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TV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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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TV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존재
[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21)
  • 고승우 박사 (한성대 전 겸임교수)
  • 승인 2008.09.23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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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우 박사

TV는 아동에게 강력한 자극이다. 젖 먹이 연령대 아동이 경험할 수 있는 자연스런 자극에 비해 TV는 그 영상과 빛이 너무 빨리 변한다. TV는 아동에게 빛과 소리라는 두 가지 자극을 동시에, 지속적으로 제공해 혼란스럽게 만든다. 아동에게 TV 프로그램의 소리와 영상은 쉴 사이 없이 쏟아져 나오는 자극적 정보로 비유할 수 있다. TV가 주는 인공적인 자극은 아이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TV는 때로는 아동의 뇌가 감당키 어려울 만큼 강력한 자극을 주고, 뇌의 작동 방식을 변경시킬 가능성이 있다.

아동은 생후 2~3년 동안 두뇌 성장이 가장 왕성하고 그 시절의 두뇌 발달은 일생을 좌우한다. 새로운 정보를 익히고 가공하는 능력은 두뇌 발달에 달려 있다. 미국의 소아과 전문의들은 만 2살 이하의 아동에게 TV 시청을 금하도록 권고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인간의 두뇌 능력은 뉴론 이라는 뇌 신경세포에 의해 좌우된다. 아동의 뇌 발달은 뉴론 생성이 가장 왕성한 생후 수년 동안에 가장 활발하다. 너무 심하거나 부족한 자극은 뉴론 생성과 뇌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아동의 경우 덜 활동적이거나 부모의 애정과 사랑이 부족했을 때 정상아보다 뇌 발달이 20~30%가 뒤졌다. 아이들이 TV 시청을 오래하면 뇌에 심한 자극을 주면서 육체적 활동의 양은 적어진다. 그 결과 두뇌 발달이 지체된다. 아이가 정상적인 두뇌 발달을 하도록 부모는 가급적 어린 자녀를 TV에서 멀리 떼어놓는 식으로 양육해야 한다. 즉 부모가 아이들을 사랑과 애정으로 보살피면서 아이에게 노래해주고, 말을 해주며, 아이와 같이 놀아주어야 한다. 이런 행동은 자녀의 뇌세포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외부 자극의 하나다. 만 2살 이하의 아동을 키우는 부모는 자녀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노래하고 말하고, 책을 읽어주면서 사랑을 듬뿍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 ⓒEBS

아동이 TV를 장시간 시청하면 쏟아지는 TV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태의 경험을 오래 동안 하게 된다. TV는 대체로 서로 연관이 없는 짧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고,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광고가 들어간다. 프로그램과 광고를 구별치 못하는 아동에게는 혼란스런 구성이다.

TV의 언어는 음악과 말, 행동들이 섞여 있다. 또한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서 결코 뒤로 돌아가지 않는다. 어른이라 해도 잠시 방심하면 내용을 이해하는데 애를 먹는다. 화면의 각도와 거리가 계속 변화하고 등장인물은 말과 행동으로 의사표현을 하는데 비유법이나 반어법을 쓸 경우 아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 아이들은 아동용이 아닌 TV 방영물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전문적 지식이 없기 때문에 조금 어려운 단어나 전문 용어가 나오면 그 뜻을 알지 못한다.

TV의 영상도 마찬가지다. TV에서 나오는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에 대해 다 알 수 없다. TV는 독서를 할 때 보다 훨씬 가벼운 정신 노동만으로 족하다. 이 같은 특성이 TV가 지닌 매력이기도 하다. 독서에는 주의력을 집중하고, 어휘에 대한 지식이 해박해야 하는 등 훨씬 무거운 정신노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초등학교 5~6학년이 되면 TV를 독서에 비해 좀 더 현실적이면서, 이해하거나 습득하기 쉬운 것으로 받아드린다. 아동들은 TV정보를 라디오나 책이 제공하는 정보보다 더 쉽게 습득한다.

TV를 오래 시청한 아동은 유치원이나 학교, 기타 장소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TV 시청하듯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생활은 TV 시청과 다르다. 학교 교실에서 아이는 선생님의 말씀을 경청하면서 선생님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문제를 직접 풀어야 하고 큰 소리로 책을 읽어야 한다. TV를 오래 시청한 아동은 이런 과정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일부 교사들은 이 같은 아동의 주의력 집중 특성 등을 고려해 수업시간에 시청각 자료를 활용한다. 대형 TV 화면에 교재가 나오도록 할 경우 아이들의 수업 성과가 높아지기도 한다.

