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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정규방송 ‘중단’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었나

결론부터 말하자. 한·러 정상회담 기자회견을 방송사들이 생중계로 방송할 수는 있다.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이 가진 뉴스가치다. 정상회담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외교적 현안이나 쟁점 등이 부각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이 특별히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9일 한·러 정상회담 기자회견을 생중계로 보도한 방송3사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날 KBS MBC SBS는 ‘뉴스특보’ 형식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저녁 7시대에 생중계로 전했다. 한 방송사도 아니고 지상파 3사가 일제히 ‘똑같은’ 내용을 비슷한 시간대에 내보낸 것이다.

한·러 정상회담, 정규방송 ‘끊고’ 들어갈 만큼 중대한 사안이었나

▲ 9월 29일 방송3사를 통해 생중계된 한러 정상회담 ⓒKBS 화면캡쳐
방송사들이 정규방송을 잠시 중단하고 한·러 정상회담을 내보낼 만큼 이번 회담이 큰 의미가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를 수 있다. 정상회담의 성과와 의미에 어느 정도 가치와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평가 또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의 내용을 대략 살펴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지난 2004년 9월 21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푸틴 전 러시아대통령의 ‘포괄적 동반자 공동선언’과 비교해 확연히 나아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당시 두 정상의 정상회담을 전한 〈한겨레〉(2004년 9월21일 인터넷판)의 보도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이날 두 정상은 공동선언을 통해 포괄적 동반자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 구상을 제시했다 … 두 나라간 가스공급협정 체결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동시베리아산 가스의 한국 도입도 보다 구체화됐다 … 동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의 유전 개발 및 송유관 건설은 자원외교 다변화의 진전이란 의미도 있다 … 두 정상이 경의선 및 동해선을 시베리아 철도와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 실현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한 점도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구상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세세한 내용을 면밀히 따져봐야 하지만 일단 ‘포괄적 동반자관계’가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된 것이 눈에 띈다. 그리고 오는 2015년부터 러시아 천연가스를 우리나라를 들여오기로 한 것 역시 성과라면 성과다. 물론 이외에도 몇 가지 주목되는 측면이 있다.

결국 관건은 경색된 남북관계의 진전 여부

▲ <한겨레> 9월30일자 6면
하지만 지난 2004년 정상회담도 그렇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맺은 양국간의 ‘협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의 해결이 전제돼야 한다.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국내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북한 내 가스배관 설치와 통과가 필수적인데, 지금 북미 관계나 경색된 남북관계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여기에 선뜻 동의할 지는 미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자(30일) 〈한겨레〉가 지적한 것처럼 “가스 공급국인 러시아가 북한과의 협의에 적극 나서고 있고, 북한으로서도 한 해 1억달러 이상의 배관통과료 수입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성사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부의 해석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경색된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이 가스배관 통과를 허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많다”는 반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29일 MBC가 〈뉴스데스크〉 ‘천연가스 도입’에서 “천연가스 수입량은 연간 750만 톤, 우리나라 총 수요의 20%에 이르는 물량이다. 양국이 4년 전에 협의를 시작해 협정까지 체결했지만 자국 내 상황에 따라 흔들린 측면이 있어 이번에는 실현될 수 있을 지가 주목된다”고 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측면이 짙다.

정상회담 생중계로 ‘8뉴스’ 늦춘 SBS, 정상회담이 ‘다시’ 머리기사

▲ 9월 29일 SBS <8뉴스>
그런 점에서 SBS의 29일 〈8뉴스〉는 유감이다.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정상회담을 ‘뉴스특보’로 내보내면서 〈8뉴스〉의 편성시간대를 뒤로 늦추더니, 〈8뉴스〉의 머리기사를 한·러 정상회담으로 장식했다.

‘멜라민 파문’과 ‘종부세 개편안’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환당국 비상’ 등을 주요 소식으로 전한 KBS MBC와는 비교되는 보도태도다. 정상회담을 ‘함께’ 생중계한 KBS와 MBC는 이날 〈뉴스9〉와 〈뉴스데스크〉에서 각각 9번째 리포트로 관련 내용을 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러 정상회담의 뉴스가치는 KBS MBC 두 방송사의 메인뉴스의 배치에서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는 셈이다.

이 정도 사안을 굳이 생중계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번 한-러 정상회담 생중계 방송을 전파낭비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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