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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주간 미디어 리뷰]

▲ 이희용 부회장

낙하산 사장 시비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YTN이 민영화 논란에 맞닥뜨렸습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8월 29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공기업 보유 주식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지요.

신 차관은 "YTN의 공기업 지분은 과거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때 정부가 방송의 공공성을 고려해 이를 구제하기 위해 매입했던 것"이라면서 "이제 YTN이 정상화됐을 뿐 아니라 공기업 선진화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모두 매각하기로 했으며 어제까지 2만 주(전체 주식의 약 0.05%)가량을 이미 매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장외에서 팔거나 일괄 매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할 경우 3개 신문(조중동)에 넘기기 위한 음모가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으니 빨리 못 팔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지요.

그러자 야당과 YTN 노조 등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반론의 요지는 ▲민영화 불가론 ▲특혜론 ▲노조를 향한 엄포론 ▲월권론 등으로 나눠지는데 "민영화를 하면 공정성이 훼손된다" "특정 신문에 넘겨주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 "위기설을 부추겨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문화부 관할 기관도 아닌 공기업의 주식 매각 방침을 밝힌 것은 월권이다" 등이지요.

반면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YTN은 원래 민간기업이므로 외환위기 때 공기업이 임시 방편으로 사들였던 주식을 민간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주장했으며,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도 정치적 의도를 부인하며 "정부가 YTN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면서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표시했습니다.

YTN의 역사를 보면 신 차관이나 차 대변인의 말은 절반은 맞지만 절반은 사실과 다릅니다. YTN은 상법상 주식회사이고 코스닥 등록기업이기는 해도 지배주주가 민간기업이었던 적은 한번도 없지요. 그러나 지배주주 주식을 매각하고 증자를 하는 과정에서 공기업이 참여한 것도 사실입니다. 다소 장황하지만 YTN의 내력을 살펴보겠습니다.

▲ YTN 노조 조합원들이 구본홍 사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며 "공정방송 사수", "구본홍 사퇴"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다시 더듬어보는 YTN의 역사

1993년 8월 공보처는 케이블TV 종합보도뉴스 채널 사업자로 단독 신청한 연합통신(현 연합뉴스) 컨소시엄 연합텔레비전뉴스(YTN:Yonhap Television News)를 선정했습니다.

당시 오인환 공보처 장관은 "연합통신이 복합뉴스매체가 되면 순기능도 역기능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종합보도채널을 운영하려면 역량과 준비, 훈련과 자금을 갖춰야 가능한 것인데 연합통신은 방대한 취재진이 있고 다년간 준비를 해온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지요. 또 "앞으로 연합통신보다 더 양질의 뉴스를 제공할 능력이 있어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가 있다면 진지하게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도 덧붙였지요.

통합방송법 이전에는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의 보도채널 진출이 허용돼 있었는데 경제보도 채널에도 매일경제가 단독 신청해 MBN을 창립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케이블TV 보도채널의 사업전망이 극히 불투명해 희망자들이 많지도 않았지만, 만일 신청자가 복수였다 해도 정부가 사전 조정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종합보도채널에는 특혜 시비가 일 가능성이 높으니 연합통신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이에 따라 다른 신청자가 없었다고 풀이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연합통신은 1980년 언론통폐합과 함께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공동출자한 형식으로 창립됐지만 93년 당시 주식 분포를 보면 KBS와 MBC의 지분 합계가 75%에 이르러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지요. 2003년 뉴스통신진흥법 제정 이후 설립된 공익법인 뉴스통신진흥회가 2006년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KBS와 MBC의 지분 합계는 52.5%로 낮아졌고 뉴스통신진흥회가 30.77%로 1대주주의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도 상법상 주식회사이긴 하지만 엄연한 공영매체이지요(2003년 설립된 뉴시스가 '국내 유일의 민영 뉴스통신'을 표방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YTN 컨소시엄에는 연합통신을 제외하면 모두 민간기업이 참여했습니다. 93년 9월 14일 창립 당시 연합통신의 지분이 30%였고 쌍방울, 한국상업은행, 일동제약, 제일산업, 조선맥주(하이트맥주) 등이 주요 주주로 구성돼 있었지요.

YTN은 95년 3월 개국 직후부터 경영난을 겪습니다. 몇 달 뒤 터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각광을 받기도 했지만 케이블망이 제대로 깔려 있지 않아 가입자 확보가 더디기 짝이 없었지요. 개국 첫해와 이듬해 누적적자가 자본금(500억 원)을 모두 잠식했고 연합통신은 자본 조달능력이 없어 경영 개선 전망은 극히 불투명했습니다. 케이블TV는 김영삼 대통령 국책사업의 하나였는데 케이블TV의 선도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YTN이 무너지는 일을 정권이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었을 겁니다.

