라 민영화 저지에 YTN 노사가 힘을 모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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