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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주간 미디어 리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약칭 문방위)가 9월 8일 전체회의를 열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본격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제18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된 지 석 달여 만입니다.

개원 전부터 문방위는 국회의 18개 상임위 가운데 단연 뜨거운 관심을 모았습니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새로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를 어느 상임위 소관으로 할 것인가를 두고 한창 논쟁을 벌였고, 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여야 간에 힘겨루기를 벌이다가 한나라당 몫으로 정한 뒤 당내 경선까지 치렀지요.

▲ 이희용 부회장
15대 국회 이전만 해도 문화 관련 상임위는 대형 이권이 걸려 있지도 않고 핫이슈도 별로 없어 비인기 상임위에 속했지요. 16대에 들어와 언론을 둘러싸고 여야 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신문과 방송들이 언론 관련 문제를 경쟁적으로 대서특필하다 보니 이른바 물 좋은 상임위로 바뀌었습니다. 의원들로서는 당내 충성도를 인정받고 언론에 자주 거명될 수 있는 좋은 기회지요.

18대에서는 정보통신 분야까지 아우르게 된 데다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공영방송 민영화, 정부의 언론장악 논란 등 뜨거운 현안을 다루는 만큼 의원들의 경쟁도 훨씬 치열해졌습니다. 문방위를 지망했던 스타급 중진-신예 의원들도 많이 탈락했다는 후문입니다.

여야의 맹장들이 포진한 만큼, 최근 언론계의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 등 뜨거운 현안들이 산적한 만큼 문방위 회의장에서는 첫날부터 일대 격돌이 펼쳐졌습니다. 일종의 기선잡기 싸움인 셈이지요.

전초전의 단초는 YTN 노조의 배지가 제공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낙하산 사장 반대를 상징하는 의미로 낙하산 모양에 붉은 사선이 그려진 배지를 옷깃에 일제히 달고 나오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회의 진행에 방해된다며 문제를 삼다가 막판에 집단 퇴장해 첫날 회의가 파행으로 끝났습니다. 보통 집단 퇴장이라는 것은 소수당이 항의의 표시로 가끔 쓰는 무기인데, 한나라당이 아직도 소수야당 때의 버릇을 버리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틀 뒤 방통위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배지를 달고 나오자 한나라당은 거세게 항의해 회의가 3시간 넘게 공전됐습니다. 나경원 한나라당 간사는 "의원은 회의장 안에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을 반입해서는 안된다"는 국회법 148조를 들어 배지를 떼야 한다고 주장했고, 전병헌 민주당 간사는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 뿐더러 정당한 의사 표시라고 맞받았지요.

또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1년 전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언론탄압 분쇄'라고 쓴 문구를 자신의 책상 앞에 붙이자 정청래 열린우리당 간사가 떼달라고 요청해 뗐던 사례를 들었고,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대자보와 배지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으며 개인의 양심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인 만큼 우리 당 간사가 떼달라고 해도 뗄 생각이 없다"고 버텼습니다.

결국 고흥길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고 세 간사 합의 끝에 전병헌 민주당 간사가 상징적으로 떼고 나머지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자유의사에 맡기는 것으로 하고 가까스로 회의가 속개됐습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자당 의원들이 훨씬 많은 데도 불구하고 회의가 수세적으로 진행되자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민주당 의원들의 예봉을 꺾기 위해 배지를 문제 삼았지만, 낙하산 사장 문제를 널리 알리고 싶은 YTN 노조로서는 고마운 일이 된 측면도 있습니다.

8일과 10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의 타깃은 YTN 주식 매각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은 신재민 문화부 차관과 이른바 KBS 후임 사장 대책모임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집중됐지요. 신 차관과 최 위원장은 야권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각각 "파장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결과적으로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었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문화부와 방통위의 업무 보고 내용 가운데서는 역시 신문ㆍ방송 겸영과 공영방송 민영화, 민영 미디어렙 도입 등이 가장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밖에도 여러 현안이 논의됐는데, 여야가 뒤바뀌다보니 예전의 유사한 사례를 들어 공방을 벌이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앞서 배지 논란 때 심재철 의원의 사례가 등장했던 것처럼 민주당이 언론계 낙하산 인사를 거론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KBS 서동구 사장과 정연주 사장 등을 들어 반박하고, 민주당이 "현 정부의 언론 장악 기도가 5공을 연상시킨다"고 말하자 한나라당은 "언론에 대못질을 한 사람들이 누구냐"고 받아치는 식이었지요.