정권과의 갈등도 YTN의 위기에 한몫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97년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박경식 씨의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 95년 이미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가 YTN 사장 인사에 개입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납니다. 당시 YTN 사장은 연합통신 사장을 겸하고 있던 현소환 씨였는데 TK 정권과 가까웠던 그를 밀어내고 PK 인물을 앉히려 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 연합통신은 1997년 9월 3일 YTN 보유 주식 90만 주를 모두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정보네트워크(2000년 한전KDN으로 개명)에 매각하는 가계약을 한 뒤 12월 2일 최대주주 변경을 완료합니다.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고 발표한 것이 11월 19일이니 가계약 시점을 보면 IMF 때문에 한전에 넘겼다는 말도 정확하지 않은 셈입니다.

연합통신은 YTN 지분을 매각한 이듬해 12월 회사명을 연합뉴스로 바꿉니다. 당시 한국통신 이외에도 신세기통신, 나래이동통신 등 텔레콤 회사가 부쩍 늘어나 뉴스에이전시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켰다는 이유에서였지요. YTN도 연합통신과 관계가 단절된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 주식회사 연합텔레비전뉴스에서 99년 2월 주식회사 YTN으로 개명합니다. 아예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했지만 브랜드 가치와 자금 사정 등을 고려해 채널명을 사명으로 바꾼 것이지요. 이후 YTN 사내에서는 회사명이 어제(Yesterday), 내일(Tomorrow), 지금(Now)의 약자를 뜻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전정보네트워크가 최대주주가 된 뒤에도 IMF 한파로 경영난이 가중되자 YTN은 98년 한국담배인삼공사, 한국마사회, 한빛은행 등이 참여한 가운데 1,500억 원으로 자본금을 늘렸습니다. 또 2000년에는 2,100억 원으로 증자했지요. 이 과정에서 민간기업들의 지분은 없어졌거나 대폭 줄었습니다. 신 차관이나 차 대변인의 발언은 이를 두고 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 뒤 2004년 3월 주식 액면분할 및 주식병합을 거쳐 현재 자본금은 420억 원이며 액면가 1천 원의 주식은 4천 원대를 유지하다가 신 차관 발언 이후 5천 원대를 호가하고 있습니다. 지분율을 보면 한전KDN 21.43%, KT&G 19.95%, 미래에셋생명 13.57%, 한국마사회 9.5, 우리은행 7.6%이어서 미래에셋을 제외한 공기업지분은 58.4% 정도입니다.

민영화 발언이 구 사장 입지에 보탬될까

위에서 살펴본 대로 YTN은 공영도 민영도 아닌 애매한 위상입니다. 소유구조는 공영이고 수입구조는 민영인 MBC보다 더 헷갈리지요. 애매한 위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YTN이 왜 공기업이 지분을 소유하는 형태의 민영방송으로 존재해왔는지 따져봐야 하고, 이를 민영화하려면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겠지요.

2000년 발효된 통합방송법은 예전보다 여론 독과점을 더 우려해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의 보도채널 진출을 불허했습니다. 다만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을 적용해 기존의 소유지분은 인정했기 때문에 매일경제의 MBN 소유는 계속 유지돼 왔지요.

2003년 이후추가 보도채널을 승인할 것인지, 일간신문 및 뉴스통신과 대기업의 보도채널 진출을 허용할 것인지 일부 논의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해 현행 규제체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만일 YTN을 민영화하려 한다면 민영화가 바람직한지 여부는 물론 보도채널 추가 승인이나 일간신문 및 뉴스통신과 대기업의 진출 허용 등의 문제도 함께 따져봐야 하지요.

신 차관의 발언이 이런 복잡한 사정을 모두 고려했거나 여권 핵심부에서 조율이 이뤄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권 일각에서도 YTN 민영화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속도 조절을 권유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이미 일부 주식을 매각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평소 품고 있던 생각을 말한 원칙적인 발언도 아닌 듯합니다. 오히려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을 통해 신문의 보도채널 진출을 허용하자는 논의에 악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낙하산 사장을 반대한다는 주장에 대해 "YTN 사장 내정은 YTN 이사회가 결정한 일"이라고 말해오다가 YTN의 공기업 지분 매각에 관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의아하게 비칠 소지가 충분해 보입니다.

