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보도’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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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23)

▲ 고승우 박사
탤런트 최진실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탤런트 안재환씨에 이은 유명 연예인의 자살로 밝혀지면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각종 미디어도 세인의 높은 관심과 슬픔 등을 고려해 최씨의 죽음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괸심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비극적 사건에 대한 관련 보도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다. 왜 자살했을까? 돈 문제인가, 애정문제인가? 또 다른 문제가 있었는가? 이상과 같은 일차적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많은 사람이 원하게 되고 언론은 그런 궁금증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언론은 연예인 등 유명인 자살 보도 과정에서 모방 자살을 촉발하는 역기능적인 측면을 십분 고려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감상적, 선정적 기사들로 가득한 언론보도

안타깝게도, 우리 미디어 현실은 자살에 대한 감성적 기사들이 주를 이루는 비정상적 측면이 심각하다. 언론은 자살을 단순히 개인적 불행이나 비극으로만 다루다 보니 감상적, 선정적 기사들이 춤을 춘다. 이 때문에 선진국처럼 자살을 정신적 질병 현상의 하나로 보고 사회 복지 차원에서 대응하고 유사한 사건을 방지하는 성숙한 보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미디어 현실이다.

▲ 중앙일보 인터넷판 신문은 최진실씨 사망과 관련해 '자극적인' 사진들을 메인에 배치해 두고 보도를 하고 있다. ⓒPD저널
최진실씨의 자살에 대해서도 일부 언론은 최씨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 들은 단편적인 정보를 토대로 보도를 하게 된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일이 흔히 발생한다. 많은 언론사가 동시에 덤비면서 보도 경쟁이 벌어지고 자살 원인을 다각도로 규명해야 하는데도 ‘바로 이것이 자살 원인이다’하는 식의 단정적 기사도 많이 등장한다. 언론이 흥분상태에 빠지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오늘날 지구촌에는 여러 형태의 자살이 존재한다.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문화나 종교, 법률 등에 따라 다르다. 많은 종교는 자살을 죄악이나 부도덕한 행위로 간주한다. 어떤 법체계는 그것을 범죄로 여긴다. 그러나 어떤 문화권에서는 자살을 영웅적 행위로 미화하기도 한다. 자살 폭탄 같은 경우다. 최진실, 안재환씨 자살도 여러 각도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이 중요하다. 언론은 이번과 같은 자살이 가져오는 개인적, 사회적 충격과 그 비극성 등에 대해서도 균형잡힌 보도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진실씨 자살 사실이 알려진 뒤 우리 언론의 보도 추세는 매우 감각적이다. 예를 들면 ‘최진실 자살배경 의문…사채설? 이혼 우울증?’과 같은 기사, 주변에서 슬퍼하는 모습들에 대한 기사들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자살 사건에 대한 초기 보도, 즉 자살의 원인 등에 대한 기사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탤런트 안재환씨의 경우 경찰이 결론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가족 간에 갈등을 빚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어떤 식으로 그 갈등이 종결될지 불확실하지만,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도 원인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가족 및  주변인과의 관계 등을 보도할 때 특히 신중해야

최진실의 자살과 관련해서 언론은 자살 원인, 가족관계, 주변인과의 관계 등에 대한 보도에 신중해야 한다. 안재환씨의 자살이후 연탄가스로 자살하는 사람이 생긴 것처럼 모방 자살, 즉 ‘베르테르 효과’ 등의 비극적 후유증이 발생치 않도록 해야 한다. 최진실 사건으로 모방자살의 위험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추정할 수 있어 언론의 신중한 보도가 요망된다.

▲ 최진실씨가 살던 서울 잠원동 아파트에 사망 소식을 듣고 온 최씨 측근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진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PD저널
자살을 시도하는 것은 당사자가 자신의 생이 엄청나게 잘못되었다고 느낄 때라고 한다. 미래의 고통이 현재의 그것보다 크다고 여길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자살의 비극성은 살아남은 자들을 애통하게 만든다는데 있다. 때로는 살아남은 자들을 파멸케 한다. 자살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언론은 자살에 대한 깊은 통찰과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보도에 임해야 한다.

