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스젠더 故장채원씨 죽음 ‘악플’로 여론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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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비평] 보수언론, 자살 원인 ‘악플’ 지목하는 속내는?

SBS 〈진실게임〉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트랜스젠더 연예인 장채원씨(26)가 자살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하지만 고인의 죽음을 두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을 비롯한 보수언론이 자살의 원인을 ‘악플’(악성댓글)로 지목하며 故 최진실씨 죽음에 이어 ‘인터넷 규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여론몰이를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3일 오후 11시께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숨진 장씨를 발견했으며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6일 밝혔다.

▲ <동아일보> 인터넷 화면 캡쳐. 평소 "부모님 관련 악플 괴롭다"는 고인의 말을 자살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동아닷컴

장씨는 지난해 5월 SBS 〈진실게임〉 ‘성형수술의 모든 것, 진짜를 찾아라’ 편에서 ‘이젠 진짜 여자가 돼서 돌아왔다’는 닉네임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었다. 그는 성전환 수술을 받기 전인 2002년 ‘동네처녀’라는 닉네임으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동아 조선 중앙 등은 그녀가 방송 직후 장씨의 미니홈피와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는 그를 비난하는 댓글이 넘쳐났다는 점에 착안해 장씨가 ‘악플’에 괴로워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장씨는 “열심히 일하고 생활하다 보니 ‘악플’에 일일이 신경 쓸 시간이 없다”며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거나 감추고 싶지 않다. 항상 밝고 당당하게 씩씩하게 살고 있다”고 심경을 올렸다. 또 “응원해주고 좋은 글 남겨주는 분들 고맙습니다”는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후 장씨를 격려하는 댓글도 상당수 올라왔었다.

그러나 조중동 등은  故 장씨의 죽음을 비롯해 故 최진실씨 죽음을 ‘인터넷 악성 루머’ ‘악성 댓글’ ‘괴담’ 등으로  이날 인터넷 판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 <조선일보> 인터넷 화면 캡쳐. '전문의가 본 장채원 자살 이유'라는 기사에는 정작 그녀의 죽음에 대해 분석한 내용은 없다.  ⓒ조선닷컴

또한 언론이 직접적으로 상관 없는 이야기를 끌어와 고인의 죽음과 억지 연관시키는 기사도 눈에 띄고 있다. 〈조선일보〉는 ‘헬스조선’의 '장채원 자살, 이유는?'이라는 기사에서 전문가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제목과는 달리 장씨의 심리상태나 자살원인을 분석한 내용은 없고, 그동안 언론들을 통해 많이 알려진 내용들을 단순히 나열했다. 전형적인 ‘낚시’로 의심 받기 좋은 기사다.

이 기사는 17단락이 넘는 기사 가운데 고작 2단락에만 장씨가 죽음에 이르게 된 단순사실을 기술하고, 나머지 15단락에 걸쳐 자살에 대해 원인, 장소, 극복방법, 상담 약물치료 방법 등 정신과 전문의들의 그동안 자살에 대해 내놓았던 의견을 채워 놓았다.

이처럼 故 장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악플’ 등에만 초점을 맞추고 이를 장사하듯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 독자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신수지(wnddkdrptlvks)씨는 중앙일보(조인스닷컴) 댓글을 통해 “도대체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원인이 무엇인지, 그냥 ‘악플’에만 문제의 초점을 맞추면 다 해결되는 것인가”라며 “이런 사건이 줄을 잇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누구도, 어느 집단도 반성이나 자성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악플’에만 신경 쓰는 것에 언론의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신씨는 “연예계와 관련된 방송·언론 관련 종사자들 등등이 얽힌 구조적인 문제와 직업에 대한 가치관의 매몰이 아니라면 왜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되는가”라며 “물질 만능, 허영, 일확천금, 한 번에 뜨고 띄우려는 한탕주의 등등의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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