그래서 노조와 야권에서는 신 차관의 발언이 노조를 압박해 구본홍 사장을 외곽에서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말끔하게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 듯합니다. 노조가 위기감에 휩싸인 것은 사실이지만 구 사장에 대한 노조원들의 불신감을 부추겨 구 사장의 입지가 더 좁아진 측면도 있으니까요.

YTN 노조는 최근 이뤄진 인사 조치와 징계 및 고소 방침 등과 관련해 총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습니다. 일각에서 "회사가 누란의 위기에 빠졌는데 현실을 인정한 뒤 노사가 합심해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도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태도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져 충돌을 격돌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 이병순 KBS 사장 취임식 ⓒKBS


KBS 이병순 체제 자리잡을 수 있을까

KBS의 이병순 사장은 표면적으로는 안정을 찾아가는 듯합니다.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김성묵 전 연수팀장과 류광호 KBS비즈니스 이사를 부사장에 임명했고 KBS 노조와도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KBS 사원행동은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에서 제작 자율권 수호 및 구조조정 반대 투쟁으로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KBS 노보 특보에 따르면 이 사장은 노조와의 상견례에서 "프로그램 존폐는 전적으로 관련 본부장이 조직의 의견을 수렴하고 여러 사람의 평가를 들어서 추진할 일"이라고 답변했으며 "현행 노동법상 노사합의 없이는 구조조정이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의 일부에 대해 노조가 품고 있는 반감을 누그러뜨리려고 하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KBS 사원행동은 임의단체라는 특성상 결집력에 한계가 있고 출근저지 투쟁을 계속 끌어가기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물론 이 사장도 대화 상대로 여기고 있지 않지요. KBS 사원행동은 3일 총회를 열어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한 뒤 장기적인 투쟁 계획을 세울 방침입니다. 또 이와는 별도로 26기 이하 젊은 PD와 기자 100여 명이 투쟁 의지를 다지고 사내 구성원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고 하네요.

본부장 인사에 이어 간부 및 평사원 인사가 끝나면 이 사장 체제가 틀을 갖추게 될 겁니다. 그러나 현안이 산적한 데다 보도 방향 및 논조, 프로그램 개편, 조직 개편, 구조조정 등 갈등 요인이 곳곳에 잠복해 있어 순항 여부는 극히 불투명해 보입니다.

방통위 의도대로 방송통신기본법 만들 수 있을까

방송통신위원회는 8월 28일 '방송통신 발전에 관한 기본법' 제정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방송과 통신을 엄격히 구분한 현재의 규제체계를 극복하고 디지털 융합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 규정과 함께 수평적 규제체계를 도입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그러나 공익성을 중시하는 방송과 산업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통신을 단기간에 동일 규제체계로 융합하기는 곤란한 만큼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현재의 방송통신 관련 법률을 '기본법+개별법' 체계로 통합하되 방송통신 발전에 관한 기본법(2008년 하반기)과 개별법으로서 방송통신사업법(2009년 하반기)을 우선 제정하고 망법과 전파법 등은 당분간 존속시키다가 2010년 이후 통합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지요.

기본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제1장 총칙에서 방송통신의 개념을 '유선ㆍ무선ㆍ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방송통신콘텐츠를 송신하거나 수신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과 수단을 말한다'고 정의해 방송법에 따른 방송,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사업법의 방송, 전기통신기본법에 정의된 전기통신을 모두 포괄하고 있습니다.

이어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수평적 규제체계의 기본 원칙도 규정하고 현행법상 적용이 명확하지 않은 신규 방송통신서비스도 신속한 제공이 이뤄지도록 한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방통위가 방송통신 기본계획과 방송통신 콘텐츠 진흥계획을 수립하고 방송통신기술 및 인력 양성 시책도 세우도록 명문화하는 한편 방송발전기금에 통신사업자 출연금, 주파수 할당 대가, 전파 사용료 등을 합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설치하기로 했답니다.

방통위는 9월 초까지 관련 부처 의견을 수렴해 이달 중순 입법예고를 한 뒤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 빠르면 11월 말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방송통신 기본법 제정에 관한 필요성은 예전부터 제기되기는 했으나 몇 가지 검토할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방송통신콘텐츠의 제작ㆍ유통 등의 지원을 위해 방통위에 종합적 진흥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충돌 가능성을 안고 있으며, 정보통신진흥기금 운용을 맡고 있는 지식경제부는 "사전 협의도 없이 정부조직법 개정 당시 합의된 사항을 일방적으로 뒤집으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지요. 또한 미디어업계 일각에서는 방송과 통신만이 아니라 신문 등을 포괄하는 미디어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제공했습니다.    [이희용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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