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7개월, ‘무너지는’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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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7개월, ‘무너지는’ 방송
[큐칼럼] '땡전뉴스'가 다시 살아나는가
  • PD저널
  • 승인 2008.09.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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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심상치 않다. 그것은 지상파 방송사의 최근 기류다. 정권 출범 후 7개월이 지난 지금,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가 노골화되면서 지상파 방송 보도의 공정성이 현저히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날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기승을 떨쳤던 ‘땡전뉴스’나 ‘땡노뉴스’가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여기에 이르기까지 정권의 공작은 집요했다. 다시 예거하기도 짜증스런 일이지만 MB 정권은 선거 캠프 출신의 특보 구본홍씨를 YTN에 사장으로 투입하고,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KBS에 이병순씨를 관제 사장으로 진입시켰다. 이 과정에서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야 할 방통위원장이 왕년의 ‘관계기관대책회의’를 진두 지휘하는 참담한 장면을 우리는 보아야 했다. 이처럼 현 정권의 방송 장악은 노골적이고 후안무치스럽다.

▲ 9월 29일 방송3사를 통해 생중계된 한러 정상회담 ⓒKBS 화면캡쳐
MBC는 어땠는가. MBC는 정권의 이런 서슬에 지레 굴복했는지 〈PD수첩〉에 대한 사과방송을 자청했고, 나아가 담당 CP와 진행자를 교체한데 이어 이것으로도 부족해 돌연 시교국장까지 경질하였다. 자진해서 희생양을 만들어 굶주린 야수들에게 던져준 꼴이다. 그러나 상어떼가 피를 보면 어떻게 되는지를 모르는 모양이다. MBC 경영진이 이를 두고 ‘읍찹마속’이라고 변명한다면 참으로 가증스런 노릇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지상파 방송사의 보도와 편성은 시나브로 독재정권 시절의 구태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방송 3사 메인 뉴스에서 대통령 동정보도가 늘어나고 있다. 그것도 거의 무비판적 동정 보도다. 사법부 길들이기 시비를 일으킨 ‘사법부 포퓰리즘’ 보도도, 여론조작 논란과 야당에 대한 반론권 문제를 야기하는 소위 ‘노변담화’도 단순 중계식이다. 작금의 종부세 논란에서 방송 보도에서는 정곡을 찌르는 정론직필의 단호함과 엄정함이 보이지 않는다. PD저널리즘은 '자기검열' 기제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29일에는 방송3사가 ‘뉴스특보’의 형식으로 한·러 정상회담 기자회견을 생중계로 방송했다. 이날 KBS, MBC, SBS는 저녁 7시대에 이명박 대통령과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똑같은 내용으로 전했다.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방송 3사가 일제히 같은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뉴스 밸류가 떨어진다고 본다. 불과 얼마 전 5개 채널에서 ‘대통령과의 대화’를 똑같은 내용으로 방송했다고 하여 여론의 따가운 지적을 받은 바 있다.

▲ 9월 29일 SBS <8뉴스>
지상파 방송의 보도와 편성이 이래도 되는가. 임기 초반, 정권의 기세가 아무리 드세다고 해도 해도 너무한다. 물론 정권은 KBS, MBC, YTN 등을 장악하고 방송계 전체를 '위축효과(chilling effect)'로 순치시켰다. 그리고 미디어렙이니 종편 PP니, 신방겸영이니 하는 미디어 판도를 재편할 정책과 제도를 무책임하게 흘리고 다니고 있다. 그렇게 해서 방송사를 길들이겠다는 것이 정권의 의도일 것이다.

우리 방송이 견지하고 있는 이 만큼의 공정성과 독립성은 일조일석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희생과 투쟁으로 방송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스스로 존중하지 않는데 남이 절대로 자기를 존중해주지 않는다. 방송은 자기존중을 되찾아야 한다. 20여년 전 거리에서 분노한 국민에게 삿대질과 돌팔매질을 당하는 그 악몽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MB 정권 7개월 만에 무너지는 방송,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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