날 선 공방이 이어지다 보니 아슬아슬한 순간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유인촌 장관이나 최시중 위원장 등 국회에 출석한 관료들은 물론 처음 상임위 의사봉을 잡은 고 위원장도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지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인사말에서 "참여정부에서 그 동안 발표된 문화정책은 거창하고 화려했지만 실제로 실행된 것은 적었다"고 말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전직 장관에 대한 모독"이라며 반발했습니다. 또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한나라당은 초선 의원이 많아 잘 모르고 정부 편을 드는 모양"이라고 꼬집자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왜 민주당은 초선의원을 제대로 배출도 못했느냐"고 따지기도 했지요.

10일 민주당의 한 의원이 뒤늦게 자료 제출 요구라며 시간을 얻어 정책 질의성 발언을 하자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변칙을 쓰지 말고 페어플레이를 하자"고 항의했고, 이에 대해 다시 다른 민주당 의원이 "인상을 쓰며 고성을 지르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지요. 국회법을 들어 배지를 떼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에 대해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판사 출신치고는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비꼬자 나 의원은 "인격 모독성 발언"이라며 발끈하기도 했습니다.

회의장에서는 "건방지다" "내가 당신 후배냐" "정권의 말로" "공갈" "엿 팔듯 정책하나" "당신에게 재판을 받은 국민이 불쌍하다" 등 인신 공격성 발언들도 줄을 이었습니다.

앞으로 문방위는 KBS 등 소관 부처와 기관 등의 결산을 처리한 뒤 10월 6일부터 25일까지 국정감사에 나설 예정이지요. 고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주위에서는 문방위가 싸움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국민의 편에 서서 정책을 논의하다 보면 의견 일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첫날 풍경을 지켜보니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적이 걱정이 됩니다.

불거지기 시작한 KBS 공정보도 논란

노조의 협조 덕분에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 입성하는 데 성공한 KBS 이병순 사장은 본부장과 팀장 인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반 정연주 대열에 섰던 사람들이 대거 발탁됐다는 평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연주 사장이 만든 팀제를 폐지하고 국-부장 제도를 부활시키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내부 반발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2000년 이후 입사한 젊은 기자 170명이 사장 선임과정에 반대하며 유재천 이사장 사퇴와 노조 비상총회 개최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9월 3일 발표하자 90년대 입사 기자 77명도 9일 "방송 독립과 제작 자율성 수호를 요구하는 후배들을 적극 지지한다"며 호응했습니다. 앞으로 PD 등의 가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하네요.

보도를 둘러싼 시비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KBS 기자협회는 불교도들의 규탄집회 광경을 보여주는 뉴스 화면에서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하라'는 문구를 컴퓨터그래픽으로 삭제한 것, 조계사 앞에서 촛불시민이 칼에 찔린 사건을 보도하지 않은 것, '대통령과의 대화' 보도에 대한 비판을 소개하지 않은 것, 생방송을 하기 위해 KBS에 들른 이명박 대통령을 이병순 사장이 맞이하는 장면을 긴급 편성해 내보낸 것 등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야권에서는 '땡전 뉴스'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지만, 여권은 "방송을 장악해서도 안되지만 요즘 세상에서 방송을 장악할 수도 없다"면서 "코드 방송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상황을 놓고 볼 때 사람들에 따라서는 '정상화'가 아니라 '또다른 코드 방송'으로 느껴질 여지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청와대가 직접 압력을 넣지 않더라도 사장에 이어 본부장과 팀장으로 이어지는 조직 내 질서 속에서 순응하려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지요. 그러나 그 안에서 잡음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말 그대로 요즘 세상에서 방송을 철저하게 장악하기란 힘든 일이니까요.

