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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가 뽑은 추천작]

◆ 송지현 프로그래머 추천작

▲ <왕관을 써라> (아만다 미첼리, 미국, 9월 22일 오전 11시 40분)=이 미녀선발대회는 입상하더라도 순식간에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치거나 어린 소녀들의 우상이 되는 영예를 누릴 수 없다. 교도소에서 수감자를 대상으로 열리는 이 대회의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특전 아닌 특전은 여느 때처럼 감방으로 향할 때 교도관에게 받는 에스코트뿐이다.

△추천의 변=이 영화는 긴 속눈썹, 높은 구두, 콜롬비아의 음악과 춤, 열띤 응원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무대를 보여준다. 동시에 후보자들의 발언은 그녀의 입은 옷과 범죄 경력 이면의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조명한다. 당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콜롬비아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 <사랑하는 나의 고물차> (이사이 오리안, 이스라엘, 9월 27일 오후 8시 5분)=이 영화의 감독이자 곧 아이 아빠가 될 이사이 오리안은 그의 아내가 탐탁지 않게 여기는 오래된 폭스바겐 비틀을 가지고 있다. 차의 남은 수명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정비사의 말에, 그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차를 지키고자 요르단으로 차의 전주인들을 만나고 차를 수리해나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추천의 변=사랑하는 자동차에 대한 한 사나이의 애착은 자신의 새로 태어날 아들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영화 내내 커져만 간다. 아내에 대한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그리고 차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주인공.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타까움과 공감과 즐거움을 모두 느끼게 해주는 이 영화는 2007년 핫독에서 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된 바 있다.

 ▲ <우리가 알았더라면> (페트라 라타스터-찌쉬, 피터 라타스터, 네덜란드, 9월 22일 오후 9시 55분)=흐로닝언 대학 병원의 조산아 집중치료병동에서 근무하는 소아과 의사는 매일 도덕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살 가망이 없는 신생아들을 기계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고통을 끝내도록 편안한 죽음을 선고해야 하는가? 영화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모습을 묵묵히 현장에서 카메라에 담아낸다.

△추천의 변=“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키스뿐이에요.” 너무 일찍 세상에 나온 탓에 죽음을 맞이하는 아기의 아빠에게 의사가 던지는 말 한마디. 가슴이 저려온다. 의사들의 노력은 오히려 아기들이 겪어야 할 고통을 연장하는 것이 아닌가, 설령 노력이 성과를 거두더라도 많은 경우 장애를 동반하게 되는 이런 선택이 윤리적으로 옳은지 감독은 우리에게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성기호 EIDF 사무국장 추천작

▲ <세상 끝과의 조우> (베르너 헤어조그, 미국, 9월 27일 오후 11시 35분)=지구의 최남단, 그곳에 숨겨진 공동체가 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폐쇄적인 남극의 한 지역에 천여 명의 남녀가 첨단 과학을 위해 자신들의 안정적 삶에 대한 욕구를 희생한 채 살아가고 있다. 헤어조그 감독은 촬영감독과 함께 외부인으로서는 최초로 이곳에 들어가, 문명이 침투하지 않은 지구 반대편 땅이 보여주는 천연의 아름다움과 인류의 모습을 담아냈다.

△추천의 변=독일이 낳은 거장, 베르너 헤어조그의 신작. 지구의 맨 끝 남극에 자리 잡은 맥머도 기지,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지점인 이곳에서 감독은 담담한 시선으로 접근을 하면서 다층적 스토리로 독특한 영상을 실타래 엮듯 필름에 담아낸다. 이미 거대한 자연을 담은 영상만으로도 흥분하기에 충분하지만, 거장의 스토리 라인은 그 감흥을 더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영상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현악과 성가 또한 감상 포인트.

◀ <예술가와 수단 쌍둥이>(피에트라 브렛켈리, 뉴질랜드, 9월 26일 오후 11시 30분)=세계적으로 유명한 행위 예술가 바네사 비크로프트는 수단의 쌍둥이 고아를 입양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녀의 과도한 열정은 결혼 생활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그녀의 예술 작품이 서아프리카를 의도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문화적 분쟁에 휘말리게 한다.

△추천의 변=세계적으로 유명한 행위예술가인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수단 쌍둥이 입양과정을 담은 이 작품에는 입양에 대한 그녀의 병적인 집착과 해외입양에 관한 법률조차 없는 수단의 현실이 놓여있다.

더불어 올해로 5년째를 맞는 수단의 다르푸르 사태(2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 이상이 강제 이주)에 대해 세계 각국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직접 수단인들의 몸에 페인트를 부어 유혈사태를 표현하는 그녀. 과연 그녀는 진실로 그들만을 위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가?  

 

▲ <가미가제 이야기>(리사 모리모토, 미국·일본, 9월 24일 오후 9시 55분)=제2차 세계대전 중 자살폭격을 벌인 가미가제는 국제적으로는 광적인 애국주의를 상징하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숭고한 희생정신을 발휘한 영웅으로 숭배된다. 60년이 지난 지금 생존자들은 수천 명의 동료가 자살한 가운데 살아남은 것이 어떠한지, 그리고 가미가제의 훈련의 진상은 무엇인지 증언한다.

△추천의 변=일본계 미국인 리사 모리모토는 어느날 자신의 외삼촌이 가미가제였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일본으로 향한다. 그녀가 일본에서 찾은 흔적은 전후 세대인 우리에게는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온다. 일부에 의해 촉발된 국가적 집단광기는 전 세계에 씻을 수 없는 비극을 불러왔다. 하지만 ‘나치’라는 단어조차 금기시되는 독일과 달리 일본 우익의 집단 광기는 현재진행형으로 느껴진다. 일본은 정녕 독일이 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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