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PD들 ‘인사 철회’ 릴레이 성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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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PD들 ‘인사 철회’ 릴레이 성명 발표
현재까지 275명 동참…현직 모든 기수 입장 낼 듯
  • 원성윤 기자
  • 승인 2008.09.22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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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단행된 KBS 인사에 대해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입사 15년차 이상인 공채 15, 16, 17기 PD 52명이 18일 성명을 낸 데 이어 22일에는 18, 19기 37명과 26~34기 186명이 집단으로 성명을 냈다. 조만간 20~24기 PD들도 인사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낼 예정이어서 사실상 KBS 현직 PD 모든 기수들이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26기 이하 PD 186명은 이날 성명에서 “땡전뉴스를 되새기며 쓴웃음 짓던 선배들의 착잡함을. 경찰의 군홧발에 치를 떨던 선배들의 분노를. 공영방송 사수를 목 놓아 부르짖던 선배들의 절박함을 우리는 알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이들은 “처음엔 사장 한명 바뀌는 것인 줄 알았다. 먼 얘기로 치부했다”며 “하지만 채 두 달도 걸리지 않았다. 올림픽의 환호를 업고 사복경찰과 청경을 동원한 그 칼끝이 이렇게 빨리 우리에게 겨눠질지 정말 몰랐다”고 한탄했다.

또한 “야만을 보았다. 늦은 밤 10시의 기습적 발표.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라 보기에는 너무도 치졸한 보복이었다”며 “느닷없이 지방으로 타부서로 가야하는 선배들. 본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업무를 배치 받는 이 희극적 상황은 절차적 정당성을 논하기 이전에 분명 반대와 다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야만”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달 27일 오전 이병순 KBS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KBS 사원들이 KBS 본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PD저널

이들은 이병순 사장과 이사회에 대해 “소통을 거부하며 취임하고 경찰력에 빌붙어 KBS를 욕보인 당신들이 진정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냐”고 물으며 “무엇을 생각하든 하지 마라”고 충고했다.

또한 이들은 KBS 노조에 대해서는 “코드박살 복지대박의 노조에 묻는다”며 “박살난 코드에 만족하냐. 복지대박으로 살림살이는 좀 나아져 행복하냐. 당신들이 일부라 치부하는 조합원들이 야밤에 쫓겨 가던 그때 노조의 깃발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냐”고 물었다. 이어  “낙하산이 아니라며 파업을 접더니 이번에도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며 방관했다”며 “사측의 대변인이 돼 버린 노조. 투쟁의 현장에서 찾기 어려운 노조. 조중동의 충실한 기사공급처로 전락해버린 노조. 우리는 그렇게 노조의 이름을 팔아 얻을 대가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꾸짖었다.

18, 19기 PD 37명 역시 “지난 9월 17일 한밤에 이루어진 인사는 원칙도 양심도 없는 최악의 ‘보복인사, 편 가르기 인사, 길들이기 인사’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며 “제작실무자의 성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제작현장에서 몰아내는 것이 이병순 사장이 취임사에서 말한 공정방송을 위한 것”이라며 인사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본지의 <시사투나잇> 폐지 확정 보도에 대해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된 개편과 관련된 내용들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며 “뚜렷한 명분과 원칙 없이 ‘특정 프로그램들에 대한 손보기’가 이루어진다면, 그래서 공영방송이 흔들리는 그런 우려가 현실화 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이하는 성명서 전문이다.

야만을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9.17 보복인사를 보며 젊은 PD들의 2차 선언

우리는 알지 못했습니다. 땡전뉴스를 되새기며 쓴웃음 짓던 선배들의 착잡함을. 경찰의 군홧발에 치를 떨던 선배들의 분노를. 공영방송 사수를 목 놓아 부르짖던 선배들의 절박함을 우리는 알지 못했습니다.

미처 몰랐습니다. 처음엔 사장 한명 바뀌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먼 얘기로 치부했습니다. 하지만 채 두 달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올림픽의 환호를 업고 사복경찰과 청경을 동원한 그 칼끝이 이렇게 빨리 우리에게 겨눠질지 정말 몰랐습니다.

