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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죽음, ‘악플’ 탓으로 몰아가는 신문

[보도비평] 시청률 경쟁에 동원되는 최진실 보도 김고은 기자l승인2008.10.08 01: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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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최진실 씨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최 씨의 죽음은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안재환 씨의 경우처럼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슬픔은 물론 많은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문자메시지와 메모 외엔 이렇다 할 유서도 없다보니, 그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당연한 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 씨의 죽음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이미 추측의 범주를 넘어섰다. 이들은 그녀의 죽음을 몇 가지의 이유로 단정했고, 사실로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악플’(악성 댓글)과 우울증이다.

■최 씨 죽음이 ‘악플’ 탓? 신문의 이상한 논조=지난 3일, 대부분의 일간지들은 최 씨의 죽음을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많게는 2~3개 면을 할애하기도 했다. 이들 신문은 최 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범인’으로 ‘악플러’를 지목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경찰도, 최 씨의 유가족 누구도 “‘악플’ 때문에 최진실이 죽었다”고 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단서는 최 씨가 안 씨의 죽음과 연관된 ‘사채 루머’로 괴로워했다는 지인의 증언과 “안 좋은 댓글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는 그녀의 생전 고백뿐이었다. 무엇 하나 그녀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단정적으로 ‘악플’ 탓을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악플’에 대한 언론의 집착은 이상할 정도로 계속 되고 있다.

   
▲ 중앙일보 10월 6일자
표현도 과격하다. 〈중앙일보〉는 인터넷 악플을 ‘사이버 주홍글씨’로 명명했고, 〈국민일보〉는 ‘사회적 살인’으로, 〈동아일보〉는 괴담과 악플을 ‘소리 없는 총알’, ‘사이버 인격살인’이라며 비난했다. 구구절절 옳다.

그러나 이들이 왜 하필 최 씨의 죽음을 두고 악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지는 미심쩍은 부분이다. 포털이 악플을 방조한다거나, 엉터리 의학정보와 급증한 ‘사이버 명예훼손’ 사례까지 꺼내들어 “‘최진실 법’을 만들 때가 됐다”고 주장하는 데는 광우병 정국을 ‘인터넷 괴담’ 탓으로 돌렸던 보수 신문들의 정략적 계산이 있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자기반성 없이 모든 문제를 ‘네티즌 탓’으로 돌리는 행태도 설득력이 없다. 우리는 악성 루머가 기사로 생산되고, 여기에 딸린 악플이 다시 루머와 기사로 재생산되는 구조를 익히 알고 있다. 악플 없는 기사 없고, 기사 없는 악플 없는 셈이다. 그런데 〈한겨레〉가 지난 3일 “‘믿거나 말거나’ 식인 정보지의 내용이 큰 파장을 부르는 건 그 내용이 여과 없이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라며 악성 루머 재생산 구조를 지적했을 뿐, 대다수 신문들은 언론 스스로의 책임을 모른 체 했다.

최 씨의 죽음에 대해 경찰은 ‘충동적 자살’로 결론을 내렸지만, 실제 그녀가 죽음을 선택한 것은 순간적이고 충동적인 결정이 아니었을 수 있다. 그간의 많은 고민과 외로움이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바탕이 됐음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악플과 우울증, 심지어 “전 남편 조성민의 재혼 생활 인터뷰 기사를 보고 우울증이 심화됐을 것”(스포츠조선)이란 ‘추측’을 단정적인 기사로 써대는 것은 오만이며, 고인을 두 번 죽이는 행위다.

■고인의 이름으로 잇속 챙겨선 안 돼=최 씨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핑계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시청률 잡기’ 경쟁에 나선 방송도 곱게 보이진 않는다. 특히 tvN, YTN스타 등 케이블 채널들은 영결식 등을 생중계하는 등 그 선두에 있었다. 이들은 고인의 유해가 있는 병원을 찾은 스타들의 모습을 경쟁적으로 담았다.

   
▲ 일간스포츠 10월 3일자
MBC 〈섹션TV 연예통신〉, KBS 〈연예가중계〉도 각각 지난 3일과 4일 방송 분량의 절반 가까이를 최 씨에 관한 영상으로 채웠다. MBC 〈생방송 오늘 아침〉과 같은 아침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방송 3사 뉴스도 다른 프로그램들을 통해 접했던 영상을 반복적으로 전하기 바빴다. 특히 TV 프로그램은 슬픔에 잠긴 유가족과 지인들의 모습을 무분별하게 전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최 씨의 삶을 다룬 특집 프로그램도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은 지난 5일 고인의 생전 인터뷰 미공개 영상을 공개했고, OBS경인TV는 최 씨의 연기 인생을 총정리한 다큐멘터리 〈별은 내 가슴에〉를 7일 방송했다. 〈MBC스페셜〉도 최 씨의 삶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조만간 방영할 예정이다.

고인의 연기 인생을 정리하고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자칫 방송사들이 최진실이란 이름을 시청률을 위해 경쟁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케이블TV의 무분별한 중계 경쟁과 특집 편성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죽음이 방송 시청률 경쟁에 동원되지 않기를,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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