자살은 정신건강 차원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선진국 의료계의 일반적 견해다. 즉 자살은 우울증, 공포나 고통, 정신분열이나 정신적 압박 등 개인이 감내할 수 없는 고통 때문에 발생하는 병리 현상이라는 것이다. 자살은 이런 배경을 지닌 탓으로 단순히 목숨을 스스로 끊는다는 의미보다는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욕망, 절망감의 표시 또는 남의 도움을 요청하는 비명과 같은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현대 의학은 자살의 충동을 강하게 느끼는 것을 감정적 공황상태로 진단한다. 전문가들의 자살에 대한 충고는 다음과 같다. 자살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칠 때는 도움을 주면서 만류해야 한다. 이미 자살할 계획을 세운 사람이 발견되면 자살에 사용되는 무기나 약품 등과 같은 수단들을 주변에서 치워야 한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자살할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에 보호자나 주변에서의 특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선진국의 경우처럼 우리나라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 국가가 복지 차원에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자살 신고센터나 치료시설을 설치 운영해 언제나 신고를 받고 치료할 태세가 갖춰져야 한다. 또한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경우의 자살 충동에 대비한 충분한 훈련을 받아 검사와 치료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자살할 의사를 표현한 사람은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즉각 조치된다. 이런 조치는 강제로 실시되며 자살방지 기구로 이송되어 응급치료를 받게된다. 보통 3일간 검사와 치료가 실시된 뒤 퇴원 조치가 취해지거나 추후 더 치료를 받을지 여부에 대한 조사가 실시된다. 자살 예방 전문의사는 자살할 의사를 표현한 사람을 정신치료 시설에 장기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자살 가능성이 높을 경우 정신 치료시설에 보내는 조치가 취해진다.

자살을 개인적 비극으로만 다루는 건 후진적 태도

▲ 2일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 앞에 취재진들이 모여 형사들을 기다리고 있다 ⓒPD저널
자살하는 행위의 원인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오늘날의 경우 자살하는 사람의 90%는 우울증 상태이거나 다른 정신 장애, 또는 약물 중독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상태로 조사되었다. 우울증이 다른 여러 가지 요인들, 즉 과거에도 자살시도를 한 경력이 있는지의 여부, 혼자 방치되었는지의 여부, 가족 내 폭력, 주변에 자살에 사용할 흉기들이 있는지의 여부와 연관될 때 자살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경우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자살의 모방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살하는 사람가운데 80%는 자살하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심리상태를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즉 절망적이라는 의사표시를 하거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하거나, 자신이 평소 소중히 아끼던 물건 같은 것을 남에게 주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한다. 이럴 경우 그 사람의 말을 경청하면서 충격적이거나 단정적인 어투로 윽박지르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 있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자살에 대한 치료법은 복합적이다. 가장 일반적인 치료법은 약물치료와 상담이다. 약물치료는 우울증 치료제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일정기간 동안 투여할 경우 효과가 있다. 상담의 방식은 환자에게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 자신과 세계에 대한 사고방식을 전환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거나 자신감을 갖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은 21.5명으로 하루 평균 3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OECD보다 자살률이 2배 가까이 높다.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관, 인생철학 등이 건강치 못하다는 반증이다. 이런 실정인데도 복지부는 자살이 남의 나라 이야기인양 손을 놓고 있다. 자살은 개인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고, 사회경제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진실을 우리 사회도 적극 수용해서 OECD 국가들처럼 국가 차원에서 보건의료문제로 다뤄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선 뒤 복지정책이 뒷걸음질치면서 자살은 개인의 비극으로 계속 방치될 가능성이 커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언론은 자살에 관한 이상과 같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자살을 개인적 비극으로만 다루려는 후진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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