'국민과의 대화' 패널을 선정하기 위해 KBS 제작진과 청와대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역도선수 장미란과 촛불시위 진압에 참여한 전투경찰을 패널에 넣도록 청와대가 압력을 넣었다는 말이 흘러나온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청와대는 9일 생방송 직전 해명자료를 내 "패널 섭외 대상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단지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왔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가 전문패널에서 빠진 것도 "KBS에 따르면 경향신문 쪽에서 '경향신문과 정권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데 들러리를 서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해 스스로 출연을 포기했다"는 설명입니다.

유인경 선임기자의 경우에는 청와대의 해명이 맞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패널 문제에 대해서는 다르게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청와대 관계자가 아이디어 차원으로 얘기를 꺼내도 요청으로 느낄 수 있고, 요청을 해오면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반대로 제작진이 청와대에 흠집을 내기 위해 사실을 과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요.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은 9월 3일 KBS 본관 앞 광장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청와대의 패널 요청 사실을 소개하며 "제작진에게 '차라리 청와대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그랬느냐. 그러면 사장 교체 이후 KBS가 친여 방송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폭로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농담 삼아 말했으나 '내가 제작을 맡고 있는 한 그 요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고 말하더군요.

생방송 도중에도 첫 시민 질문자인 장상옥 씨의 직업이 자막에 자영업자로 소개됐으나 한 네티즌에 의해 국토해양부에 파견 근무 중인 SH공사 직원인 것으로 드러나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장 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는 분명히 직업소개란에 부동산개발 공기업 회사원이라고 적었다"고 주장했으며 KBS 제작진도 "제작과정에서 자막을 잘못 적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명했지요. KBS는 11일 오후 기자회견까지 열어 자막 오기 과정을 설명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최시중 위원장은 국회 청문회 때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겠다"고 거듭 약속했으나 잇따른 발언과 행동 등으로 논란을 빚어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도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을 생각해 달라"는 따가운 질책을 받았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물론 KBS 사장이나 본부장, 팀장 및 팀원들도 KBS 안팎의 우려와 의심을 잘 헤아려 신중하게 처신하시기 바랍니다.

초읽기 들어간 YTN 노사 대충돌

▲ YTN 노조는 11일 저녁 조합원 총회를 열고 파업 1차 지침을 발표했다.
YTN 노조는 지난주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 뒤 9일 오후 개표해 91.1%의 투표율과 76.4%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습니다. 압도적인 찬성률은 아니지만 고소와 징계, 전보 등의 위협 속에서 불법적인 파업에 4분의 3이 넘는 조합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노조로서도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됩니다.

노조가 파업 결의에 이르게 된 것은 신재민 문화부 차관이 YTN 민영화 방침을 밝힌 데다 회사가 징계위원회 소집을 시도한 데 이어 보복성 인사 발령을 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구 사장은 9일 조합 간부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남대문경찰서에 고소했고, 노조는 주주 24명 명의로 10일 주주총회 결의 취소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해 노사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도 비화됐습니다. 그런가 하면 10일 아침부터 YTN 사옥 주변에 전경 차량 4대가 배치된 가운데 김기용 남대문경찰서장이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현장을 살펴보겠다며 YTN 사옥 17층에 진입을 시도해 곧 경찰 투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YTN 노조는 아직 파업 돌입 시기를 정하지 않았는데, 만일 조합원 징계 등 회사의 추가 조치가 있거나 경찰이 진입하면 곧바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회사로서도 직장폐쇄 등 더욱 강경한 방법을 검토하겠지요.