야만을 보았습니다. 늦은 밤 10시의 기습적 발표.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라 보기에는 너무도 치졸한 보복이었습니다. 느닷없이 지방으로 타부서로 가야하는 선배들. 본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업무를 배치 받는 이 희극적 상황은 절차적 정당성을 논하기 이전에 분명 반대와 다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야만입니다.  

하여 고맙습니다. 나의 일이 아니라며 잠시 한눈팔고 있던 우리를 꾸짖어주어 고맙습니다. 모르니까 어리니까 바쁘니까 두려우니까. 이제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온갖 핑계를 떨쳐버리려 합니다. 혹시 9.17 인사로 사원행동 선배들 몇몇을 찍어냈으니 끝났다고 생각하십니까? KBS PD들이 어떤 후배들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빈자리 채우고 또 채워서 언젠가는 넘치게 됨을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더하여 고마우신 분들께 몇 가지 묻겠습니다. 

하나. 이병순 사장과 이사회에 묻습니다.
소통을 거부하며 취임하고 경찰력에 빌붙어 KBS를 욕보인 당신들이 진정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전 게이트키핑과 일부 프로그램의 존폐’를 운운하던 그 입으로 어디까지 계획하고 계십니까? 정중히 권고합니다. 무엇을 생각하든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9.17. 인사폭거는 제자리로 돌리십시오. KBS의 미래를 갉아먹는 행위를 중단하십시오.

하나. 코드박살 복지대박의 노조에 묻습니다.
박살난 코드에 만족하십니까? 복지대박으로 살림살이는 좀 나아져 행복하십니까? 당신들이 일부라 치부하는 조합원들이 야밤에 쫓겨 가던 그때 노조의 깃발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습니까? 낙하산이 아니라며 파업을 접더니 이번에도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며 방관했습니다. 왜 노조의 입을 통해 저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까? 사측의 대변인이 돼 버린 노조. 투쟁의 현장에서 찾기 어려운 노조. 조중동의 충실한 기사공급처로 전락해버린 노조. 우리는 그렇게 노조의 이름을 팔아 얻을 대가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하나. 편성과 제작의 자율성에 대해 우리 모두에게 묻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외부에서 들어야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당장 제작진도 모르는 가운데, 라디오와 TV채널에 대한 개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시사투나잇 폐지설도 나돌고 있습니다. 사람을 갈아치우고 프로그램에 손을 대겠다는 수군거림도 들립니다. 프로그램 제작보다 프로그램의 운명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당연하게 여겼던 취재와 제작의 자율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것은 괜한 걱정입니까? 앞으로 대장간의 쇠 두드리듯 쳐댈 저들 앞에 우리는 꺾일 것입니까 아니면 맞을수록 시퍼렇게 날 선 무쇠의 모습으로 맞설 것입니까?

마지막으로 KBS의 미래에 대해 존경하는 선배들에게 묻습니다.
좌시하지 않겠다 는 성명은 만개했는데 우리의 실천은 어디에 있습니까?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이 열기는 어디에 쏟아 부어야 합니까? 사장 취임 후의 KBS를 돌아봅니다. KBS의 비전은 보이지 않고 정치적인 득실과 갈가리 찢긴 상처만 남았습니다. 공영방송 KBS를 KBS답게 하는 참된 힘은 권력과 강자가 아닌 시청자와 약자가 주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비록 미숙하여 제대로 배우진 못했지만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이 싸움 그리 짧지 않다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옳은 선배들과 함께 가는 길이라면 아무리 험해도 유쾌하게 웃으며 끝까지 가겠습니다.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9.17  인사폭거 닷새가 지난날에
26-34기 PD 186명

