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탄압 쥐박이 물러가라” 모욕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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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탄압 쥐박이 물러가라” 모욕죄 되나?
MBC ‘100분 토론’ 사이버모욕죄 논란 다뤄…탤런트 홍석천 “법 도입 반대”
  • 백혜영 기자
  • 승인 2008.10.10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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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규제’냐 ‘인터넷 통제’냐. 탤런트 최진실 자살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MBC 〈100분 토론〉은 9일 ‘사이버모욕죄,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우윤근 민주당 의원은 사이버 모욕죄를 유신독재 시절 ‘긴급조치’에 비유했다. 우 의원은 “당시 정부를 비판하면 고발하고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 했는데 사이버모욕죄가 인터넷 상에서 ‘긴급조치’가 될 확률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친고죄를 없앰으로써 피해자의 고소·고발 없이도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네티즌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자율적인 기능을 좀 더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현행법으로도 모욕죄는 충분히 처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MBC 〈100분 토론〉 ⓒMBC
이에 대해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은 “사이버 상에서는 댓글의 확산 속도와 범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지금의 모욕죄로 처벌하려고 하면 이미 피해자의 피해는 말할 수 없이 커지게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국가나 수사기관이 객관적 판단 아래 우리 사회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며 “유독 사이버모욕죄에 대해 그런 권위를 줄 수 없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부터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홍석천 “법기준 모호·오용될 우려 있어”

이날 토론에는 악성댓글로 심적 고통을 겪었던 탤런트 홍석천도 출연해 관심을 끌었다. 홍석천은 악플의 폐해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해 법적 규제를 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용 가능성을 들어 반대했다.

홍석천은 사이버모욕죄의 모호한 기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오늘 밤 집에 가서 미니홈피에 ‘손석희 씨가 실제로 보니 카메라가 더 낫다’는 말 쓰고 싶은데 (법이 도입되면) 모욕감을 주니 그 말도 못 쓰겠다”고 예를 들며 “모욕죄라는 것이 굉장히 모호하고, 악플은 당하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바뀐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24시간 내에 포털에서 관련 댓글을 삭제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인터넷의 파급 효과는 커서 1분, 10분도 무섭다”며 “24시간이란 기준은 가만히 책상에 앉아 그냥 정한 것 같고, 기준이 모호하다”고 강조했다.

“공안탄압 자행하는 쥐박이 물러가라 쓰면 모욕죄 되나”

이날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 논객들의 날카로운 질문도 이어졌다.

한 시민 논객은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을 향해 “‘공안탄압 자행하는 쥐박이 물러가라’고 쓰면 모욕죄가 되느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강 의원이 “직접 말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하자 그는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입법기관 국회의원조차 사이버모욕죄를 구분할 수 없다고 말한다”며 “이렇게 애매하므로 사이버모욕죄의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 〈100분 토론〉에 패널로 출연한 탤런트 홍석천 ⓒMBC

친고죄를 폐지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친고죄를 폐지하면 앞으로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재갈을 물릴 수 있다”며 “이것이 정치적 악용에 대한 네티즌의 우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촛불집회에 참여한 유모차 부대를 비롯, 네티즌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최근 상황을 들며 “사이버모욕죄가 없는 상황에서도 촛불집회 공지자나 대통령을 비판한 사람들이 탄압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네티즌들은 정부를 비판하는 데 위축을 느끼고 있는데 법이 통과되면 표현의 자유는 더욱 제약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악플로 인한 폐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스포츠 신문 등 각종 인터넷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시민 논객은 “현재 댓글은 대부분 기사에 다는 댓글인데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낚시글 등을 올리는 각종 인터넷 언론이 직접적 원인”이라며 “악플이란 현상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 사이버모욕죄는 주범은 놔두고 잡범을 잡겠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홍석천 역시 “악플도 문제지만 매체에 대한 피해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즘 인터넷 매체가 많아져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굉장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부풀려 쓴다”며 “기자들이 악플을 퍼다가 또 다른 기사를 만들면 일반인들은 기자가 쓴 글이기 때문에 신뢰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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