YTN이 만일 파업에 들어간다면 참여율이 얼마일지가 관건일 겁니다. 뉴스전문채널의 특성상 다른 지상파TV처럼 기존에 준비해놓은 프로그램을 대신 편성하기도 어렵고, 신문들처럼 연합뉴스의 기사를 대폭 전재할 수도 없지요. 현재 노조는 94년 이후 입사한 공채 기수 중심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차장, 혹은 차장대우급인 공채 1~3기도 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파업 돌입 1주일도 못돼 방송 파행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사실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구본홍 사장의 제안을 놓고 투표에 부치려다 거부돼 사퇴한 박경석 위원장을 대신한 인물이어서 구 사장 사퇴까지 포함한 끝장투표를 구 사장이 받아들이지 않는 한 별다른 카드를 내놓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구 사장으로서도 여기까지 온 마당에 노조에 밀려나 사퇴한다는 수모를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또 특별한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지도 않은 터에 직원들이 거부한다고 해서 스스로 인사명령을 철회하는 것도 어렵겠지요.

그러나 데스크들마저 인사명령에 따르지 않은 채 이전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것도 당장 뉴스 프로그램이 펑크날 우려가 많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YTN의 한 간부는 "회사 측은 방송 파행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인사명령을 따르고 하지만 24명의 인사조치를 통해 방송 파행이 우려되는 상황을 만든 것은 오히려 회사 측의 책임"이라고 말하더군요.

YTN 사태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는 데는 노사 간에 중재를 맡을 사람이 없다는 사실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보도국장은 주총 때 구 사장 선임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노조의 공격을 받아 보직사퇴를 했고 일부 부-팀장들도 중재에 나섰다가 노조의 불신을 받은 뒤로 침묵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공채 기수 이전 직원들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KBS 출신 간부들이 나서면 설득력이 있을 만도 한데 좀처럼 잘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고 합니다.

구 사장은 박경석 위원장에게 타협안을 제시했다가 노조 대의원회의에서 거부된 이후 내놓는 조치마다 노조의 강경 분위기를 보태고 있는 듯합니다. 만일 YTN 사옥에 경찰이 투입돼 조합원들과의 몸싸움이 벌어지고 방송이 파행으로 치닫는다면 현 정부로서도 부담이 클 겁니다.

MBC에서도 노사 갈등 점증

'PD수첩' 광우병 보도로 논란의 핵심에 선 MBC도 인사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PD수첩' 책임프로듀서(CP)와 진행자를 교체한 데 이어 9월 5일 'PD수첩'을 관할하는 정호식 시사교양제작국장을 특보로 전보했기 때문입니다. PD연합회장을 지내기도 한 정호식 국장은 MBC 정책기획팀장을 지내다가 3월 초 엄기영 사장 취임과 함께 교양제작국장으로 부임했는데 불과 6개월 만에 교체된 것이지요.

이를 두고 MBC 노조는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진과 부서 책임자를 모두 교체함으로써 정권에 MBC 내부인사로 규정짓는다"면서 최근 일련의 사태에 주도적인 한 인물로 김세영 부사장과 김종국 기획조정실장을 지목해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만일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의 강제 구인이나 MBC 압수수색에 회사 측이 묵인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아마도 사장 퇴진운동도 불사할 겁니다.

그러나 MBC 노조로서도 조심스러운 대목이 있습니다. KBS와 YTN의 사장 선임 과정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만일 엄 사장의 퇴진운동을 벌인다면 오히려 정권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지요.

노조가 보기에 엄 사장이 정권에 굴복했다고 본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그는 지난 정부 당시 구성된 방송문화진흥회에서 현 정권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선임된 인물이지요. 따라서 엄 사장을 내보낸 뒤 정권이 차기 사장으로 더 확실한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엄 사장으로서는 KBS의 사장이 교체된 상태에서 민영화 얘기까지 나오는 터에 정면으로 정부의 뜻을 거스르기가 어려울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러나 노조의 요구나 야권 등의 비판을 무시할 수도 없지요. 야권에서는 KBS와 YTN의 문제가 일단락되면 MBC에 대한 정권의 압력이 훨씬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권이 보기에는 물론 이 역시 정상화 수순을 밟는 것이겠지요.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제공했습니다.    [이희용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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