26기 PD ; 김연미 김영조 김용호 박정연 손승현 유광태 이소연 이승하 이형진 이호경 황혁
27기 PD ; 김성윤 김영균 김원석 김호상 나영석 모완일 박정유 박현석 신원호 황인혁
28기 PD ; 김수아 김지연 김형주 노상훈 문성훈 송현욱 신미진 이성범 이응복 윤병준
29기 PD ; 강윤기 고세준 기훈석 김경정 김상미 김세원 김영민 김자현 김진원 김홍범 박지영 박진호 안준용 염지선 오은일 이기리 이진희 이태웅 이현정 전인태 정효영 조성숙 허양재
30기 PD ; 강남경 강민희 김광수 김대현 김무성 김승욱 김영숙 김진우 김한솔 김해룡 남진현 박덕선 박석형 박성재 박용훈 박정훈 백상훈 백승철 손지원 양자영 양천호 유종훈 윤진영 이기연 이동은 이예지 이은형 이은진 이정윤 이준화 이지운 이충언 이형일 임병석 전수영 정경아 정범수 정희선 조민지 조지호 지성찬 최수영 최승화 최형준
31기 PD ; 강민승 고국진 김문식 김웅식 김자영 김종연 김효진 맹남주 박소율 송윤선 손광우 신주호 신효정 심하원 염정원 오준석 오현숙 우현경 윤성현 이경민 이나정 이동훈 이송은 이승현 이지윤 이지희 이진희 이휘현 장소랑 정현진 차영훈 최승희 한상우 함혜영 황국찬 황혜지
31기 경력 PD ; 강지원 강봉규 강승연 김명숙 이민정 이은미 유학찬
32기 PD ; 남상원 박진석 유재우 유지윤 장윤선 지우진 하종백
33기 PD ; 김양휘 김영우 김윤정 김정하 김정현 김태두 박수정 박지은 박현진 유종선 윤민아 이선희 이재훈 이태헌 장효선 전온누리 조영중 진정회 홍아람
34기 PD ; 김근해 김민경 김범수 박민정 서승표 안상미 안지민 원승연 유정아 유혜진 유호진 이명희 이윤정 임세준 정연희 정현재 조혜은 현재성 황초아 


9.17. 인사에 대한 18·19기 PD들의 입장

지난 9월 17일 한밤에 이루어진 인사는 원칙도 양심도 없는 최악의 ‘보복인사, 편 가르기 인사, 길들이기 인사’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우리는 금번 인사를 지켜보면서 KBS 미래에 대해 입사 이래 최대의 위기의식을 느낀다.

급변하는 미디어환경 속에서 지금 우리 KBS는 창사 이래 최대의 난관에 직면해 있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이병순 신임 사장이 조금이라도 KBS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진정 KBS를 사랑한다면, 하루 빨리 내부의 상처를 치유하고 조직의 통합과 안정을 위해 나서야 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우리 KBS인들 간의 편 가르기를 통해 조직의 분열과 갈등만 심화시키고 있다. 도대체 이번 인사의 원칙과 비전이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드시 배제한다는 것이 소신인가. 말 안 들으면 언제든 보복하겠다는 협박인가. 최소한의 품위와 양심도 없는 인사다.

제작실무자의 성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제작현장에서 몰아내는 것이 이병순 사장이 취임사에서 말한 공정방송을 위한 것인가. 이건 아니다. 이래서야 그 누가 소신 있게 공정한 방송을 제작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길들이기 인사는 제작현장의 의욕과 자율성만 현저하게 침해할 것이며, 이는 결국 수십 년 간 선배들이 쌓아온 공영방송 KBS의 존립 근거마저 무너뜨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번 인사를 보면서 앞으로 있을 직제 개편, 프로그램 개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구체적으로 몇몇 프로그램들을 교체할 것이라는 소문들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더구나 이번 인사처럼 조용히 평직원들과 상의 없이 개편작업이 이루어지지는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우리는 지금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된 개편과 관련된 내용들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뚜렷한 명분과 원칙 없이 ‘특정 프로그램들에 대한 손보기’가 이루어진다면, 그래서 공영방송이 흔들리는 그런 우려가 현실화 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2008년 9월 22일

KBS 18기 PD (가나다순) 15명
김동윤, 김우석, 손병규, 신동만, 신재국, 신창석, 윤태호, 이석주, 이명신, 이영준, 이제헌, 임세형, 최석순, 한창록, 황범하

KBS 19기 PD (가나다순) (총 29명 중 22명)
김석윤, 김영도, 김영종, 김형석, 김홍철, 박인식, 배원열, 서정협, 심광흠, 양동일,
윤남중, 이연희, 이용준, 이재상, 이재우, 장성주, 전흥렬, 최봉현, 최성일, 하석필,
하종란, 한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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