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 언론인 시국선언과 방송계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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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칼럼] 언론인 시국선언과 방송계 내부
  • PD저널
  • 승인 2008.09.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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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한국기자협회, 새언론포럼 등 주요 언론단체가 함께 시국선언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미디어를 망라하는 이들 단체로 구성된 시국선언 추진위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현직 언론인이 참여하는 이명박 정부 언론탄압 규탄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선언문에서 추진위는 "야만의 시대, 야합의 세월이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던 군사독재 정권의 망령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다시 활개치고 있다. 집권세력은 자신들만의 '국가개조'를 위해 광분하고 있다."고 천명했다. 우리는 이들의 인식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추진위가 지적한 대로 작금 한국 사회에서는 역사의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고 있다. 이명박 정권 하의 검경, 국정원과 감사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은 일사불란하게 충성경쟁을 벌이며 권력의 주구가 되었다. 현 정권은 합법적 수단이라는 탈을 쓴 독재권력에 다름 아니다. 짧게는 10년, 길게 보아 반세기 이상 치열하게 진행된 이땅의 민주화가 근원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단임제 헌법하 다섯번째인 현 정권은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의 박탈감과 피해의식에서 보복을 자행하고 있다. 제도적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는 믿음은 이제 형해화되었다. 정권 주변의 권력지향적 세력이 한통속이 되어 '그들만의 리그'로 한국사회를 접수하고 있다. 당장은 전리품을 철저하게 향유하고 싶음일 것이고 다음은 장기집권, 영구집권의 틀을 다지겠다는 욕심이다.

그런 가운데 방송계의 오늘은 어떠한가. KBS 사장 축출과 심야의 보복 인사, YTN의 낙하산 사장, MBC의 사과방송과 보도, 시사국장 돌연 경질 등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신방 겸영, 종편 PP, 민영 미디어렙 도입 등 미디어계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는 일련의 조치들이 마구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방송계 내부의 대응이다. 아무리 권력이 방송을 장악하려 하고 방송인을 겁박하더라도 방송이, 방송인이 깨어 있으면 침탈당하지 않는다. 권력의 본질과 속성이 언제 그러지 않은 적이 있었는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방송계는 납작 엎드린 채 눈치만 보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관제 사장이 인사전횡을 이루는 가운데 이미 주요 스트레이트 뉴스를 빠뜨리는 KBS의 일부 보도는 우리를 실망시킨다. 스스로 사과방송을 하고, 권력의 자장(磁場) 내에서 황망히 국장을 경질하는 MBC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것이 ‘투항’이 아니라는 것을 방송의 엄정성과 결기를 통해 보여 주어야 한다. MBC의 경영진은 그것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권의 서슬에 지레 눌려 지난 20여 년 강고한 투쟁과 희생으로 지켜온 방송독립을 포기하는 방송사 경영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권력의 오만과 횡포를 감시하는 언론자유를 지킬 책무는 바로 언론인 스스로에게 있다. 언론인 시국선언에 공감하며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방송계 내부의 실천과 감시임을 재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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