TV를 과도하게 시청한 결과 두뇌 성장이 부진한 아동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나타내는 증세는 다음과 같다. 영상과 음향이 동시에 나오는 TV에 익숙한 아동은 학교 선생님의 말씀이나 책을 가지고 하는 수업에 적응하기 힘들다. 이런 학생은 머릿속으로 판단하기보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해답을 찾으려 한다. 또한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고 연결시켜 나가는 판단, 추리력이 부족해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TV가 아동의 지능과 추리력, 상상력 발달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지능 발달은 하나를 배우면 그것을 다른 곳에 응용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른이나 형, 누나, 학교 선생님의 언행을 흉내 내는 것이 좋은 예다. TV는 이런 아동의 학습과정을 방해한다. TV를 즐겨보고 사회생활을 익힌 아동은 독서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학교에서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는 편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TV는 잘 정리된 지식을 아동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TV는 제한된 시간에 될수록 많은 정보를 주요 내용만 간추려 방영한다. 이런 것에 익숙한 아이들은 정신 집중과 인내심이 필요한 독서를 멀리하게 된다. 또한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이미 TV에서 본 내용일 때가 많을 경우 아동은 학교를 시시하게 생각하게 마련이다. 대신 TV의 중요성을 더 확신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교사의 공부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가볍게 듣고 실천하지 않게 된다.

TV를 습관적으로 시청하는 아이들은 상상력의 발달에 지장을 받는다.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 때 혼자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이해해서 기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각능력이 갖춰진 어른에 비해 두뇌활동이 재빠르지 않다. 누구와 대화하거나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자기 것으로 하기 위해서 아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동에게 말을 할 때 천천히 하고 아이들이 자기 입으로 되풀이하게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TV는 아동에게 두뇌 활동을 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것은 쉴 사이 없이 정보를 토해 내기 때문에 아동의 두뇌 활동은 큰 혼란을 일으킨다.

▲ 어린이를 출연시킨 예능프로그램 ⓒSBS

아동들에게 TV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다 교육적이다. 그것이 상업적 선전, 만화, 기타 일반 프로이건 간에 TV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배우게 된다. 이처럼 아동들은 의식치 않은 순간에 어떤 행동이나 상품이 바람직스러운 것이며 무엇을 알고 생각해야 더 중요한 것인지 깨닫는다. 그리고 범죄인과 경찰이 어떻게 생겼는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행복한 가족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배운다.

아동들은 주로 시청각을 통해 학습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TV가 반복하는 고정관념적 지식에 쉽게 오염된다. TV는 시청각적인 매체라는 점에서 아동을 가르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수단이다. 그러나 TV에서는 모든 정보가 똑같은 방식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아동들은 무엇이 좋고 나쁜 정보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그 결과 아동들은 자신들의 나이에 걸 맞는 동요와 함께 상품 광고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어른들이 즐겨하는 성인용 노래와 춤을 흉내 낼 수 있다.

많은 아동들에게 TV는 가장 신뢰할만한 ‘선생님’이기 때문에 TV가 가르치는 이야기를 액면대로 믿어버린다. TV는 감성적인 매체의 특성을 지니며, 감정적 존재인 아동들 또한 TV에서 방영되는 주인공들과 자신을 쉽게 일체화시키고 주인공들이 표현하는 감정에 젖게 된다. 아동들은 TV주인공들과 같이 슬퍼하고, 분노하고 기뻐한다. TV프로 생산자들은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어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극적인 감정묘사 등이 포함된 프로를 개발하려한다.

아동에게 TV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존재다. 어떤 방식으로 TV를 시청하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독이 된다. 어떻게 TV를 시청하느냐에 따라 선한 얼굴, 악한 얼굴이 된다. TV는 아동에게 교육 프로를 볼 기회를 주고,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게 하며 즐거움을 준다. 이처럼 긍정적인 측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그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는 커지지 못하고 잦아든다. TV의 밝은 면이 너무 강렬한 탓일까? 우리 사회에서 아동에게 미치는 TV의 부정적인 영향은 긍정적인 것에 가려져 적절히 언급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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